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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와의 마음수업
정준영 지음 / 웨일북 / 2025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가 명상을 하는 이유는 몸과 마음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서다. 깨달음이나 득도는 일차적 목표가 아니다. 세속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명상을 한다. 내게 명상은 구명조끼인 셈이다. 세속적인 욕망의 거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 매몰당하지 않기 위한 구명조끼가 명상 수행이다. 물론 명상이 강박이 되거나 현실도피가 되어선 안 된다. 무협지에 그려지듯 모든 관계를 끊고 산속에 들어가 면벽수행 30년이 되어선 곤란하다.
초기불교 학자이자 명상 지도자인 정준영은 30년 가까이의 명상과 수행 체험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책은 "아라한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시작해 미얀마에서의 출가와 수행, 그리고 수행처를 다니며 겪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저자가 초기불교 수행자의 길에 접어든 것은 아버지 정해심의 덕이 컸다. 정해심은 《茶毘 다비: 위빠사나 수행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계(戒)·정(定)·혜(慧) 삼학을 강조한다. 삼학은 수행자가 반드시 닦아야 하는 세 가지 훈련을 말하는데, 계학(도덕성을 키우는 훈련), 정학(집중하는 마음의 훈련), 혜학(지혜의 훈련)이다. 한 그루의 과실수가 뿌리, 줄기, 열매로 유기적으로 구성된 것처럼, 삼학에서 계학은 뿌리, 정학은 줄기, 혜학은 열매에 비유된다. 붓다는 중도의 실천법으로 팔정도를 지도했고, 팔정도는 삼학에 포함된다. 가령 계학은 팔정도의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직업을 포함한다. 정학은 바른 노력, 바른 마음챙김, 바른 집중을 포함하고, 혜학은 바른 이해, 바른 사유를 포함한다.
"인내는 최고의 수행이고 열반은 최고의 행복이다." 수행처의 좌선 수행은 보통 하루 여덟 시간 정도다. 좌선 수행과 몸의 통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를 통해 저자는 "시련 없는 선물은 없다. 장애 없는 지혜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개인적으로 명상 중에 제일 곤혹스러웠던 것이 침 삼키기였는데, 저자는 왼쪽 눈 밑의 작은 진동인 '뜀'이었다. "칼이 있다면 눈 밑을 도려내고 싶었다", "톱이 있다면 목을 썰어버리고 싶었다"라고 토로한다. 그러나 수행에서 고통은 약이 되고 반대로 황홀한 신비체험은 오히려 독이 된다. "아무리 진귀해 보이는 현상도 반복되면 장애가 된다"라는 얘기다.
저자는 자비희사(사랑, 연민, 기쁨, 평온) 사무량심을 소개하면서 자애 명상을 권한다. 자애 명상은 사마타 수행의 일종으로, 서서히 나 자신과 타인을 좋아하는 상태에 다가서는 방법이다. 만약 대상이 나라면,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부디 내가, 편안하기를…. 부디 내가, 행복하기를…' 이러한 문구를 반복적으로 외우는 것이다. 5분이어도 좋고 10분이어도 좋다. 자애 명상은 "오랜 시간보다는 자주 행하는 것이 나으며, 특정 시간대를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 세간에서는 이를 마음공부, 집중 훈련, 기도, 명상 등 다양하게 부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저자는 '명상'과 '수행'을 구분한다. 명상은 "이 세상을 즐겁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래서 이완과 회복에 주목한다. 반면에, 수행은 "집중, 몰입, 구도의 길, 성장, 지혜의 성취 등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존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다룬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초기불교 수행과 현대 심리치료 명상을 구분하고 있다. 마음챙김과 같은 심리치료 명상이 불안, 집착, 강박, 과로, 낭비를 줄이고 행복, 여유, 만족, 기쁨을 늘리는 마음공부라면, 초기불교의 위빠사나 수행은 깨달음, 즉 탐(貪)·진(瞋)·치(痴) 삼독의 소멸을 추구하는 마음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