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계획 - 맛 좀 아는 먹브로의 무계획 유랑기
MBN <전현무계획> 제작팀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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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생 최애 음식을 꼽아보았다. 육개장, 함흥냉면, 굴면 세 가지다. 그런데 이 세 음식이 죽기 직전에 먹고 싶은 최후의 시그니처 메뉴인지 물으니 그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죽기 직전에는 갱시기 한 그릇을 먹고 싶다. 나는 음식에 있어서 모순되는 태도를 갖고 있다. 한 끼를 먹어도 맛있는 것을 먹자는 주의와 끼니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는 태도가 충돌한다. 전자에 방점이 찍히면 식도락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맛집 기행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끼니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 이렇다 할 '먹친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책을 자주 보고, 전국 방방곡곡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이나 책을 탐닉하는 편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일 것이다.

"맛 좀 아는 먹브로의 무계획 유랑기"인 『전현무계획』을 방송보다 책으로 먼저 접했다. 방송인 전현무와 여행 크리에이터 곽준빈이 진행하는 맛집 프로그램이다. 책은 서울을 필두로 경인(경기·인천), 부산, 전라, 강원, 경상도의 순으로 '길바닥' 맛집들을 소개한다. 맛집의 '주소', '운영 시간', '찾아가기'는 물론, 식재료 정보나 '먹팁'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우 부위별 특징'이나 '전국의 유명한 막걸리'에 대한 정보가 인상적이었다. 간혹 레시피 팁까지 등장하는데 요리책 수준까진 아니다. 골뱅이무침이나 제육볶음이 먹고 싶다면 관련 맛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남자들의 소울푸드 1위 메뉴", "직장인들의 선호 음식 1위"가 제육볶음이란 말이 있는데, 제육볶음 맛집으로 남도집, 오양식관, 명품맛집 등 여러 식당이 등장한다.

한 번 먹고 금세 맛집이다,라는 판단을 내리면 너무 성급하다. 먹고 맛있어서 다음날 또 가서 먹으면 전날만 못하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집 소감은 시간의 담금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방송은 못 봤지만, 부산 편과 강원도 편이 기대된다. 내가 면요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먹큐멘터리를 찍는다면 대부분은 면요리, 중화요리일 것이다. 중년이 된 지금은 소식파지만, 한창 젊을 때는 대식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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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스몰 토크 이렇게나 쉬웠다니
김영욱 지음 / 모티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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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어를 잘 하려면 우리가 많이 쓰는 표현을 원어민은 어떻게 쓸지 알아두어야 한다. 동시에 원어민이 실제로 많이 쓰는 패턴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영어 고수가 되려면 이런 양방향의 호기심과 고민이 모두 필요하다. 가령 영어로 표현하기 매우 껄끄러운 일상어가 있다. 눈치, 대박, 혼나다, 삐지다, 귀찮다, 부담이다 등이 그러하다. 우리말 속담과 성어도 영어로 표현하기는 꽤나 버겁다.

45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어 크리에이터 '달변가 영쌤' 김영욱은 일상 대화에서 가장 많이 쓸 수 있는 짧은 문장들을 두루 정리했다. 우리가 스몰 토크에서 매우 자주 쓰는 한국어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원어민이 가장 많이 쓰는 필수 패턴과 조동사 패턴은 무엇인지, 다양한 예문과 대화문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가령 '눈치'라는 단어를 보자. 영어 좀 했으면 '힌트'를 금방 떠올릴 것이다. 우리도 '힌트 없어요?' 혹은 '힌트 좀 줘봐'라는 식으로 자주 사용하지만, 맥락과 의미가 다르다. 저자는 '넌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를 '테이크 어 힌트(take a hint), 크루리스(clueless), 리드 더 룸(read the room)' 세 가지 표현을 써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QR 코드를 통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다. 있다면 독학에 더 용이할 텐데 말이다.

