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는 그대로 충분해
그레이스 바이어스 지음, 케투라 A. 보보 그림, 김종원 옮김 / 퍼스트펭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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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초등 5학년 때 '반가'가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였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는 그리스도교의 기도문 이전에 내 초등고학년의 삶을 지지해 준 멋진 응원가였다.

기도문은 믿음, 소망, 사랑을 노래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떤 그림책은 사랑과 자비의 기도문을 쏙 빼닮았다. 그림책 작가 그레이스 바이어스의 『지금 있는 그대로 충분해』(퍼스트펭귄, 2026)도 "자존감, 친절, 자기 사랑"을 들려주는 기도문과 다를 바 없다. 필사하기에도 딱 좋은 그림책이다. 본문 형식 그대로 써 내려가면 세 쪽 분량이다. 만약 작곡에 능한 이가 있다면 노래로 불러도 좋을 법하다.

저자는 청각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자라왔다고 한다. 왕따와 괴롭힘의 유년 경험을 진흙으로 삼아 피워낸 고상한 연꽃과 같은 그림책이라 하겠다. 역자 김종원은 인문학 멘토로 유명한데, "아이의 마음에 평생 남을 한 문장을 들려주세요"라며 이 그림책 형식의 기도문을 권하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다면 서로를 지지하는 응원가가 될 것이다. 가령 부모가 먼저 첫 구절 "무지개가 각자의 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처럼/ 너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워!"를 선창하고, 이어서 자녀가 "나는…"으로 시작하는 구절을,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다같이 '우리…'로 시작하는 구절을 낭송하는 식이다.

"나는 태양처럼

빛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위해 여기에 있죠.

나는 날아가는 새들보다

더 높은 곳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거예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이 가득한 삶을 살기 위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 서로 돕기 위해,

또 함께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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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머리는 만드는 것이다 - 현직 교사들이 직접 해보고 증명한
양은아 외 지음 / 가나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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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공부머리는 타고난 것인가 아님 만드는 것인가. 현직 교사들에 따르면, "공부머리는 만드는 것이다." 뭐든지 빨리 배우고 잘 기억하고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을 가리켜 '공부머리가 좋다'고 말한다. 현직 교사들(양은아, 송민영, 성열호, 신미숙, 유선제, 이은영)은 공부머리를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학업 성취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가 문해력과 집중력, 기억력인데, 저자들은 '공부력', '강철멘탈', '과목별 공부법'을 강조한다. 저자들이 지향하는 공부법은 '자기주도적 공부 습관'과 '과학적 학습 설계'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공부법이다.

공부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 의욕을 꺾는 다음 다섯 가지 심리패턴이 원인일 수 있다. '나중에 하자'는 회피 심리,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 '나는 원래 안돼'와 같은 자기비하, '망하면 어쩌지' 같은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낮은 자존감 때문이다. 이런 다섯 가지 '마음 속 방해자'들, 부정적인 마음의 습관들이 공부머리를 해친다. "공부는 결국 감정과 맥락, 의미와 연결된 경험이다."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한다. 공부머리를 키우려면 우선적으로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은 기본이고 회복탄력성이 핵심이다. 자존감이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는 감정적인 믿음이라면, 자기효능감은 '나는 이걸 해낼 수 있어'라는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회복탄력성은 어려운 상황을 겪고도 다시 일어서는 마음의 힘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힘, 슬럼프를 극복하는 능력,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힘,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 회복탄력성에 달렸다.

다들 공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언급한다. 학습 집중력과 기억력을 위한다면 디지털 기기 노출 정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재벌가의 한 수험생도 삼년간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한다. 심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알림이나 외부 소음과 같은 방해 요소는 뇌의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여 주의력을 분산시킨다." 따라서 방해 요소를 시야에서 완전히 제거하거나(가령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보관하거나 서랍에 넣고 '방해금지 모드' 설정) 이를 차단하는 도구(이어플러그, 소음 제거 헤드폰, 웹사이트 차단 앱 사용, 스터디 카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과목별 학습 노하우도 요긴하다. 내 때는 학습지나 문제집 같은 기본 교재만 성실히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과목별로 공부하는 꿀팁이 더 절실해졌다. 과목별 맞춤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각 과목은 고유한 특성과 학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어는 언어적 사고력과 문해력을, 영어는 의사소통 능력과 글로벌 마인드를, 수학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사회는 비판적 사고와 사회적 통찰력을, 과학은 탐구정신과 과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183쪽)

