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름을 쓰기로 했다 여름, 책
에밀리 헨리 지음, 이미정 옮김 / 윌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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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로코에서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를 배울 수 있다. '로코의 여왕' 맥 라이언이 나오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을 본 독자라면 누구나 내 말이 뭔 뜻인지 잘 알 것이다. 여기 두 소설가가 있다. 로맨스 작가 재뉴어리 앤드루스는 에로스와 해피엔딩의 고수이고, 순문학 작가 거스(오거스터스) 에버렛은 타나토스와 새드엔딩의 장인이다. 두 사람은 대학교 시절부터 문필을 겨루는 라이벌이었고, 당시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갖고는 있었지만 연인 사이로 발전하진 못했다. 그런데 남녀 주인공 이름이 '1월'과 '8월'이라, 내 귀엔 좀 촌스럽게 들린다.

두 소설가의 작풍은 각각 인상주의와 사실주의 회화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재뉴어리의 로맨스 소설은 데뷔작 《키스키스, 위시위시》부터 쭉 열정적인 사랑과 원만한 일상생활 그리고 해피엔딩이 특징인데, '행복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 르누아르의 그림을 닮았다. 가령 도시 남녀의 연애 풍속을 스냅사진처럼 그려낸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같은 분위기를 떠올리면 된다. 재뉴어리에게 로맨스 소설은 그것이 '읽기'가 되었든 '쓰기'가 되었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었다.

외동딸인 재뉴어리가 로맨스 작가가 된 데에는 책벌레 아빠와 유방암 투병 중인 어머니 병간호가 컸다. 병원 진료 대기실에서 로맨스 소설을 보았는데 그만 푹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목적이 있는 삶, 아름다움이 가득한 삶, 촛불이 빛나고 플리트우드 맥의 음악이 부드럽게 흐르는 삶. 나는 그런 삶을 꿈꿨다." 재뉴어리의 당당한 고백이다.

반면에 거스의 순문학 소설은 데뷔작 《폭로》부터 쭉 세상의 진실을 파헤치고 현실의 추하고 어두운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사실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 같은 느낌의 책을 여러 권 써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사이비 종교집단의 화재 참사 생존자와 연관된 탐사보도 분위기의 소설을 준비 중이다.

두 작가 모두 가족과 관계된 비밀이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재뉴어리는 아빠 장례식에서 아빠의 '오랜 친구'인 소냐를 만나고, 아빠의 부정사실을 알게 된다. 깊은 상실감과 배신감 때문에 글을 쓸 수 없는 '작가의 벽'까지 겪는다. 신작을 쓰기 위해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사랑의 오두막' 별장에 지내게 되는데 하필 별장의 이웃사촌이 오랜 라이벌 거스다. 한편, 거스는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여전히 가정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설상가상 현재 절친과 바람난 아내와는 이혼소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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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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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적인 거장 예술가 가운데 부성애가 넘치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고상한 인류애를 외친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도 부성애의 롤모델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톨스토이는 다둥이 아빠였고 사랑과 결혼, 가정을 다룬 소설을 써댔다. 밖에서는 사랑과 순결을 노래하는 도덕윤리의 교사였으나, 안에서는 그냥 성적 욕망에 충실한 귀족 남자이자 부유한 지주에 불과했다. 노년의 톨스토이는 정치, 사회, 종교 개혁가로 보편적 휴머니즘의 대명사였지만, 청년 톨스토이는 음주, 도박, 매춘에 탐닉하며 방탕하고 사치했다.

대문호의 자녀들은 과연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추앙했을까. 글쎄다. 아버지란 사람이 《크로이체르 소나타》란 글에서 자식들은 괴로움의 근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는데 말이다. 어쩌면 신성한 부성애의 계단 저 밑저리에서 톨스토이는 아들과 원수지간인 인도의 성자 간디나 제 새끼들을 고아원에 내다버린 철학자 루소 옆자리에 웅크리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편역자 홍선기는 용감하게도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일꾼》에서 톨스토이의 '남다른' 부성애를 읽어낼 수 있다고 암시한다.

