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빠질 때 놓치는 것
레니아 마조르 지음, 플로랑 베귀 그림, 이보미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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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삶과 가장 동떨어진 것이 바로 스크린의 삶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크린 풍경과 소리에 갇힌 삶이랄까. 스크린 영상을 만드는 생산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문제는 스크린 영상을 매일 소비하는 중독 수준의 사람들이다. 계절의 변화를 자연 속에서 직접 체감하지 않고 스크린을 통해 대리 경험하거나 계절의 흐름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심신 건강에 치명적이다. 거주지가 도시든 시골이든 관계가 없다, 손 안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으면 말이다. 요즘은 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이들도 엄청 많은데, 이들도 거의 스몸비와 다를 바 없다.

현대인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크린 피로에 찌들어 있다. 스크린 피로는 당뇨나 거북목은 저리 가라 할 만한 최신 유행병이다. 스마트폰, 온라인 게임, 유튜브가 고질적인 스크린 피로를 부르는 주범이다. 스크린 피로는 집중력 저하, 주의력 결핍, 브레인포그, 문해력 저하 등을 일으킨다. 혹시 소아정신과에 가본 적이 있는가. 요즘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예약을 하려면 두세 달은 기다려야 할 정도다.

등장인물 에밀처럼 태블릿, 스마트폰,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이 도처에 넘쳐난다. 여동생의 요청으로 안티 스크린 특공대가 출동한다. 특공대는 에밀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총 7단계 작전을 수행한다. 하지만 작전마다 모두 실패다.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인 작전이라서 그럴 지도 모른다. 짧고 빠른 디지털 스크린에 중독된 이가 길고 느린 아날로그 작전으로 해결이 될까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동생이 에밀에게 보낸 영상 하나가 판국을 뒤집는다. 너무 극적인 반전이라 나로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해결책이다. 아무튼 이 그림책은 우리가 스마트폰에 빠져있을 때 무엇을 놓치게 되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에 대한 태도와 행동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스크린 피로는 죽을 때까지 쭉 함께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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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 고대~중세 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정헌경 지음, 뭉선생.윤효식 그림,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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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인에게 늘 강추하는 세계사 책이 두 권 있다. 이른바 ‘하룻밤 시리즈’로 유명한 미야자키 마사카츠의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다. 이 책은 동양편보다 서양편이 더욱 볼 만하다. 그런데 이 책을 대뜸 학습만화에 길들여진 초등 중학년에게 권하기는 꽤나 애매하다. 이야기보다도 도표나 요약 정리 위주라서 그렇다. 시험서처럼 다가와 다분히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 있기에, 세계사에 대한 아이의 흥미를 미리 허물어 버릴 리스크도 있다. 초등 자녀를 위한 세계사 교재를 찾던 와중에 주니어김영사가 펴낸 《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시리즈를 만났다.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 네 명의 인기 캐릭터 '간식단'과 4컷 만화, 그리고 풍부한 사진 자료가 아이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총 세 권으로, 1권은 고대~중세, 2권은 중세~근대, 3권은 근대~현대의 역사를 담았다.

