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비밀 - Secrets, Objects
영화
평점 :
현재상영


 

TV 브라운관에 익숙한 배우이자, 영화 '귀신이 산다'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장서희 주연의 색다른 멜로 영화가 나왔으니 이름하여 '사물의 비밀'이다. 사물이라? 그녀의 비밀도 아니고, 왜 '사물의 비밀'일까.. 제목만 봐서는 은근히 철학적이면서도 무언가 멜랑꼴리한? 예술적 냄새도 나는 게, 꽤 의미심장한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런 예술과 철학은 고사하고 이건 한 편의 그 흔한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대신에 은근히 코미디 상황도 그려내며, 이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지점과 관점이 다소 특이하다.

그렇다. 제목에 나왔듯이 바로 '사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이 영화의 주요 특색이다. 장서희가 분한 40살 사회학과 교수를 바라보는 '복사기'와 21살 건장한 청년을 바라보는 '디카' 이 두 사물이 어찌보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매개체다. 즉 이들을 통해서 바라본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그것이 바로 사물의 시선 아니 '사물의 비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바라본 두 남녀가 간직한 비밀은 무엇이었고, 왜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여교수와 남제자의 은밀한 이야기 속에는 마치 무언가 에로티시즘을 연상케하며 기대를 모은 가운데.. 강호는 운좋게 VIP 시사회를 통해서 이 영화를 먼저 접했으니, 시놉시스는 이렇다.


40살 혜정의 비밀 “하고 싶어… 너무 하고 싶어…”

혼외정사에 관한 논문을 준비중인 마흔 살 사회학과 교수 혜정(장서희).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스물 한 살의 청년, 우상(정석원). 너무나 오랜만에 여자임을 느끼는 그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그녀에게 스무 살 어린 이 남자, 과연 올라 갈 수 없는 나무일까?  21살 우상의 비밀 “세상 모든 여자와 다 자도 이 여자하고만은 자지 않겠다” 한편, 흔들리는 청춘 우상에게도 그녀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상대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는 그의 눈빛. 우상의 마음은 그의 분신 디카만이 알고 있다.

서로에게만 말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비밀. 그녀의 욕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고..
뜻하지 않게 놀라운 비밀이 밝혀지는데… 과연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21살의 젊은 청년 '우상'과 40살의 여교수 '혜정', 둘은 사이좋게 연구 논문에 매진하는 사이..)

여기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마흔 살의 여교수 '혜정'(장서희)이 있다. 그녀의 남편조차 교수로 이들 부부는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나 안정적으로 명망좋게 잘 나가는 커플이다. 하지만 이건 컽모습만 그럴 뿐, 이들 사이는 웬수처럼 별로 좋지 않다. 그저 서로의 일에 치일 뿐, 관심이 별로 없다. 그래서 혜정은 오늘도 섹스 관련 커뮤니티를 넘나들며 '해방보X'로 활약중이다. 그렇다. 그녀는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푸는 캐리어우먼이다. 그러던 차, 혼외정사와 관련된 연구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도와줄 학생을 하나 구하게 되는데.. 여기에 21살의 젊은 청년이 '우상'(정석원)이 참여하게 된다. 혜정은 그를 보는 순간.. 무언가 낯설음에 찌릿함을 느꼈는지, 그녀를 바라본 교수실의 복사기는 "아줌씨 그러지 말라"며 외치지만.. 혜정은 마냥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그와 함께 사례 분석차 인터뷰를 하러 다니며 열심히 연구 논문에 매진한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로 가진 어느 아줌마의 인터뷰가 압권이다. 바로 그녀의 증언대로 혼외정사의 리얼한 정사씬이 스크린을 휘감는다. 바로 횟집녀가 회를 뜨는 남자와 눈이 맞아 사랑 아니 섹스에 리얼하게 빠진 거. 이 부분은 가히 파격이라 할 정도로 원테이크 6분에 달하게 그들 두 남녀는 섹스를 가열하게 펼쳐낸다. 횟집의 회를 뜨는 그 장소에서.. 이런 리얼한 인터뷰가 끝나고 후끈 달아오른 혜정.. 하지만 옆에서 과일만 깍던 우상은 시큰둥할 뿐이다. 혹시 이 넘이 선수?!


(혜정의 속내, 우상아.. 나 너에게 이렇게 기대고 있잖니.. 어떻게 좀 해야되지 않겠니.. ㅎ)

이렇게 둘은 연구 논문을 단순 스승과 제자 사이로 진행을 한다. 하지만 어디 사람일이 그렇게만 되는 것인가.. 40살과 21살의 나이차가 많이 있더라도 젊은 미모를 간직한 여교수와 건장한 체격의 힘이 마구 샘솟는 21살의 남자, 가만히 있기는 힘들 터.. 먼저 복사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혜정은 점점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며 우상에게 빠져든다. 한마디로 "한 십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우상이를 내가 접수했을텐데"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그녀의 욕망은 우상을 너무나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막상 손을 내밀지 못하며 은근히 접근하는 식.. 그런데 이 놈 우상인 쑥맥인지, 이런 여교수의 마음도 모른 채, 아주 플라토닉하게만 그녀를 대할 뿐이다. 이러니 혜정도 답답할 노릇..

