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항상 외롭다 말하고, 힘겹다 표현한다.

때때로 가족도 부부도 그 외로움이나 힘겨움을 나눠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깊은 골을 만들고 고독이라는 무미건조한 표현으로

마무리 된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 그래서 그 고독을 안아줄 용기가 필요하다.

 

"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을 만났다.

표지 속 빨간 벽에 기대선 선인장을 보며 '너도 고독하냐?' 혼자 물었다.

 

1부 -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2부 - 바다가 어두울수록 등대가 빛난다

3부 -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

4부 - 고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복이다

로 나뉘어 읽으며 나 스스로에게 질문과 답을 하며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 -p.14

파스칼이 남긴 잠언 중 이런 부분이 있다고 한다.

고독의 시간이 두려워 나 역시 어딘가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학교나 직장

또는 동호회 등을 기웃거리며 나 혼자만의 방을 외면했던 적이 있다.

홀로 있는 그 시간이 견디기 힘들고, 외로워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돌아보지 않았던 그 시간들... 아마도 내게는 고독을 즐기고 버티고, 견뎌낼 힘이 없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삶에 치중해 정작 나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책장을 넘기다 저 글에서 멈칫했다.

'나만의 작업장... 나에게 그런 곳이 있었던가?'

SNS가 급속도로 발달하고 보편화되며 보여지는 삶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는 요즘 나는 나의

작업장 따윈 버려두고 다른 이들의 방을 기웃거리며 타인의 삶을 통해 인생의 평균점을 내고

있는지 모른다.

자유와 고독의 성.... 나도 그 성을 지을 나만의 작업장이 필요하다.

 


 문득 내가 쓰는 표현 중 슬픔이나 고통이 극에 달하면 입구도 출구도 없는 터널에 갇힌 기분이

든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그 터널 속에서 환한 빛이 있는 밖으로 나를 끄집어내줄 사람은 없다.

나 스스로 출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걷고 보이지 않는 길을 찾으며 상처를 입어야 한다.

산과 같은 인생의 무게를 견디는 일은 나 혼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므로.

"우리 삶은 고독이라는 어둠 속에서 한층 더 견고하게 지켜진다." - p.91

 

3부 사랑에 빠질 수록 혼자가 되어라에서 소개된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인간관계를

고슴도치의 예에 빗대어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고슴도치들은 떨어져 있을 때의 추위와, 붙어 있을 때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에서

갈등을 반복하다

결국 적당한 거리는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 p.143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틈... 그 틈은 사랑이라는 관계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

나와 당신의 사이 그리고 우리의 틈... 사랑의 깊이나 기간과 상관없이 오롯이 나를 향한

시간과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부 고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복이다 라는 제목을 읽으며 나는 안도했다.

나의 고독이 혹시 마음의 병은 아닌가 종종 의심하곤 했었는데 어쩌면 나는 행복을 갈망하고

욕심을 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작가가 자신의 어릴적 외할머니 댁 추억을 얘기하는 장에서 나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꼬마에서 중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추억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듯하다.

어쩌면 지금 내게 고통이라 표현하는 이 모든 것들도 오랜 시간 후에는 추억과 함께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 지도 모른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런 고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루에 몇 분, 일주일에

몇 시간,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는 따로 빈칸을 만들어놓고 고독과 마주한다면 정신에

단백질이 보충되는 듯한 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달걀의 흰자위가 그렇듯이, 단백질은 신체의 근육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당신이 원하는 멋진 몸매를 위해 애써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처럼 건강한 정신을 위해

고독의 시간을 체험하라.

에리데 루카가 '고독의 단백질'이라고 한 말은, 고독을 위험한 시한폭탄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더 단단한 정신의 근육을 위해 즐거이 고독이라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당신이기를 바란다." -p.235

 

이제 고독은 내게 더이상 독이 아니다.

내 마음을 더욱 견고하고 강하게 만들 영양분으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주재료인

것 같다.

고독의 힘으로 상처받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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