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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의 《신곡》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아우르는 장대한 순례의 기억이자, 그 기억을 삶으로 바꾼 실천의 문학이다." 단테 전문가 박상진은 《신곡》이 "단테의 자서전"이라고 보고, 단테가 평생 고민한 문제의식을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인간이란 무엇이고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궁극의 인문학적 의미로 읽어낸다. 저자는 단테의 그런 궁극의 문제의식을 다시금 '만남, 용기, 연민, 대식, 분노, 폭력, 성애, 주술, 탐욕, 분열, 위조, 정의, 고결, 운명, 사랑, 구원'이라는 열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또한 《신곡》의 지옥, 연옥, 천국의 생생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 장 도입부마다 마르티니의 그림을 수록하고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과 영지주의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단테의 《신곡》을 해석하면 작품의 상징적 깊이가 훨씬 더 풍부하게 드러난다. 융에 따르면, 《신곡》은 심리적 개성화 과정이고, 영지주의에 따르면, 《신곡》은 영혼의 상승과 신성한 지식으로의 귀환이다. 융 심리학과 영지주의 모두 단테의 여정을 단순한 도덕적 심판이 아니라 내적 변형과 초월의 상징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융은 심리적 통합을, 영지주의는 영적 해방을 강조하지만, 결국 단테의 여정은 인간이 자기 본질과 신성에 도달하는 길을 상징한다.
단테의 순례를 이끄는 안내자는 로마제국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연인 베아트리체다. 융의 관점에 따르면 베르길리우스는 '현명한 노인' 원형으로 이성적 지혜와 무의식 탐구를 돕는 안내자이고, 베아트리체는 '아니마'의 구현으로, 단테가 자기(Self)와 합일하기 위해 반드시 통합해야 하는 내적 여성성이다. 한편, 영지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베르길리우스는 인간적 지혜를 상징하지만 궁극적 구원에는 한계가 있고, 베아트리체는 소피아(지혜)의 역할을 하며, 영혼을 플레로마(신적 충만)로 인도하는 신적 중재자이다.
정말 흥미롭게도 저자는 마치 신들린 도사처럼 단테의 성과 이름에서 《신곡》의 깊은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태도를 풀어낸다. '단테'라는 이름에 '견디다'라는 뜻이 있고, '알리기에리'라는 성에 '날개'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면서, 《신곡》의 순례자 단테 알리기에리는 곧 "견디며 날아오르는 자"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단테 이름에 이미 개성화의 성취와 영적 상승의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견딘다는 것은 반드시 어떤 성취와 완성에 이르지 못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과 자세를, 그리고 날아오른다는 것은 그 견디는 마음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가리킨다."(31쪽)
단테의 《신곡》은 자기 개성화의 기록이자, "영혼의 자서전", 영적 상승의 자기보고다. 내세의 순례자 단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를 이끌어온 궁극의 길잡이가 바로 '사랑'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여기서 "사랑은 지성, 의지, 소망, 연민, 상상, 실천이 어우러진 총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