나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 '세계사 공부'라고 생각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 따라서 모든 역사는 '현재사'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화'와 '지구촌'이라는 말이 공상과학용 수식어가 아닌 일상 현실이 된 마당에, 세계사는 타지와 타국의 동떨어진 역사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역사이기도 하다. 학과목으로 본다면 본격적인 세계사 수업은 중2 때부터다. 하지만 타인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어릴 때부터 잘 키우려면 초딩 때부터 세계사에 대한 기초 교양을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시리즈 1권은 '세계의 선사 문화와 고대 문명', '고대 제국이 세워져 발전하다', '아시아 문화의 형성과 확산', '크리스트교 문화의 형성과 확산'의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명한 역사적 등장인물로는 진시황, 유방, 다리우스 1세,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콘스탄티누스, 싯다르타, 측천무후, 무함마드, 하인리히 4세, 유스티니아누스, 잔다르크 등이 등장한다. 두 페이지에 걸치는 본문 왼편에 4컷 만화가 있고, 오른편에는 '불멸', '측량술' 같은 낱말 체크, 파피루스나 갑골문,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 같은 사진 자료, 그리고 '쏙쏙 퀴즈'가 자리한다. 한 단원이 끝나면 '역사 탐험 보고서'로 핵심 포인트를 다시 짚어보게 했다. '간식 타임'에서 몸풀기로 재미난 퀴즈를 가볍게 풀게 한 후에, 좀더 어려운 문제가 나오는 '세계사 퀴즈왕'에서 심화학습이 가능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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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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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 공허의 시대다. 허무주의와 냉소주의, 계산적인 무관심이 판을 친다. 스크린 멘토들은 구약의 선지자처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으라고 목놓아 외치고 있다. 가정과 사회를 유지해왔던 전통적인 가치관과 시스템들이 삐걱거리거나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가치 대붕괴의 시대다. 단군 이래 최대 자살률, 최저 출산율, 최저 행복지수가 그 증거다. 단군 이래 최고의 부유함을 누리고 있지만 말이다. 험하고 거친 물질 만능의 시대이기 때문에 삶을 살아내고 현실을 버텨내는 실존적인 용기가 절실하다. 그리고 유명인의 '억' 소리 나는 통 큰 기부보다도 가족과 이웃의 작은 친절과 소소한 배려가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사연 없는 죽음도 없다. 특히 고독사, 자살, 범죄로 인한 사망은 가슴 아픈 사연을 남길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죽음이다. 고독사는 말그대로 관계의 단절에서 파생된 외롭고 쓸쓸한 죽음이다. 의미있는 사회적 교류의 실패, 그게 곧 고독사의 근본 원인이다. 물론 신병 비관이나 정신질환, 낮은 사회경제적 처지가 고독사의 수렁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인생이라는 배가 가라앉을 때 인간관계를 등한시하는 것은 구명조끼를 배 밖으로 내던지는 행위와 비슷하다. 인간관계는 피난처, 식량, 물만큼이나 생존과 성공에 필수 요소이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운을 북돋아 준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질 웨버의 말이다. 고독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관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새삼 곱씹게 된다. 외로이 떠난 고독사는 결국 외롭고 버림받은 삶의 귀결이다. 비혼, 이혼, 일인가구가 폭증하는 요즘, 누구나 고독사에 처할 수 있다. 나이드신 홀몸노인의 고독사도 문제지만, 젊은 청년의 고독사는 더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업 스트레스, 진학 스트레스, 자존감 저하, 불안장애,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등으로 힘겨워하는 외로운 청년들이 너무 많다.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의 유품정리사 김새별과 전애원에 따르면, 유품정리사의 일은 크게 세 가지다. 고인이 남긴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유품을 정리해 가족에게 전달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다. 고독사의 전형적인 장소는 원룸텔과 고시텔, 쓰러져가는 판잣집이지만, 때론 번화가의 부유한 아파트일 때도 있다. 고독사 현장에서 나온 가구나 집기, 쓰레기 등은 즉시 폐기물 업체에 처분하게 된다. 한편, 유족에게 전하는 유품은 고인의 앨범, 휴대전화, 신분증, 각종 서류, 통장, 현금, 귀중품 등이다.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은 '자신을 지켜내는 7계명'을 들려준다.

1. 작은 일이라도 오늘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미루지 마세요.

2.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까운 지인을 곁에 두세요.

3. 밥 대신 술을 찾지 마세요.

4. 취미를 만드세요.

5. 생활계획표를 만들되 시간을 정해놓지 마세요.

6. 꿈과 목표를 정확히 하세요.

7. 남의 행복 말고 자신의 행복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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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 - 인생의 흐름을 바꾸는 하루 한 장, 90일간의 긍정 확언 필사 Collect 27
정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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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씨는 매우 작다. '개미체'에 비견될 정도다. 내 글씨를 개미체로 만들어준 책이 한 권 있다. 초딩 때 육문사에서 펴낸 책들을 열심히 봤는데, '흑자인생신서'라는 자기계발서 시리즈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때 클라우드 M. 브리스톨의 『신념의 마력』 같은 책들을 열독했다. 그런데 이름은 명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흑자인생신서의 저자 한 명은 긍정확언은 최대한 작게 쓰라는 섬세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야 집중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조언을 여러 해동안 충실히 따르다보니 내 글자는 영낙없이 개미체가 되었다.

