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밥 미래의 고전 58
정복현 지음 / 푸른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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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답답한  일이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콜라를 마시곤 한다.

괜히 속이 뻥 뚫리는 느낌도 들어 그러는데 나같은 아이가 있는 것

같아 반가운 책 한 권을 만났다.

 

 

"콜라 밥 (정복현 지음, 푸른책들 펴냄)" 이 그 책인데, 표지를 보는

순간 '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콜라와 아이 그리고 수저.... 그 뒤에 개구쟁이 두 명과 몸짱 운동

기구 간판이 우습기도 하고, 제목과 달리 밥이 등장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어떤 이야기일까?'

호기심을 잠재우기 위해 책을 펼쳤더니 작고 말수가 적은 아이,

그 누구에게도 속내를 보이지 않는 소심한 호동이가 툭 튀어나왔다.

찌질이, 못난이, 비실이 등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별명을 모두

가진 호동이는 '희망 교실' 친구이다. 같은 교실 아이 성훈, 다솔과

선생님을 따라 영화를 보러 갔지만 장수와 해박이를 만나 어떤

내용인지 조차 기억도 나지 않는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온다.

장수와 해박이에게 자신들이 희망 교실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으므로.

호동이의 아빠는 언제나 호동이를 윽박지르기에 급급하다.

호동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빠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호동이를 놀리고 괴롭히지만, 호동이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속이 상할 때마다 호동이는

콜라를 마신다. 해박이와 장수에게 당하고 난 후 자신이 지렁이와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우울하다. 결국 장수와 해박은

호동이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호동이는 허름한 '몸짱 운동 기구 대여점'을 발견하고 들어가 마음에 드는 장갑을 끼어 보지만, 누군가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벗어 두고 나오려고 한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호동이에게 투명 장갑을 보여주고, 주먹이 최고 세 배에서

다섯 배를 세진다는 설명에 호동을 장갑을 집으로 가져온다.

이제 겁쟁이 호동이는 없다. 투명 장갑을 끼고 휙휙~ 바람처럼 주먹을

날린다. 해박이나 장수 따위도 두렵지 않고, 무엇보다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호동이는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누군가가 호동이를

학교 폭력으로 신고 한 것.

 

 

호동이는 이제 투명 장갑을 운동 기구 대여점 아저씨께 돌려 드리기로

하고 대여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저씨는 첨단 기술 따윈 없는 장갑

이었다는 말을 혼잣말처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로 친구들에게 아빠에게 다가가볼

생각이다.

해박이와 장수도 용서하고, 가은이에게도 전처럼 착하고 순한

호동이로 다가가고 싶다.

콜라에 밥을 말아먹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호동이의 마음이 아주 많이 자라고 있으니까.

​이 책은 초등 중학년 이상과 함께 읽으며 진정한 용기, 왕따 극복법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호동이에게 전하는 편지를 써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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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에프 모던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F(에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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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해 끝자락에서 슬픔을 겪었다.

그로 인한 상처는 새해가 시작되었음에도 여전히 쓰리고 아프다.

슬픔이 시작되기 전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오른다.

 

 

"자유의 감옥 (미하엘 엔데 지음, f 펴냄)"

제목이 주는 느낌은 뭐랄까... 자유에도 감옥이 있을까 싶어 조금은 황당한 느낌이었다.

생각하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미하엘 엔데 작품을 만나게 되어 한편

반갑기도 했는데 '모모',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 등 울림이 있는 동화들이 떠올라

또 한편 가슴이 저려왔다.

이 책 속에는 <긴 여행의 목표,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 마스라임의 카타콤,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 자유의 감옥, 길잡이의

전설> 등 총 8편의 이야기들이 이어져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오래 생각하게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해 끝자락 즈음에서 멈춰 이야기에 집중했다.

인간의 내면을 살피며 가치를 찾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자유와 감옥.

누구나 부러워할 요소들을 다 가지고 태어난 시릴은 부모의 정이나 사랑을 받지 못해

그 어떤 것도 갖기 못한 사람처럼 살게 된다. 그리고 긴 여행을 통해 자신이 갖고 싶은

그 어떤 것을 찾아 헤맨다.

