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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즈 - Coupl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기 연인들의 계절 늦가을의 정취로 맘껏 빠져드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있어 화제다. 남녀 한쌍이 아닌 커플들이 나오면서 눈길을 끄는 영화 '커플즈', 영화 포스터를 보듯이 제목의 느낌처럼 한마디로 로맨스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로맨스는 그렇게 감성적이기 보다는 코미디에 가깝다. 아니 대놓고 코미디를 표방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꽤 즐겁고 유쾌하게 흐른다. 감성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런 코드가 아닌, 이들이 좌충우돌하며 벌인 한바탕 소동극에 가깝다. 그런데 영화가 무언가 특이하고 색다르다. 보통 '로코'가 견지해온 남녀간의 밀고 당기는 소위 '밀당' 같은 연애의 법칙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다. 그렇게 흘렀다면 영화는 좀 따분하고 흔한 로코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들 5인5색의 청춘 남녀들이 어떻게 얽히고 설키는지, 그런 구성에 초점을 맞추며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들의 연애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커플즈'는 옴니버스식의 색다르고 독특한 맛을 내뿜는다. 그렇다고 영화적 퀼리티가 높은 건 아니다. 가볍게 즐기기엔 괜찮을지 몰라도, 이들의 연결고리가 과한 중복 노출과 그 리듬감이 간혹 뜨거나 끊기는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으니, 색다름 속에 무난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5명의 청춘남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니 이들 커플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질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 커플탄생 스토리가 펼쳐진다!
문자 한 통 남기고 사라져버린 여자친구를 수소문하는 유석(김주혁), 떠난 남친이 남긴 A급 큐빅 반지만 손에 쥔 여자 애연(이윤지), 사랑을 찾아 바람처럼 떠도는 여자 나리(이시영),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자칭 도시의 하이에나 복남(오정세), 그리고 사랑은 절대 없을 거라 믿었던 거친 남자 병찬(공형진)…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다섯 싱글이 우연과 필연, 인연과 악연으로 얽히고 설켜드는데...
먼저, 이 영화는 전제가 있다. 보통 '로코'에서 보여주는 두 남녀 주인공을 필두로 내세운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다. 시놉시스의 소개처럼 여기는 5명의 청춘남녀 캐릭터가 등장한다. 즉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메인은 있기 마련, 바로 김주혁이 맡은 소심한 젠틀맨 '유석'과 교통경찰로 나온 이윤지가 보여준 귀여운 내숭녀인 '애연', 이들이 사실 극의 중심 인물이긴 하다. 유석은 섹시한 바람녀 소위 꽃뱀 '나리'(이시영)에게 차이고 실연을 겪은 상태에서 애연을 우연찮게 만나게 된다. 경미한 교통사고가 나고 은행에 들렀다가 강도를 만나는 등, 일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이들은 그렇게 만난 거.
그러다 어느 선술집에서 만나며 탐색전을 벌이나 싶었지만, 서로가 지갑이 없어 난감해하는 등, 그들은 그렇게 서로가 호감을 갖게 되고, 유석의 집에서 따스한 차 한잔을 마시게 되는데.. 하지만 이때부터 일이 틀어진다. 실연의 상처를 주고 떠났던 나리가 유석의 집에 찾을 물건이 있다며 두 달 만에 들이닥친 것이다. 유석으로써는 흥신소를 자체 운영하는 친구 복남(오정세)에게 그렇게 찾아달라고 했을 때도, 안 나타나던 이 인간이 지금 나타난 것에 놀랄 뿐이다. 이에 유석은 애연까지 있는 상황에 난처해하며, 나리에게 찾을 물건만 찾고 어서 나가라 하고, 유석은 홀연히 떠난 애연을 뒤쫓아가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간다. 여기서 과거는 오래 전이 아닌, 불과 한 두달 전의 일로 이들의 사연이 옴니버스식으로 각각 소개된다. 먼저 보여준 유석과 애연의 이야기에서 유석의 친구이자 들러리 전문의 찌질남 복남(오정세)의 상황이 그려진다. 유석이 나리를 찾아달라는 부탁에 그의 활동이 재밌게 펼쳐지고, 한편 유석을 버리고 도망간 꽃뱀 나리의 상황도 그려진다. 그러면서 그런 나리에게 단박에 뽕간 순정파 기질의 조폭남 병찬(공형진)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이들의 서로가 얽히고설킨 관계가 드러나게 된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각자의 상황에서, 이들의 전개된 그림은 퍼즐 맞추듯 딱딱 들어 맞으며 눈길을 끈다.