이 책은 국어 1등급 공부법, 영어 실력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 수학 실력의 본질을 꿰뚫는 공부법, 과학 만점을 설계하는 공부법, 사회 통합적 사고를 키우는 공부법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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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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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의 《신곡》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아우르는 장대한 순례의 기억이자, 그 기억을 삶으로 바꾼 실천의 문학이다." 단테 전문가 박상진은 《신곡》이 "단테의 자서전"이라고 보고, 단테가 평생 고민한 문제의식을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인간이란 무엇이고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궁극의 인문학적 의미로 읽어낸다. 저자는 단테의 그런 궁극의 문제의식을 다시금 '만남, 용기, 연민, 대식, 분노, 폭력, 성애, 주술, 탐욕, 분열, 위조, 정의, 고결, 운명, 사랑, 구원'이라는 열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또한 《신곡》의 지옥, 연옥, 천국의 생생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 장 도입부마다 마르티니의 그림을 수록하고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과 영지주의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단테의 《신곡》을 해석하면 작품의 상징적 깊이가 훨씬 더 풍부하게 드러난다. 융에 따르면, 《신곡》은 심리적 개성화 과정이고, 영지주의에 따르면, 《신곡》은 영혼의 상승과 신성한 지식으로의 귀환이다. 융 심리학과 영지주의 모두 단테의 여정을 단순한 도덕적 심판이 아니라 내적 변형과 초월의 상징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융은 심리적 통합을, 영지주의는 영적 해방을 강조하지만, 결국 단테의 여정은 인간이 자기 본질과 신성에 도달하는 길을 상징한다.

단테의 순례를 이끄는 안내자는 로마제국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연인 베아트리체다. 융의 관점에 따르면 베르길리우스는 '현명한 노인' 원형으로 이성적 지혜와 무의식 탐구를 돕는 안내자이고, 베아트리체는 '아니마'의 구현으로, 단테가 자기(Self)와 합일하기 위해 반드시 통합해야 하는 내적 여성성이다. 한편, 영지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베르길리우스는 인간적 지혜를 상징하지만 궁극적 구원에는 한계가 있고, 베아트리체는 소피아(지혜)의 역할을 하며, 영혼을 플레로마(신적 충만)로 인도하는 신적 중재자이다.

정말 흥미롭게도 저자는 마치 신들린 도사처럼 단테의 성과 이름에서 《신곡》의 깊은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태도를 풀어낸다. '단테'라는 이름에 '견디다'라는 뜻이 있고, '알리기에리'라는 성에 '날개'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면서, 《신곡》의 순례자 단테 알리기에리는 곧 "견디며 날아오르는 자"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단테 이름에 이미 개성화의 성취와 영적 상승의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견딘다는 것은 반드시 어떤 성취와 완성에 이르지 못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과 자세를, 그리고 날아오른다는 것은 그 견디는 마음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가리킨다."(31쪽)

단테의 《신곡》은 자기 개성화의 기록이자, "영혼의 자서전", 영적 상승의 자기보고다. 내세의 순례자 단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를 이끌어온 궁극의 길잡이가 바로 '사랑'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여기서 "사랑은 지성, 의지, 소망, 연민, 상상, 실천이 어우러진 총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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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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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불법이 정신의학의 미래다. 불가의 가르침, 즉 불법은 단순히 종교적 가르침이 아니라 궁극의 심리학이다. 나는 불교심리학이 과학과 영성의 최적의 결합체라고 믿는다. 붓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심리치료사이고, 붓다의 설법은 불안과 실존적 고통을 제거해줄 수 있는 최고의 임상심리학이다. 최근 정신의학과 심리학 출신의 전문가들이 너나할 것 없이 불교심리학에 주목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정신과의사이자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이나 한국의 정신과의사 전현수 선생이 대표적이다. 여기 한 분을 추가해야 한다.

필리핀계 뉴질랜드 정신과의사 토니 페르난도 역시 불교심리학에 깊이 빠져들었고, 임상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나 융의 분석심리 같은 전통적인 심리학보다 오히려 불교심리학의 지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신건강 전문의로서 미얀마 등지에서 여러 차례 임시 출가해 남방불교의 수행법을 직접 체험하곤 했는데, 전문지식과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건강의 위기를 극복하는 불교심리학의 철학과 기법을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윌마, 2026)에서 매우 쉽게 풀어내고 있다.

