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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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 공허의 시대다. 허무주의와 냉소주의, 계산적인 무관심이 판을 친다. 스크린 멘토들은 구약의 선지자처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으라고 목놓아 외치고 있다. 가정과 사회를 유지해왔던 전통적인 가치관과 시스템들이 삐걱거리거나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가치 대붕괴의 시대다. 단군 이래 최대 자살률, 최저 출산율, 최저 행복지수가 그 증거다. 단군 이래 최고의 부유함을 누리고 있지만 말이다. 험하고 거친 물질 만능의 시대이기 때문에 삶을 살아내고 현실을 버텨내는 실존적인 용기가 절실하다. 그리고 유명인의 '억' 소리 나는 통 큰 기부보다도 가족과 이웃의 작은 친절과 소소한 배려가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사연 없는 죽음도 없다. 특히 고독사, 자살, 범죄로 인한 사망은 가슴 아픈 사연을 남길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죽음이다. 고독사는 말그대로 관계의 단절에서 파생된 외롭고 쓸쓸한 죽음이다. 의미있는 사회적 교류의 실패, 그게 곧 고독사의 근본 원인이다. 물론 신병 비관이나 정신질환, 낮은 사회경제적 처지가 고독사의 수렁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인생이라는 배가 가라앉을 때 인간관계를 등한시하는 것은 구명조끼를 배 밖으로 내던지는 행위와 비슷하다. 인간관계는 피난처, 식량, 물만큼이나 생존과 성공에 필수 요소이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운을 북돋아 준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질 웨버의 말이다. 고독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관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새삼 곱씹게 된다. 외로이 떠난 고독사는 결국 외롭고 버림받은 삶의 귀결이다. 비혼, 이혼, 일인가구가 폭증하는 요즘, 누구나 고독사에 처할 수 있다. 나이드신 홀몸노인의 고독사도 문제지만, 젊은 청년의 고독사는 더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업 스트레스, 진학 스트레스, 자존감 저하, 불안장애,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등으로 힘겨워하는 외로운 청년들이 너무 많다.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의 유품정리사 김새별과 전애원에 따르면, 유품정리사의 일은 크게 세 가지다. 고인이 남긴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유품을 정리해 가족에게 전달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다. 고독사의 전형적인 장소는 원룸텔과 고시텔, 쓰러져가는 판잣집이지만, 때론 번화가의 부유한 아파트일 때도 있다. 고독사 현장에서 나온 가구나 집기, 쓰레기 등은 즉시 폐기물 업체에 처분하게 된다. 한편, 유족에게 전하는 유품은 고인의 앨범, 휴대전화, 신분증, 각종 서류, 통장, 현금, 귀중품 등이다.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은 '자신을 지켜내는 7계명'을 들려준다.

1. 작은 일이라도 오늘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미루지 마세요.

2.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까운 지인을 곁에 두세요.

3. 밥 대신 술을 찾지 마세요.

4. 취미를 만드세요.

5. 생활계획표를 만들되 시간을 정해놓지 마세요.

6. 꿈과 목표를 정확히 하세요.

7. 남의 행복 말고 자신의 행복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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