이것은 중반 이후 관객들에게 고개를 수긍케 하는 감탄?과 쏠쏠한 재미를 주며,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서서히 마무리된다. 과연 실연남 유석과 마찬가지 실연녀 애연의 사랑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아니면 그 꽃뱀 나리에게 걸려든 병찬의 애정공세는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전히 싱글남으로 도시의 하이에나를 자칭하는 찌찔남 복남은 어떻게 됐을까.. 그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케 되는데, 저 그림처럼 그렇게 충격적인 건 아니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했던 오정세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팬티 바람에 그런 굴욕까지, 이 배우 참 연기가 맛깔난다. '쩨쩨한 로맨스'에서도 그러더니..ㅎ
커플즈, 청춘남녀의 단순 로맨스 보다는 얽히고설킨 재구성이 돋보인 로코물
이렇게 영화는 5인5색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흔한 이야기 같지만, 이들의 각자 상황을 옴니버스 식으로 그리면서 영화는 꽤 색다르고 독특한 방식을 띄운다. 메인으로 보여주었던 유석과 애연의 연애담을 밑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그 속에는 이들 5명의 남녀가 얽히코설킨 지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멀티적 플롯은 몇몇 '로코'에서도 나온 포맷이긴 하지만, 여기 '커플즈'가 견지하는 바는 대놓고 그렇게 그리며 연실 눈길을 끈다. '아,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이들은 함께 있었구나..' 못 봤을 뿐이지, 사건사고에 얽힌 그 지점을 묘하게 크로스 시키며 우연과 필연에 방점을 찍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이들의 좌충우돌 한바탕 소동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이것은 여기 5명의 캐릭터에서 견인된 바도 크다. 메인으로 나왔던 김주혁과 이윤지의 새침떼기 리얼 연애담은 차치하더라도, 이 영화에서 이야기의 핵심이자 푸는 열쇠의 주인공은 바로 '이시영'이 분한 꽃뱀 '나리'라 할 수 있다. 즉 그녀로 인해서 모든 게 사단나고 벌어지면서 이들 관계의 지점이 밝혀지며 눈길을 끈다. 그런 나리를 친구의 사주로 뒤쫓게 된 복남 역의 오정세는 여자를 쫓는 도시의 하이에나를 자칭하지만 돌아오는 건 무시와 냉대 뿐인, 전형적인 헛물켜기에 바쁜 찌질남 스타일로 잔웃음을 내내 주었다. 또 그런 나리에게 모든 순정을 다 바칠 정도로 약간 모양 빠지는 조폭남 병찬 역의 공형진 또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핵심인 섹시한 바람녀로 분한 나리 역에 이시영 또한 전작 '위험한 상견례'와 비슷한 스타일이긴 해도, 그녀만의 코믹 본능을 과시하며 극을 재밌게 만들었다. 표정 연기가 참 좋더라는..
아무튼 영화는 그 흔한 로맨틱 코미디물이라 봐도 무방하지만, 이들 5명의 얽히고설킨 사연들 속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종국엔 돈을 갖고 튄 나리로 인해 약간의 범죄 코드도 있긴 하지만, 이것 조차도 어찌보면 코믹이다. 그래서 영화 '커플즈'가 그려내는 지점은 무게감으로 포장돼 감성을 자극하는 로맨스도 아니요, 로맨틱 코미디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로맨틱한 분위기로 일관하지도 않는다. 장르적으로 액션과 스릴러 코드만 뺀다면, 이래저래 여러가지를 섞어 놓으며 청춘남녀가 나오는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걸, 최대한 담아낸 무난한 코미디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옴니버스식으로 교차 편집해 눈길을 끌었으니, 분명 로코물의 재구성이긴 하다. 그것이 비록 우연의 남발이라도, '커플즈'의 영화적 재미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이, 보면 안다. 누가 맺어지고 찢어질지.. 또 누가 홀로 남을지를..
그리고 요즈음 나름 잘 나가는 처자 '이시영'은 역시 예뻤다. 아니 각선미가.. 아주 그냥...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4065&mid=16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