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에프 그래픽 컬렉션
루이스 트론헤임 지음, 위베르 슈비야르 그림, 이지수 옮김 / F(에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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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말부터 팔월 초... 휴가를 떠났다.

쉼없이 달려 온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해 더 오래 더 생각없이 머물기를 바라며

야금야금 하루하루를 아껴 먹듯 사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휴가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머물다 (루이스 트론헤임 지음, f펴냄)"라는 제목과 표지가 주는 느낌은 휴가를

떠나온 남자와 여자의 행복과는 조금 달랐다.

하반신만 찍힌 남자의 뒷모습과 슬픔에 잠긴 여자의 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너무 궁금했다.

 

롤랑과 파비엔느는 다른 연인들처럼 휴가를 맞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휴가지로 향한다.

여행이 계획된 시점부터 둘은 뜨거운 태양과 바닷가, 일상에서 놓여난 자유로움에 대한

생각들로 들떠있었을 것이다.

차에서 내려 바다를 향해 걷던 롤랑은 바람에 떨어진 간판을 맞고 목이 잘려 죽는다.

그것도 파비엔느의 손을 잡은 채로.

롤랑은 파비엔느의 약혼자였다. 이번 휴가를 완벽하게 보내기 위해 꼼꼼을 지나

치밀한 그는 사전에 모든 것을 준비했다. 노트에 예약, 지불, 일정 등 휴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준비하며 그는 파비엔느에게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랬던 그가 숙소에 짐을 풀기도 전에 죽었다.

파비엔느는 이 휴가를 그냥 울면서 보낼 순 없었다. 롤랑을 잃은 슬픔을 그 깊은

슬픔을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가 준비한 모든 것을

홀로 맞이하는 수 밖에.

 

 

파비엔느는 수첩의 적힌 롤랑의 계획을 따라가며 타인의 휴가를 구경한다.

죽음에 관한 기록들을 수집하는 파코를 만나 친구가 되지만, 서로 알고 있는

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일주일.... 파코를 우연히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하면서 파비엔느는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롤랑의 마지막 계획은 프로포즈였던 것 같다.

홀로 레스토랑에 앉아 있기는 어색해 파코와 함께 롤랑의 계획을 따라가다 파코는

롤랑이 준비한 케이크에서 장식인 작고 작은 아기를 떼어낸다.

 

여행객들 사이에 이방인처럼 슬픔을 감추고 있던 파비엔느는 롤랑과 바닷가에서 수영을

할 때 입으려했던 수영복을 꺼내 입고 수영을 하고, 롤랑이 기록했던 수첩을 버리고

일상을 향해 차를 몰고 떠난다.

책을 읽는 내내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해보았다.

떠난 자와 남겨진 자의 생각들. 그들이 감추고 있는 슬픔의 얼굴들.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때때로 당혹스럽고 때때로

마음이 아팠다.

이제 파비엔느는 씩씩하게 제 길을 가고 있을까?

파비엔느도 파코도 죽음이 지나간 슬픔의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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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의미 - Bible+Drawings 에프 그래픽 컬렉션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염정용 옮김 / F(에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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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는 여름 밤은 지나 간 기억들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들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뒤척이기도 한다.

여름 밤, 내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시간의 의미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f 펴냄)"은 처음 만나고

사진집이구나. 생각을 했던 책이다.

그런데 사진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이 그림이라고 한다.

 

성서와 그림의 만남.

오묘한 책을 향한 호기심은 여름 밤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고 두근거리는 느낌이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첫 장을 넘기고 나는 한참을 멍하니 문장에 집중했다.

그 때를 기다리는 중에 만난 환난은 언제나 나를 버겁하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는데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하늘 아래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문장이 주는 위안은 상당했다.

매일을 살아내며 어찌하여 나에게만 이런 시련들이 골고루 주어지는지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자라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나를 향해 셋팅된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또 다른 때를 기다려보아도 될 것 같다는 희망같은 것이 생겼다.

 

그리고 나의 태어남과 죽음이 내 선택이 아니듯 그저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감사하는 것이 나의 몫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자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런지

알 것 같았다.

 

 

나의 눈물도 웃음도 때때로 화냄도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나의 감정에 최대한

솔직하고 싶어 애쓰기 보다는 그 감정들이 어디에서 오고 무엇때문에 시작되었는지

혼자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진정한 평온이 내가 나를 다스리고 잠잠하게 할 힘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림이 주는 감동은 문장이 주는 감동만큼이나 크고 따뜻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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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구상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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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밤이면 선풍기를 켜고 야금야금 독서를 한다.