긍정확언의 활용법은 다양하다. 가령 매일 아침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보며 긍정확언을 낭송할 수도 있고, 시시때때로 출퇴근길에 메모지에 적어볼 수도 있고, 종이에 적은 확언을 사무실 책상에 붙여서 틈나는대로 들여다볼 수도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초긍정'이라는 적극적인 긍정주의 태도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내가 보기에 한국은 필사족이 많은 사회다. 성경 필사에 힘쓰고 있는 지인이 있고, 나처럼 긍정확언 필사 경험이 있던 분들도 적지 않다. 마침 '마인드풀tv'의 인기 유튜버 정민은 90일간의 긍정 확언 필사를 제안한다. 저자는 한때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힘들어 했던 적이 있는데 습관적으로 읊조리는 긍정확언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나도 긍정확언의 힘, 신념의 힘을 믿는다. 어려서부터 믿어왔다. 긍정확언을 읽고 쓰고 되뇌는 것은 자존감과 자기확신의 힘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쓸 때 개미체로 쓰라는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저자 정민은 확언의 유형을 크게 '나를 다스리는 확언, 편안한 인간관계를 위한 확언,내 마음을 돌보는 확언, 풍요의 에너지를 일구는 확언'으로 구분한다. 책에서 선보인 확언은 모두 길지 않다. 가령 "나는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 "내 삶에 존재하는 모든 인연에 감사하다", "나는 하늘이고 모든 것은 지나가는 날씨이다", "나는 삶의 모든 풍요를 허용한다" 등이다. 만약 자괴감과 자기부정과 같은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여기에 나오는 확언의 단어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음미해가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보자. 그리고 필사든 낭송이든 조급해지기 쉬운 들뜬 마음을 다독이는 차분함과 꾸준함도 필요하다. 긍정확언 필사가 학교 과제물과 같은 의무감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는 긍정확언 필사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거리, 즉 소확행의 하나라고 믿는다. 긍정확언들이 우리 마음밭에 뿌려진 행복의 종자가 되어 언젠가는 풍성한 행복의 숲으로 커져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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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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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그 말이 선해진다. 증자의 말이다. 유명인사의 유언이나 비문을 살펴보면 얼핏 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죽음에 처한 이의 마지막 말을 모아 보면 어처구니 없어 보이거나 허무맹랑한 것도 적지 않다. 설령 진지한 유언을 남겼다 해도, 진실성은 느껴지지만 뭔가 배울 만한 그런 게 없어 보이는 것도 있다. 가령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부인과 동반자살을 했는데 이런 유언을 남겼다."나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 시대는 내게 불쾌하다." 그런데 의사 출신의 독일 작가 한스 할터에 따르면,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언은 이보단 더 문학적이다.

"나의 모든 친구들이 길고 긴 밤 뒤에 찾아오는 붉은 해를 볼 수 있기를. 그러나 무엇보다 참을성 없는 나는 그들보다 먼저 떠난다네."(221쪽)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책도 썼는데, 유럽 명문가 출신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였다. 어머니가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이고, 남편은 프랑스 황제 루이 16세다. 프랑스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왕녀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말은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였다. 처형될 때 사형집행인의 발을 잘못 밟자 한 말이란다. 반면에, 남편인 루이 16세는 보다 당당한 최후의 말을 남겼다.

"나는 비록 죄가 없지만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나의 피가 프랑스를 위해 사용되기를 기원하고 그리고 신의 화를 잠재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너, 불행한 민족에게도……."(66쪽)

한스 할터는 이 책에서 유명인사 수십 명의 유언과 마지막 말을 조사하고 수집했다. 개인적으로 괴테나 오스카 와일드 같은 문필이 뛰어난 작가보다도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같은 과학자들의 마지막 말이 더욱 큰 문학적인 울림을 준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일테면, 찰스 다윈은 심장병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에도 어떠한 섬망 증세도 보이지 않았는데, "나는 죽음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자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아주 조용한 죽음을 맞이했는데, 수양딸에게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구나"라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고. 라듐의 방사선 폐해에 오랫동안 시달린 마리 퀴리는 햇살 가득한 알프스를 바라보면서 "나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약이 아니라 자연과 신선한 산의 공기로구나"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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