나는 배우 유연석의 '주말연석극'을 챙겨 본다. 지인을 초대해 안부와 근황 위주로 스몰 토크를 나누는 유튜브 방송인데, 초대 손님을 위한 맞춤형 시그니처 음료가 제공된다. 스몰 토크의 고전 레시피는 역시 '이번 주말에 뭐 해?'라는 질문이다. '주말연석극'은 방송 후반에 이 말을 꼭 물어본다. 집에서 그냥 쉴 거다, 친구를 만날 거다, 친구 결혼식에 갈 거다, 집 청소를 할 거다,라는 답변이 많다. 아, 요즘 러닝 열풍이 매우 거센데, 이번 주말에 한강에서 달릴 거라는 답변도 많아지리라 본다. 책은 '이번 주말에 뭐 해?'라는 표현을 응용해, 일 끝나고 뭐 해?, 이번 연휴에 일정 어떻게 돼?, 다음 주 금요일에 뭐 해? 등으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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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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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약자가 강자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자세는 크게 세 가지다. 순종, 저항, 도주. 약자의 저항은 으레 냉혹한 보복을 부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항 가운데 어떠한 맞대응도 전부 무장 해제시키는 그런 조용한 저항이 있다. 그런 조용한 저항의 대명사가 바로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이 창조한 '필경사 바틀비'다.

이야기의 무대는 금융 경제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한 변호사 사무실이다. 총 네 명의 직원이 있는데, 터키(칠면조), 니퍼스(핀셋), 바틀비는 복사기가 없던 시절, 공정한 계약서 사본을 작성하기 위해 고용한 필경사들이다. 그리고 사무실 소년 사환으로 진저 너트(생강과자)가 있다. 사무실 주인장인 변호사는 이야기의 화자이면서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신조 하에 직원들과의 화합을 중시하는 나름 인간적인 보스다. 야망과는 거리가 멀고, "더없이 신중한 안전제일주의자"라서, 자본주의 질서에 매우 잘 길들여진 그런 인물이다.

직원들의 개성이 더 뚜렷하다. 가령 터키는 정오 이전까지는 정상적이지만 정오 이후에는 ADHD 환자처럼 변해버린다. 너무 혈기 왕성해져 실수를 연발하는 것이다. 니퍼스는 일 처리도 빠르고 단정한 매무새를 가진 나름 야심이 있는 청년이지만, 소화불량 탓인지 툭하면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투덜꾼이 된다. 다만 니퍼스는 터키와는 반대로 오전에는 신경질적인 발작을 일삼지만 오후에는 비교적 얌전한 편이다. 그러니깐 터키와 니퍼스는 오전과 오후 번갈아가며 말썽을 일으키는 톰과 제리 같은 짝꿍이랄 수 있다. 진저 너트는 열두 살 정도 된 어린 소년으로, 터키와 니퍼스에게 과자와 사과를 사다 주는 심부름꾼이다.

마지막으로 고용된 바틀비는 처음엔 무척 깜냥 있는 필경사였다. 하지만 사흘째 되던 날부터 필사본 대조 작업을 거부하더니 나중에는 주요 업무인 필사까지 작폐하고 만다. 바틀비의 거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라고 할 뿐이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바틀비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애를 쓰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나중에 변호사에게 해고당하고, 사무실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 때에도, 바틀비는 텅 빈 그 원래 사무실에서 유령처럼 살아간다.

「필경사 바틀비」는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를 그린 명작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바틀비를 탈예속적 주체 혹은 자기 배려의 주체라고 높이 평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바틀비의 저항은 결국 불통과 단절의 저항이기에,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올바른 저항법인지는 의문이다. 바틀비의 비극적인 결말을 놓고서 인간의 존엄성이나 자유의지 발현 운운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바틀비식 삶의 태도가 현대인의 소외와 허무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는 있지만, 과연 그런 식의 저항법 외에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을까. 윤리는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삶의 지혜 혹은 삶의 기술이다. 그런 면에서 바틀비는 바로 '공존과 연대의 윤리'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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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멈추는 기술 - 쉽게 불안하고 예민해지는 당신을 위한 감정 훈련법
마사 벡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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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배낭이란 게 있다. 재난이 닥쳤을 때 생존에 요긴한 물품이 담겨있는 가방이다. 그런데 이 생존 배낭에 넣어갈 순 없지만 생존과 생활을 위해선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불안을 멈추는 기술'이다. 현대인은 모두 불안하다. 남녀노소 모두가 불안한 게 현대사회의 뚜렷한 특징이다. 전화벨이나 카톡 울림에도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불안장애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전 세계에 만연하고 있다. 때문에 유치원생에게 인사예절을 가르치듯, 현대인 모두가 불안을 멈추는 기술을 배워야 할 때다.

