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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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프랑스 소설가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저녁달, 2025)는 100일간의 크루즈 세계여행을 무대로 펼쳐지는 여자 세 명(마리, 안, 카미유)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기성장 이야기다. 화려한 크루즈 여행의 테마는 얄굿게도 '고독 속의 세계일주'다. 여행객들은 다섯 개의 대륙을 지나고 서른 개가 넘는 나라를 방문하게 된다. 여행객 대다수가 사별이나 이별 등 친밀 관계에서 온 내면의 상처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나홀로 탑승했다. 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사십대 전업주부인 마리는 바람둥이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배에 올랐다. 육십대의 안은 소심한 성격으로, 오랜 배우자와 헤어지는 아픔과 분리 불안을 견디기 위해서 배에 올랐다. 그리고 이십대의 자유분방한 카미유는 꿩 먹고 알 먹기 위해서 배에 올랐다. 전 세계 남자들을 유혹한다는 야심찬 로망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대담한 로맨스를 칼럼에 기고하기 위해서다.

세 여자 모두 자신의 제대로 된 짝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로맨스 공식에 충실하다. 특히 마리가 만난 영혼의 짝은 첫인상이 영 아닌 츤데레 스타일이다. 하지만 둘이 삐끄덕대며 일으킨 사랑의 스파크가 그리 강열하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서로 똑같이 한 가수를 무척 추앙한다는 점이나 노래 가사를 매개로 한 러브레터의 교환은 다소 유치한 면도 있다. 크루즈 선내 방침상 나홀로 여행을 유지해야 하기에 '연애 금지'라는 금칙이 있다. 하지만, 너무나 깨지기 쉬운, 그래서 결국 말썽을 일으키는 꽤나 신파스런 금칙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다이제스트판을 닮았다. 마리와 안이 보수적인 샬롯과 사업가 기질이 있는 미란다를 반씩 닮았다면, 카미유는 연애에 거침없는 사만다와 자기욕구에 충실한 캐리의 화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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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집파리 효과
에바 반 덴 브룩.팀 덴 하이어 지음, 최기원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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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고난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 때 오래 생각하지 않고 빠르고 쉽게 판단하기 위한 사고의 지름길을 택한다. 거칠게 말하면,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성과 논리가 아니라 감성과 느낌적인 느낌이다. 강한 불굴의 의지가 아니라 작은 자극이다. 그동안 인지과학,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미묘한 요소들을 탐구해왔다. 그런 요소들을 혹자는 '휴리스틱'이나 '인지편향'이라고 했고, 혹자는 '넛지 효과'라고 했다. 그리고 경제학자 에바 반 덴 브룩과 광고기획자 팀 덴 하이어는 휴리스틱과 넛지 효과 같은 것들을 통틀어 '집파리 효과'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처럼, 미세한 유도나 자극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에 착안한 이름이다.

이 책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매일경제신문사, 2025)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좌우하는 72가지 집파리 효과와 인지 편향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나비 효과, 효과 효과, 골든 해머 효과부터 바넘 효과, 더닝-크루거 효과, 근본 귀인 오류, 플라시보 효과, 노시보 효과, 델뵈프 착시, 점화 효과, 이유 검증, 복잡성 편향, 설명 깊이의 착각, 선택 설계, 미끼 효과, 디폴트 효과, 가용성 편향, 부여된 진행 효과 등등 줄줄이 사탕이다. 책은 이런저런 집파리 효과들이 정책 결정과 비즈니스, 나의 일상에까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한마디로 말해서, 집파리 효과는 실용적이면서 과학적이다. 집파리 효과는 의사결정의 비합리성이라는 덫에 빠지게도 하지만, 반대로 집파리 효과를 활용해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게끔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효과적인 심리기법인 집파리 효과를 문제 해결에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행동을 어떻게 하면 더 간편하게, 더 매력적으로, 그리고 더 적절한 시기에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게 필요하다. 일테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집파리 효과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그럴러면 일단 환경보호에 진심인 개인의 발목을 잡곤 하는 현재 편향이나 얼간이 효과 같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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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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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는 민주주의의 보증수표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이 습격당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의 소행이었다. 트럼프는 일립스 공원에 모인 지지 군중들에게 정치적 폭동을 선동했다. 의사당까지 행진하고 의원들에게 똑바로 행동하라는 압박을 가하라고 말이다. 의사당 포위는 네 시간 이상 지속되었고 무려 다섯 명이 사망했다. 미국 의사당의 습격 사태는 미국의 민주주의 쇠퇴를 제대로 보여준 케이스다. 그리고 올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노골적으로 지향하는 트럼프 정권의 재집권이 민주주의의 쇠퇴 조짐을 다시금 입증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두 번째 내전이 일어날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의 정체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독재와 민주주의 그리고 독재도 민주주의도 아닌 중간 상태인 아노크라시다. 미국의 내전 전문가 바버라 F. 월터는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열린책들, 2025)에서 정체의 이행(아노크라시), 파벌화, 극단주의, 소셜 미디어 등을 내전이 일어나는 계기적 요소로 간주한다. 보스니아, 우크라이나, 이라크, 시리아, 북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현대의 내전은 예측 가능한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 저자는 "2010년 이래 해마다 세계는 민주주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나라보다 내려가는 나라가 더 많은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뭐, 한국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전형적인 독재 국가와 가장 민주적인 체제에서는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권력 공백과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진 아노크라시 경계에 진입한 정체 이행의 나라들이다. 예컨대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제로 이행하는 나라와 민주제에서 독재로 변하려는 나라에서 내전이 벌어진다. 내전의 촉매제는 소셜 미디어다. 허위 정보와 가짜 정보가 넘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내전으로 이어지는 조건을 부추기는 완벽한 촉매제다. 덕분에 사회적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사기꾼, 음모론자, 트롤, 선동가, 반민주주의자 등이 득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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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 역사를 알고 떠나는 인문기행 2
제러미 블랙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성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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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제러미 블랙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진성북스, 2025)에서 프랑스 선사 시대의 유적부터 시작해 로마령 프랑스, 르네상스, 절대왕정 시기, 구체제에서 벗어난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제국,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프랑스사를 설명한다. 저자가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전쟁'을 꼽았을 때 내 무릎을 쳤다. 잉글랜드와의 백년전쟁, 나폴레옹의 정복전쟁,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기억하는 프랑스사의 첫페이지는 백년전쟁과 잔 다르크다. 백년전쟁 이전의 프랑스 역사에 대해선 쥐뿔도 몰랐다. 즉 프랑크 왕국과 메로빙거 왕조, 카롤링거 왕조에 대해 몰랐다는 얘기다. 486년 클로비스 1세가 메로빙거 왕조를 세우고 프랑크 왕국을 창설했고, 800년 카롤링거 왕조의 위대한 황제 샤를마뉴가 서유럽 대부분을 통합하고 신성 로마 제국의 첫 황제로 즉위했다는 점을 노트했다. 그리고 843년 베르됭 조약에 의해 프랑크 왕국이 동프랑크(독일), 서프랑크(프랑스), 중프랑크(이탈리아)로 갈라졌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면서, 프랑스와 잉글랜드 간에 백년전쟁(1337~1453)이 발발한다. 줄곧 열세였던 프랑스는 잔 다르크가 등장하면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1429년 잔 다르크는 샤를 7세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 군을 이끌어 오를레앙을 구하고, 샤를 7세는 랭스에서 대관식을 치룬다. 1431년, 잔 다르크는 루앙에서 이단 판결을 받고 영국군에 의해 화형에 처해진다.

