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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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는 동안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수정할 것이다.

나 역시 매일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문득 '이렇게 살아 뭐하나?'라는 의문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던 7월 내게

위로와 안도를 선물한 책이 있었다.

 

 

"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 (이외수 산문집, 해냄 펴냄)"

제목부터가 만만치 않은 책을 보며 무심한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소리가

나를 향한 쓴소리 같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쩌면 나의 앓는 소리와 걱정들이 엄살이 아닌가 싶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아프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는 거니까.

 

"언제나 작은 것 속에는 큰 것이 들어 있고

하찮은 것 속에는 고귀한 것이 들어 있어되

단지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남이라,

우리가 세상에서 탐닉하였던 모든 것이

헛되고도

헛되도다.

이 헛된 생애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p.47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는 나의 고민이 어디에서 오는가 고민스러웠다.

작은 것도 큰 것도 결국 내 마음 속에서 온 것일테고, 내가 갈망하는 그것들이

언젠간 헛되다 느껴질 때가 분명 있을텐데 그 헛됨을 위해 매일 걷고, 달리는

것은 아닌지... 결국 삶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랑일지 모른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달고 차면 기운다 하였으나,

마음만은 한평생 청춘으로 살겠다." - p.53

 

이 글귀에서 나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마음만은 한평생 청춘... 나 역시 이런 마음으로 산다 생각했는데 종종 나는

보편적이고 보수적인 노인네 같을 때가 있다.

 

 

어쩐지 나는 loser라는 생각이 들었다.

빅뱅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혹 나를 조롱하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만큼.

서른 이후 일어난 일들을 기억에서 모두 도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삶에 패배하지 않았으므로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는 없다." - p.125

라는 글귀에서 어쩌면 나는 아직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으므로 지금 괜찮다.

 

 

짧은 기록같은 이야기는 내게 실망하지 말라 말한다.

세상을 사는 동안 어둠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아직 내가 기다려야할 더 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고.

상처받은 마음에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돋는 시간을 버티고, 견뎌내라고.

어쩌면 이 기다림이 나를 더 강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책표지 뒷쪽 글귀를 읽다 나는 낭만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메마른 감정에 단비를 내려 사랑도 사람도 꽃을 피울 수 있게.

마음이 말랑해진다.

나는 아직 세상에 순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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