그의 여행을 함께 하며 나는 '그의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가?' 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간의 욕심은 어떤 결핍에서 오는게 아닌가 싶다.

지하 동굴 세계에 사는 그림자들의 이야기 '미스라임의 동굴'은 읽는 내내 나는 이

이야기가 마법사들이 사는 어떤 세계처럼 느껴졌다.

 

 

 

어둠을 지나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 그 세계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들과 진실을 놓고 펼쳐

지는 이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해 두어 번 다시 읽었다.

인샬라라는 별명을 가진 장님 거지와 칼리프와 만남. 인샬라는 칼리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 간청한다. 신을 모독했던 인샬라는 금욕 시기에도 방탕한 생활을 하고 악령

이블리스에게 속아 알 수 없는 장소에 갇힌다. 그리고 자신을 구할 문을 선택해야 했다.

아마도 인샬라는 그 선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괴로움과 고통을 맛보았을 것이다.

제목에서 주는 자유, 감옥.... 그리고 수많은 방황과 선택은 우리가 사는 동안 겪어내야할

일상이다. 종교와 철학을 넘나드는 8편의 이야기로 나는 인간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생에서 주어지는 여러 가지 선택과 길을 찾아가는 시간, 이 책은 그런 시간을 읽는 이에게

제공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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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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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이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나는 또 눈이 큰 남녀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그렇게 나는 2016년 유정과 윤수를 다시 만났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장편소설, 해냄 펴냄)"

 

잘나가는 집안에 유정은 돌연변이같은 존재였다.

삶을 포기하기 위해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행동들.

하지만 그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가슴이 저렸다.

또 한 번 유정은 자신의 삶을 내던지고 싶어 했고,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마음의 치료 대신

유정과 같은 돌연변이 취급을 받는 모니카 고모를 따라 다니며 치유를 받기로 한다. 

그렇게 유정은 푸른 죄수복을 입은 윤수를 만나게 된다.

세상에 대한 반감과 외로움, 버려졌다는 생각에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윤수는 사형수이다.

고모는 윤수를 살갑게 맞이하지만, 윤수는 고모의 친절이 가식이라 여기며 속내를 꺼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며 시간 때우기식 방문이 호기심으로 관심으로 사랑으로

변해가며 유정은 윤수를 이해하고, 안아주려 다가선다.

이제 그들이 마주한 방은 온기로 가득하다.

윤수의 날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건 유정도 윤수도 고모도 알고 있다.

열일곱 유정이 사촌 오빠에게 강간을 당했을 때 자신을 탓하던 엄마를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윤수만 곁에 둘 수 있다면...

모니카 고모의 시간도 끝을 향해 가는 듯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들은 자신에게 남아있는 가장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것을 행복이라 말하며.

 

 

윤수가 동생 은수를 보내고,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자살을 하고, 엄마가 떠났을 때 느꼈던

공포와 고독을 이제 유정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알릴 때 윤수는... 가여운 윤수는 모든 죄를 자신이 저질렀다

말하지만 실은 모두 그가 저지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도 그 속에 있었음에 그는 죄인이라 말한다.

그들의 범죄 현장에서 죽은 여인의 어머니가 윤수를 용서하겠다 나선다.

모니카 고모도 윤수도 유정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윤수를 심하게 앓는다.

.

.

윤수를 다시 만났을 때 유정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제 윤수를 만나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함에.

윤수의 형이 집행됐다. 윤수는 살고 싶다 말했다.

어쩌면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스함에 그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정은 윤수가 하고 싶었던 일을 마무리한다.

모니카 고모가 마지막 인사를 한다.

모든 이들의 어머니로 지내던 고모에게 사랑한다는 인사를 한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읽는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리고... 용서와 사랑이 메마른 가슴에 온기를 주고,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내게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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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1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찰스 램.메리 램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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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세상에 이렇게 허무한 사랑이 진짜 있을까

라며 허탈해했던 적이 있다.

그 허탈함에 이야기를 쓴 작가의 이야기들을 찾아 읽어 내렸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다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을 읽는다.