잔 다르크 이후, 내 기억은 곧장 태양왕 루이 14세로 점프한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을 건설하고 프랑스를 유럽의 강국으로 만들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루이 16세가 처형되었다. 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나폴레옹 법전'을 공포하고 황제가 되어 프랑스 제1제정을 수립하고 유럽 대부분을 정복한다. 나폴레옹 전쟁(1803~1815)의 결과는 영국과 러시아의 양강 구도다. 에스파냐 왕위 계승 문제로 프랑스와 프로이센 전쟁(1870~1871)이 발발하고, 나폴레옹 3세가 프로이센의 포로가 되어 프랑스 제2제정이 붕괴한다. 파리에서 공화정이 선언되고, 파리 시민의 보통선거로 최초의 노동자 정권인 파리코뮌이 수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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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 티푸드를 만나다 - 차와 친해지는 시간
정순희 지음 / 블랙잉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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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사랑하지만 차도 사랑한다. 평소 오설록의 차와 대만의 우롱차를 즐겨 마신다. 30년 경력의 국내 다인 정순희는 '차알못'의 독자들을 위해서 한국의 차와 티푸드를 두루 소개하고 있다. 차의 역사적 연원, 지역별 차와 차 문화, 제다 공정에 대한 일반적인 개론은 물론, 계절별로 함께 하면 좋은 차와 티푸드 레시피까지 소개하고 있다. 가령 봄날엔 쑥개떡, 진달래 화전, 송화가루나 콩가루로 만든 오색 다식, 봄나물 도시락, 말차양갱, 쑥파운드케이크, 딸기 판나코타, 무화과 디저트 등이다. 개인적으로 청차나 흑차에 밥을 말아먹는 오차즈케를 좋아하는데, 구운 명란이나 두부, 버섯 등을 곁들인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어 반가웠다. 티푸드 레시피가 이 책의 장점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차는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뉜다.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다. 녹차는 불발효차로, 제다 과정은 채엽, 살청(덖기), 유념(비비기), 건조 순이다. 국내 녹차는 채다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 생산 지역은 보서, 하동, 제주다. 이외에도 경상도는 김해와 사천, 전라도는 정읍, 장성, 영암, 해남 등에서 차 재배가 이루어진다.

황차는 약발효차로, 제다 과정은 채엽, 살청, 유념, 민황, 건조다. 청차는 반발효차로, 보통 오룡차 혹은 우롱차로 불린다. 제다 과정은 채엽, 위조(시들리기), 주청, 살청, 유념, 건조다. 세계적으로 청차가 많이 나는 곳은 대만, 중국 푸젠성과 광둥성 등이다. 홍차는 완전발효차로 제다 과정은 채엽, 위조, 유념, 발효, 건조다. 세계 최초의 홍차는 중국 무이산에서 나는 정산소종이었고, 현재 홍차 생산량이 많은 곳은 인도와 스리랑카다. 흑차는 후발효차로, 중국의 보이차가 대표적이다. 제다 과정은 채엽, 살청, 유념, 퇴적, 건조다. 이 여섯 외에도 재스민차 같은 재가공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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