그러자 혜정은 자신의 친구 두 명을 불러 선술집에서 자신이 젊은 청년을 좋아하게 됐다는 애끊는 사정을 실토.. 결국, 2차로 이어진 자리에서 그녀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우상도 마찬가지다. 그를 바라본 '디카'의 시선으로 시작된 이 남자의 이야기는 혜정을 바라본 복사기의 시선과는 다르게 진행이 된다. 디카가 바라본 우상은 그렇게 쑥맥은 아니었다. 물론 아픈? 과거가 있었어도, 나름 견실하게 살아왔던 그에게 들이닥힌 불행이 있었다. 그러면서 만나게 된 여교수 혜정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나 싶었는데..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로부터 야멸찬 시선과 냉대.. 결국 우상은 그길로 홀로 떠나게 되는데..

과연 이들 사랑은 어떻게 완성이 됐을까.. 아니면 그대로 찢어지며 상처로 남았을까..
이 모든 건.. 마지막에서 더 이상의 무엇을 채워주지 못한 채 마무리 되고 만다.


(결국 서로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이.. 다가가는 둘.. 과연 이들의 사랑은 완성됐을까?)

이렇게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전형적인 멜로물이다. 그런데 보통의 흔한 멜로물과는 분명 다른 맛이 느껴진다. 그것은 바로 제목 '사물의 비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황이 그려지며 두 남녀의 처한 입장을 대변한다. 즉 교수실 한켠에 있던 '복사기'가 바로보는 여교수 혜정에 대한 시선과 잣대.. 그리고 우상이 애지중지 아끼던 '디카'가 바라보는 우상의 이야기 등이, 옴니버스식 두 편으로 이어지며 극의 색다른 재미를 부여했다. 이들의 대사톤이 다소 코믹하게 그려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해 드라마의 무게감을 덜기도 했다. 이것은 분명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사물의 비밀', 색다른 사물의 시선 속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때꾼한 멜로물

하지만 영화는 장르적으로 포섭된 정통 멜로물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둘의 관계가 그렇게 멜로적이거나 그렇다고 애절하다는 그런 건 없다. 두 사물의 시선이 바라보는 지점이 다소 코믹하게 그려낸 것도 있기도 해 그런 분위기를 상쇄시켰다. 여기에다 멜로에서 궁극의 파격을 일삼는 정통 에로물도 아닌 게, 사실 횟집녀로 분한 '윤다경' 여배우의 리얼한 섹스씬과 그녀의 속살만이 에로에 방점을 찍으며 눈길을 단박에 끌었을 뿐, 정작 주인공 장서희의 파격 변신은 없었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꽤 아쉬운 부분이다. 내심 기대를 했었다. 이른바 그녀의 속살을 보고 싶었다는 그런 음흉보다는, 무언가 이야기적으로나 전개상 파격이 있어 극을 한층 돋굴 필요가 있었는데 이마저도..

그렇다고 문소리 주연의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처럼, 장서희가 분한 여교수는 그런 섹시어필도 안 됐다는 거.. 그저 컽은 착하고 예쁘고 나름 화려하다지만.. 속내는 분명 '널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찬 여교수의 매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 건 이 영화의 패착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여교수의 캐릭터가 밍숭맹숭했다고 볼 수 있는데.. 반면에 21살의 청년으로 나온 정석원의 우상 역은 나름 볼만했다. 얼핏 가수 '비'와 닮아 보이는 외모에다 아직은 인기 배우의 반열은 아니더라도, 가수 백지영의 남자로 이름을 먼저 알린 이 배우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는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직은 디테일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

아무튼 이래저래 좀 아쉬운 멜로물이 아닌가 싶다. 제목 '사물의 비밀' 때문에 내심 두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파격은 보이지 않았다. 다소 코믹스럽게 종국엔 은밀한 것도 아닌, 그냥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확인하는 절차로 사물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색다를 뿐, 장서희가 분한 다소 이중적인 캐릭터 마흔 살 여교수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멜로물이 아니었나 싶다. 그냥 귀엽고 예뻐보일 뿐.. 스무살 연하의 제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파격치고는 아주 약했다. 어차피 영화라면 과감할 필요가 있었는데 말이다. 횟집녀처럼.. ㅎ

그래도 나름 재밌고 색다르게 볼만한 멜로물은 된다. 끝이 좀 허망하긴 해도...
연상연하의 사랑 이야기 '사물의 비밀', 결국 파격 대신 안정을 택한 포장된 불륜이었을까..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6941&mid=163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