책은 톨스토이와 '행복의 화가'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인상주의 거장 르누아르를 겹쳐놓는다. 둘을 겹쳐 놓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생아의 존재다. 톨스토이에게는 영지의 농민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아들 티모페이가 있었고, 르누아르에게는 젊은 시절 연인이자 모델이었던 리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잔이 있었다. 그런데 사생아를 대하던 두 거장의 접근법이 얼음과 불처럼 대조적이다.

편역자 홍선기는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를 '거울'과 '창문'에 빗댄다. 톨스토이는 평생 거울을 들여다본 사람으로 그의 눈은 내면의 욕망과 의지를 향한다. 반면에 르누아르는 일생 창문 너머를 본 사람으로, 그의 눈은 늘 바깥 풍광을 향한다. 톨스토이는 총 13권 분량의 일기를 남겼고, 소설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 모두 거울 앞에 선 한 인간의 자화상을 그린다. 대하소설 삼부작도 예외는 아니다. 《전쟁과 평화》의 피에르 베주호프, 《안나 카레니나》의 콘스탄틴 레빈, 《부활》의 드미트리 네흘류도프 백작이 톨스토이의 소설적 분신에 해당한다. 한편, 르누아르는 "가을 들판, 무도회, 정원, 강변의 점심 식사, 테라스에 선 소녀들" 등 총 4천여 점이 넘는 풍속화와 초상화를 남겼지만 자화상은 그리 많지 않다. 부유한 톨스토이 백작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실존적 불안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을 그려냈다면, 가난과 질병에 시달린 르누아르는 화폭에 행복한 일상의 순간을 예쁘게 담아내는 데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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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용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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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우울한 현대인에게 철학 필사는 꽤 훌륭한 힐링요법이다. 특히 쇼펜하우어와 니체 같이 빼어난 문체와 촌철살인의 아포리즘으로 유명한 이들의 글은 마음공부에 도움이 된다. 두 철학자 모두 삶의 역경과 불안을 극복하는 강인한 의지를 키워주기 때문이다. 니체 철학의 국내 권위자인 철학자 강용수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저작에서 정수에 해당하는 명문장을 50개씩 엄선했다. 《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유노북스, 2025)은 독일어 원전을 직접 확인해 오역을 바로잡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옮겼다. 또한 중간중간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10편을 통해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삶과 철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는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모두 실존적 불안에 주목했고, 염세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쇼펜하우어가 금욕주의와 같은 마이너스 해법을 제시했다면, 니체는 초인 사상과 운명애 같은 플러스 해법을 제안했다. 두 철학자 모두 좋은 태도, 건강한 관계, 의미 있는 삶, 자기다움에 관해 철학적 통찰력과 문학적 수사력이 돋보이는 아포리즘을 남겼다. "삶은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란 쇼펜하우어의 명문은 언제나 곱씹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영양제 같다. 편역자 강용수는 '철학은 삶의 목적과 과정을 의식하는 노력'이란 글에서 쇼펜하우어의 "우리의 인생이 어두운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는 구절을 가장 인상 깊게 간직하는 구절이라고 술회한다.


니체 역시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 다만 "파도와 바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전진할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니체는 페르시아의 예언자 차라투스트라를 내세워 비관론과 허무주의 같은 노예도덕을 망치로 깨부수는 철학을 전개했다.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고통이 없는 인생은 오히려 따분하다면서, 현실을 긍정하는 운명애와 위대한 의지를 품은 초인 사상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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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감정 수업 - 세상이란 파도를 거침없이 타기 위한 자현 스님의 가르침
자현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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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자체를 받아들일 때 삶은 유희가 되고, 존재는 그 자체로 언제나 행복일 뿐이다." 불교계 일타강사 자현스님이 《부처의 감정수업》(오아시스, 2026)에서 전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다. 여기서 '모순'은 삶의 주어진 현실로 욕망에 기반한 삶의 모순을 가리킨다. 내가 보기에 '모순'이란 단어는 '고통'과 '욕망'이라는 단어로 대체 가능하다. 고통 자체를 받아들일 때, 욕망 자체를 받아들일 때, 삶은 유희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부처의 감정 수업'을 청강해야 하는 이유는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다. 어찌 보면, 번잡한 일상에 얽매인 현대인으로서는 마음의 평안과 기쁨 같은 행복 덕목이 자유나 깨달음보다 더 우선할지도 모른다.