불안은 감기와 같은 질병이거나 면역저하 같은 장애와 다를 바 없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사 벡은 평생 불안을 화두처럼 파고들었다. 저자 본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언제나, 항상, 늘 불안했기 때문이다. 불안을 들여다보려면 뇌과학과 신경과학, 심리학, 철학 등을 아우르며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의 표현처럼, "불안을 활용할 줄 알면,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불안과 창의성이 마치 스위치처럼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를 뇌과학에서 찾아낸다. 쉽게 말해서, 우리 뇌 좌반구에 '불안의 소용돌이'가 자리 잡고 있다면, 뇌 우반구에 '창의성의 소용돌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논리다. 좌뇌는 분석, 예측, 통제하지만, 우뇌는 통합, 상상, 몰입한다.

저자는 우선 뇌와 신경계가 불안을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부정성 편향'이나 '거울의 집'처럼 불안을 강화하는 심리적 경향을 살펴본다. 그런 후에, 좌뇌와 우뇌를 모두 활용해 생각과 인식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훈련법을 제시한다. 편도체를 달래는 요령들(크게 숨쉬기, 눈의 초점 풀기, 불안 생명체 움직이기, 중얼거리기 등)을 비롯해, 감각 전환, 호기심 훈련, 안식처 만들기, 친절한 내면 대화 등이 그러한 불안 해소법이다. 창의성과 몰입 등 '창의적 자아 활성화'와 결부된 우뇌 활용법은 신경해부학자 질 볼트 테일러의 극적인(좌반구 대부분의 기능이 멈추었던) 개인 사례에 빚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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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로댕 - 개정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상원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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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에게는 두 가지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바로 '고독'과 '가난'이다. 무명의 예술가가 유명해지고 궁핍에서 완전히 벗어났어도 고독만큼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명성과 부유함도 기다림과 외로움의 시간들만큼은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는 예술 창작이 주는 행복감과 고양감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작품은 "위대한 사물들의 은총"과 다를 바 없다. 예술작품은 고통과 고독을 토양으로 삼아 피어나는 거룩한 인동초다.

건축, 그림, 조각 가운데 조각은 늘 뒷전이었다. 위대한 조각가의 절대적 아이콘은 미켈란젤로인데, 나는 미켈란젤로 대신에 조각가 로댕과 로댕 미술관을 파고 들었다. 무시할 수 없는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우선은 로댕의 뮤즈인 카미유 클로델 때문이었다. 카미유 클로델의 평전과 영화를 접했고 로댕을 연이어 질타하게 된다. 『릴케의 로댕』(미술문화, 2025)은 더 나중이었다. 중국어판을 먼저 읽었다. 이젠 영어판을 구해보고 싶다.

『릴케의 로댕』은 시인 릴케의 눈으로 포착한 조각가 로댕의 삶과 예술이 녹아있는 고전이다. 이 책은 예술적 감수성이 매우 뛰어난 시인이 쓴 '작가(로댕)론'이면서, 동시에 로댕이라는 거장의 거울을 빌어 재현된 릴케 특유의 '시학론'이기도 하다. 역자 안상원에 따르면, "릴케는 시인이면서 특이하게도 시보다는 조형예술로부터 자신의 시문학에 더 많은 자양을 얻곤 했다." 참고로 릴케의 아내 클라라 베스트호프도 조각가로, 한때 로댕의 제자였다. 시인은 언어를 통해 작업하지만 조각가는 행동을 통해 작업한다. 행동의 언어는 육체였고, 시인의 언어는 사물이었다.

27세의 젊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902년 8월 파리에서 예순두 살의 위대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을 만나 교류한다. 릴케가 로댕을 부단히 관찰하고 연구하며 깨달은 예술가로서의 자세는 "그의 내부에 있는 어두운 인내심", 조용하고 침착한 끈기였다. 릴케는 "무에서 시작하여 고요히 진지하게 충일에 이르는 넓은 길을 가는 자연의 위대한 인내와 무던함과 같은 것"을 로댕에게서 발견한다. 로댕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서두르지 않는 성실함이었다.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된다"가 로댕의 구두선이라면, 내 구두선은 "천천히 서둘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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