칠월 독서는 그림책으로 시작해 동화로 이어졌고, 밤에 읽기 좋은 소설

한 권을 만나 읽기 시작했다.

칠월의 이야기,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구상희 장편소설, 다산책방 펴냄)"는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원작 소설이라 호기심이 생겼고,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둘러 읽기 시작했는데 소원을 맛본다는 말에 나의 소원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책표지에는 마녀가 만들어낸 소원의 음식들이 차려져있다.

그리고 마녀식당이 문을 열게 된 배경이 소개되는데 이야기를 끌고 갈 진이 엄마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전 재산을 털어 문을 연 진미식당이 홀딱 망하는 사연을 듣게

된다.

그런데 나는 진과 엄마가 바람처럼 휘리릭~ 식당을 인수받았을 때부터 이런 일을

예감했었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을 친한 언니라고 친한 동생한테 넘기진 않을테니까.

그리곤 모든 걱정, 근심을 진에게 맡기고 엄마는 아빠라는 인간을 간호하러 간단다.

아니 왜?

사랑에 배신 당한 선미는 소원을 이루는 음식 핫, 핫초콜릿을 마시고 그 대가로

목소리를 잃고 남은 음식을 맛본 진에게도 사랑이 다가온다.

학교 폭력을 당한 길용, 며칠을 굶고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아 무작정 칼을 들고

마녀식당으로 들어 온 윤기, 아들의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반장 할머니, 위로의

음식으로 어릴적 기억 속 통증을 꺼낸 진 그리고 마녀의 딸로 마녀가 된 진.

"이 드라마틱한 전개는 삶의 우연이 빚어낸 결과였을까? 아니면 정말 마녀식당의

요리에 깃든 마법의 힘 덕분이었을까?

어쩌면 살 자체가 마법인지도 모르겠다." - p.200

이 모두는 서로의 상처를 꽁꽁 숨긴 채 살아오다 이젠 내가 이 상처를 끌어앉고

지내긴 힘들 것 같다 느낀 지점에서 간절한 소원을 담아냈는지도 모른다.

위로를 담아낸 따뜻한 한끼와 소중한 어떤 것을 바꿀 만큼. 

 

 

모두가 행복한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어딘가 허름한 동네 구석에

자리잡은 마녀식당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절망의 끝에서 손을 내민 누군가에게 한끼를 제공하면서 달콤하고 섬뜩한 계약을

제안하는 마녀라면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묘한 인연들이 이어진 마녀식당을 만난 칠월의 밤은 서늘하고 포근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마녀식당으로 오시길.

마녀식당은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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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들리니?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8
이나영 지음, 차상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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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코로나 소식으로 우울과 공포가 느껴져 뉴스보기가 힘겨운 칠월,

무언가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꺼낸 든 동화 "내 마음이 들리니? (이나영 지음, 주니어김영사 펴냄)"는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표정이나 외모에서 대충 아이들이 성향이 보이고, 붉은 실로 연결된 종이컵 전화기에

대고 무언가를 듣거나 말을 하는 걸 보니 세 아이의 인연이 보통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저 하트는?

 

6학년이 된 다정이는 세상 해맑은 첫 날을 맞이했다.

엄마도 이런 다정의 모습이 낯설고 어색해 다정을 바라보지만, 엄마가 느끼는

어색함보다 어릴적 삼총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정의 발걸음은

가볍기만하다.

지유와 연수는 그 동안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으니 좀 나을까?

 

 

꼭 함께 가보고 싶던 봉봉 떡볶이에 갔지만 옛날 엄마 손에 이끌려 함께 떡볶이를 먹던

지유와 연수는 어디를 간 모양이다.

다정이 입맛엔 세상 그 어떤 떡볶이보다 맛이 있는데 두 아이는 그저 그렇다는 표정이다.

그러더니 우리도 다른 아이들처럼 하트톡을 하자마 다정이는 별 흥미도 없는 머리 핀과

틴트를 고 사진을 찍고, 무언가 하트톡을 통해 인기를 끌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자며

낯선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 동안 따로 있다 만난 친구들이라 다정은 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교환일기를

쓸 신비스러운 파랑빛 일기장과 유행은 지났지만 마음에 드는 펜도 친구들 앞에 내놓지

못했다.

스타킹이라 계정도 만들고, 아이들에게 하트를 날려달라 부탁을 하는 일상.

다정은 SNS로 소통이 어색하고 감성이 맞지 않지만,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홍보를 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들의 눈에는 스타킹들이 그저 하트를 구걸하는 것 같이

비춰진다.