인생이 바다라면 욕망은 파도와 같다. 파도가 없다면 서핑을 전혀 즐길 수 없다. 필요한 건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의 파도를 잘 타는 것이다. 파도타기의 고수가 되려면 부처의 감정수업을 제대로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 '수처작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고통 없이, 욕망 없이 성장할 수 없는 법이다.


자현스님은 '인욕긍정론'을 펼치면서, 감정을 '정상'과 '오류'로 나누지 말라고 조언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오단계 욕구이론을 대입한다면, 인욕긍정론이란 결국 생존, 안전, 소속, 인정, 자아실현의 다섯 단계의 욕망을 모두 긍정하라는 말과 매한가지다. 또한 현실의 모순을 타개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신 포도' 심리나 '연기하듯 사는 법'을 강조한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듯 살아가되, 동시에 '반조'를 통해 나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심리적 방어기제가 정도는 아니지만, 상황과 조건에 따라 응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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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마을 2 - 쥐방울과 사고뭉치 버스터 책꿈 12
캐서린 애플게이트.제니퍼 촐덴코 지음, 월리스 웨스트 그림,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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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마을은 진짜 개와 로봇 개가 함께 사는 유기견 보호소다. "버려진 개, 길 잃은 개, 말썽꾸러기 개, 그리고 고장 난 로봇 개"들을 보살펴준다. 댕댕이 마을의 인간들은 모두 개를 사랑한다. 개 네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 토끼 한 마리를 키우는 댕 대장부터 관리 담당, 훈련 담당, 야간경비는 물론 유기 동물 단속반 직원까지 모두 개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로운 주인을 찾은 댕댕이들보다 거리에 버려지는 견공들이 훨씬 많다. 현재 댕댕이 마을은 포화 직전이다. 때문에 파양이 반복되는 말썽쟁이나 병약하거나 버릇이 고약한 사고뭉치들은 '최후의 만찬'을 받은 후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댕댕이 마을의 은밀한 구석에 찍찍이 마을이 있다. 개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개와 소통이 가능한 생쥐 쥐방울 덕분에 생긴 은밀한 마을이다. 쥐방울은 개의 말은 물론 인간 말도 알아듣고, 심지어 책까지 읽을 줄 안다. 《초록 달걀과 햄》과 《마루 밑 바로우어즈》 같은 책이 쥐방울의 최애 도서다. 댕댕이 친구들의 골치 아픈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 노릇도 쥐방울이 맡고 있다. 오랜 친구 챈스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데도 맹활약한 바 있다.


여기, 쥐방울 도움이 절실한 세 마리 댕댕이들이 있다. 입양과 파양이 반복되면서 문제견으로 찍힌 골든 리트리버 버스터, 연기 경보기가 달린 어설픈 로봇 개 스모키, 그리고 '위험한' 개라는 낙인이 찍힌 대형견 스튜이다. 버스터와 스튜이가 달콤한 최후의 만찬을 받았다. 시간이 없다. 일단 마을을 빠져나가야 산다. 우정에 죽고 우정에 사는 의리의 쥐방울은 셋을 데리고 마을을 떠난다. 버스터의 주인이 되어야 할 여자아이 산비를 찾아서다.

댕댕이 마을엔 아이들이 찾아와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독서 짝궁 행사가 있다. 갓 구운 난 냄새와 새 운동화 냄새를 풍기는 여자아이 산비가 독서 짝궁 행사를 빌미로 우리에 갇힌 버스터를 찾곤 했다. 수박 껌 냄새를 풍기는 남자아이 오언도 먼 발치에서 함께다. 오언은 댕댕이가 좋기도 하고 산비와 친구가 되고파서 산비 뒤를 따라다닌다. 버스터는 산비가 좋은데, 갑자기 산비의 발길이 뚝 끊겼다. 버스터는 과연 산비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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