 

 

어른이 되어 만난 그의 이야기는 "베니스의 상인 (찰스 램, 메리 램 지음, 보물창고 펴냄)"

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의 남매 찰스 램과 메리 램이 쉽고 간결하게 고쳐 쓴 것이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과 4대 비극에 '로미오와 줄리엣', '심벌린', '폭풍우'가

더해져 총 12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베니스의 상인'이 가장 눈길을 끈 건 아마도 책 제목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아주 어릴적 그림책으로 만났던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법을 이용하려는 자와 법을

지혜롭게 풀어내는 자의 대립과 우정이 돋보여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인데 램 남매도

나처럼 이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어 제목으로 정한게 아닌가 상상해보았다.

세계명작은 오래 읽히고 기억되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는데 비해 내용이 다소 어렵고 딱딱해

어릴적 그림책으로 만난 이후 뜸하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 다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잘 읽히지 않아 고생을 했었는데 이 책은 쉽고 간결해 읽는 내내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다.

그 중 베니스의 상인은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우정과 샤일록의 비열함을 상상하며 과연

그 결론이 어떨지 가슴이 콩닥거렸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도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정과 지혜로운 변호로 안토니오와 바사니오는 전보다 더 우정이 돈독해지고 사랑까지

얻어 행복한 결론을 맺었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이야기. 그게 바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이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볼 문제들이 뒤섞여 잔잔하고 때때로 가슴

찡한 감동을 주는 <베니스의 상인>으로 명작 읽기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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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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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족같이 지내는 동물 하면 강아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요즘 난 이상하게

고양이가 강아지 보다 조금 먼저 떠오른다.

2~3년 전부터 우리동네에 이상스레 길고양이가 늘었다.

어느 밤에는 너무 무섭게 울고 뛰어다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길에 다니는 고양이들을 관찰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이것은... 관심일까?

 

그런 생각을 할 즈음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을 만났다.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닐스 우덴베리 지음, 샘터 펴냄)" 가 바로 그 책인데

글쓴이 닐스 우덴베리는 스웨덴의 신경의학과 교수로 심리 치료와 인생관을 연구해온

사람이라고 한다.

매일 일과 가정 그리고 여유를 즐기던 그의 앞에 어느 날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로 그는

고양이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이란 것이 고양이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닌 고양이로 인해 자신과 가족

들이 얼마나 변화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그는 자신이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거란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 고양이가 나타났을 때 그는 학자다운 소견으로 고양이를 관찰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불편해질까를 염려했다.

그래서 고양이를 경찰에 신고하기 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차츰 고양이를 향해 마음을 열고 혹여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고양이가 위험에

빠질까 걱정을 하게 된다.

고양이의 생김, 습성 등을 살피며 그는 어릴적 자신을 떠올리기도 하고, 고양이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하기도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포근해졌다.

세 개의 이름, 고양이의 안부, 걱정과 고양이를 향한 시선 등을 살펴보며 그가 박사이긴

하지만 참으로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말이 맴돈다.

 

 

주택가 주변 길에서는 흔한 것이 고양이다.

때때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거나 골목길 어딘가에서 툭 튀어나와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하지만 정작 사람들과 친해지고 나면 세상 그 어떤 동물보다 애교가 많고 사람을 잘

따르는 것이 고양이가 아닌가 싶다.

작가 역시 그런 고양이 습성을 뒤늦게 알고, 고양이와 친해지는 과정을 수다쟁이

아줌마처럼 술술 풀어내 지루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는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아는 척을

하는데 걷는 모습이나 외모를 흉내낸 '도도'나 '시크'라는 이름을 붙여 불러 준다.

2년 전 만난 '묘묘'는 내가 만난 고양이들 중 가장 어렸고, 가장 고양이스러워 고양이

묘(猫) 자를 두 번 불러 그렇게 이름을 붙였는데 그 작고 귀엽던 고양이가 이젠 어른

스러워져 이름을 바꿔줄까 고민 중이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상대와 교감, 그것이 고양이라면 조금 더 조용하고, 따뜻한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고양이의 걱정을 걱정하고 신경쓰던 박사님은 이제 고양이의 기분을 알까?

살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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