그러다 엄마가 잘 아는 이모의 강아지가 갑자기 사라지고, 다정은 동생처럼 생각하던

강아지 실이를 찾아 헤맨다. 물론 스타킹 모두가 몽실이 찾기 중이만 이 와중에

몽실이를 찾아달라 트톡에 올려 하트를 받을 생각을 하는 지유와 연수가 싫지만,

내색할 순 없다.

몽실이를 찾고 몽실이로 인해 하트 수가 늘어났지만, 아주 잠깐 하트의 맛을 느낀

것으로 끝이 나고, 지유의 엄마가 문을 연 분식집에서 불이 나게 매운 떡볶이를 맛

본 우스꽝스러운 다정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하트톡에 올린 지유와 연수.

그래서 그런지 다정이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이 다정이를 알아보는 것 같아 다정이는

이 상황들이 불편하기만 하다.

실수로 일기장 블루를 잃어버린 다정이의 속마음을 읽어버린 지유와 연수에게 다정은

용기를 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 친구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 참았지만 친구라면

솔직하게 말할 용기도 필요하니까.

 

 

봉봉 떡볶이에서 만난 조용한 친구 효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차분해진 다정.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고 전달하는 과정이 조금은 떨리고 두려웠지만, 어릴적

그날처럼 삼총사는 해맑고 즐거웠다.

봉봉 떡볶이처럼 지유네 신메뉴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행복한 맛을 냈다. 시식을

아이들은 이제 삼총사에서 사총사로 변신하지 않을까?

 

 

내가 나를 인정하고 솔직히 내 마음을 보여준 다정이의 마음이 친구들에게 잘 전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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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집에서 I LOVE 그림책
일라이자 휠러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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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밤은 무언가 모르게 정리ㅣ되지 않고 마음 모서리에 생각이 꾸깃하게 접힌

매달린 기분이다.

늦은 밤, 읽을 책 중 언제가 읽었던 <작은 집 이야기>와 느낌이 비슷한 이야기일

것 같아 꺼내든 그림책은 너무도 다른 분위기로 일렁이는 내 마음에 눈물을 떨구는

이야기였다.

"숲 속의 작은 집에서 (일라이자 휠러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숲 속에 낡고 작은 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표지를 보고 넘겨 본 다음 장에는 표정을 잃은 식구들이 엄마와 아기를 중심으로 펼쳐

서있었다.

성급한 내 마음은 '도대체 아빠는 어딜 간 거지?'라고 속삭였고, 곧 이야기를 끌고가는

작은 소녀 '나'는 아빠가 천사들과 살고 있다 말한다.

결국 미망인이 된 엄마는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달린 아이들을 끌고 살 집을 찾아

매는 것이다.

걸을 수 있는 아이들을 모두가 집을 하나씩 들고 숲을 향해 걷는다.

그 걸음은 여름이 시작이고, 숲 속에서 낡고 작고, 더러운 집 한 채를 발견한다.

울컥 아이들의 엄마는 얼나마 두렵고, 겁이 날까 생각해보았다.

열네 살 첫째 아이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했고, 이 숲 속에서 아이들과 무엇을 먹고

까 라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다음 장으로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

 

그래도 엄마는 낡은 오븐을 청소하고, 먼지 가득한 탁자를 털고, 바닥을 쓸며 낡은 집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아이들은 모두 너무 착해 엄마를 도와 집을 정리하고, 여름 숲

속에서 열매를 따며 조용한 숲에 웃음을 채웠다.

 

 

 

여름이 지나 가을로 향하며 채소들을 수확하고, 엄마는 여름보다 더욱 씩씩해진 것 같다.

종종 아이들과 마을로 나가 잡화점에 가지만, 엄마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지만 작은 창을 통해 물건을 주고 받으며 아이들은 그들만의 잡화점 놀이에

빠져든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다. 작고 낡은 집에서 보내는 겨울은 혹독한 추위에 더욱

밀접하게 맞닿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긴 겨울 밤을 보냈다.

 

 

종종 큰 아이들이 사냥을 나가지만 빈 손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들 손에는 사냥감이 들려 있고, 그들만의 파티로 이어진다.

겨울 밤, 창가에 기댄 엄마의 눈은 슬퍼보이지만, 곧 올 봄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봄이 오자 닫혀있던 창을 열어 모두가 웃으며 숲을 구경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따뜻하고 밝고, 사랑 가득한 숲 속의 작은 집이 자기 마음같다고.

엄마는 절망 가운데서도 아이들에게 이 숲 속에서 보물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말한다.

온통 별로인 숲 속의 작은 집에서 그렇게 아이들은 보물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름과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만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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