기원전 5세기 붓다는 고·집·멸·도 사성제를 설파하고 열반으로 이끄는 팔정도를 제시했다. 저자는 붓다가 "역사상 가장 명석한 심리학자"라고 추앙하면서, 사성제와 팔정도를 핵으로 하는 불교심리학이 효과적으로 마음의 고통과 심신 스트레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붓다의 사성제는 인간의 마음을 병처럼 진단하고 원인을 밝힌 뒤, 고통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고통의 원인을 '두카'(스트레스)라 했고, 생각이 소용돌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상태를 '파판차'(생각 과잉)라 했다. 파판차에 빠진 상태가 곧 고통이다.

이 책은 총 6부, '정견, 계, 보시, 정, 혜, 자비'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견'에서 무상, 고, 무아의 진리와 더불어 탐진치(욕망, 성냄, 어리석음)의 집착이 스트레스와 고통, 불만족을 낳는다고 말한다. '계'에서 "무해 없는 수행은 공허하다"면서 '불망어,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음주'의 오계를 소개한다. 평소에 내 생각과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 단속하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기초인 것이다. '보시'에선 연기적 관계와 선행의 도미노 효과를 강조하고, 이어지는 '정', '혜', '자비' 편에선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다양한 명상 기법을 소개한다. 틱낫한의 마음챙김 수행법과 자비관을 위주로 하는데, 호흡 명상, 걷기 명상, 먹기 명상, 설거지 명상, 자애와 연민에 대한 명상과 통렌 명상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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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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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유작 『바움가트너』(열린책들, 2026)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자전적인 기록이다. 10년 전 아내를 잃고 환지통을 겪듯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다들 바움가트너가 작가의 분신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아내 애나 블룸 역시 폴 오스터의 또다른 분신이라고 확신한다.

여기서 부부는 지적인 동지이자 소울 메이트로 나온다. 바움가트너와 애나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관계였지만, 이들이 연애 시절 서로에게 보낸 편지는 "연애 편지가 아니라 지적이고 영적인 동지들 사이의 서신 교환이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평생 철학을 다룬 바움가트너가 평생 시문학과 번역을 다룬 아내를 애도하고 회고하는 과정이 이야기 전개의 핵인데, '철학과 문학의 신성한 결혼'이야말로 폴 오스터라는 이야기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정원사'나 '원예'라는 키워드에 주목해 본다면, 소설 초반엔 전직 야구 선수이자 선량한 검침원으로 후반엔 조경사업가로 등장하는 에드 파파도풀로스 역시 작가의 또다른 소울 메이트이지 싶다.

바움가트너라는 이름이 독일어로 '나무 정원사'를 뜻하고, 아내 블룸의 이름이 '꽃'을 뜻하기 때문에, 글쓰기 행위가 나무와 꽃을 가꾸는 '원예'에 비유되기도 하고, 이 소설의 전반적인 구조가 가지를 치며 자라나는 한 그루 '나무'에 비유되기도 한다. 가령 역자 정영목은 이 책을 "언뜻 작아보이지만 가지들 밑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넓은 그늘을 만날 수 있는, 마치 한 그루 나무 같은" 소설이라고 해석한다. 이 소설이 나무라면, 여기에 열린 과실은 '기억', '애도', '회복', '사랑', '연결', '실존', '우연의 미학' 같은 것들이다.

십년 전 사랑하는 아내가 해변에서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아내의 상실은 환지통과 같은 아픔과 기나긴 애도의 의식을 불러왔다. 남편이 택한 애도의 방식은 텍스트를 매개로 한 기억, 회복, 교감이었다. 아내의 미발표 원고를 출간하는 일에 매진하면서 바움가트너는 사랑을 되새기고 잘 몰랐던 아내의 면모를 재발견한다. 또한 바움가트너는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와중에 『운전대의 신비』란 책을 완성하는데, 이 책은 "인간 삶이란 외로움과 잠재적 죽음이라는 고속 도로를 따라 빠르게 달려가는 통제불가능한 차라는 독한 비전으로부터" 태어났다. 말년의 철학자가 고통스런 상실과 회복의 개인사에 기반해 완성한 이 책은 문학을 향한 진실한 애도의 증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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