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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과학 기술 문명 - 불의 사용부터 우주개척까지
DK 과학사 편집위원회 지음, 박종석 외 옮김 / 북스힐 / 2024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호기심 많은 초등학교 꼬마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어릴 때 나름 한가닥한 과학 꿈나무에게, 이공대를 나온 평범한 회사원에게, 세계사 덕후에게, 나처럼 과학자와 진한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네, 한때 마리 퀴리에게 푹 빠져 지냈던 위인전 덕후가 바로 납니다. 아무튼 이 책, 강추다. 영국 출판사 돌링 킨더슬리(DK) 과학사편집위원회가 펴낸 신기하고 매력적인 과학사 대백과다. 빅히스토리의 시각으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이어지는 과학기술 변천사를 조감하고, 문명의 등불을 훤히 밝히는 데 크게 이바지한 위대한 인물과 주요 저서를 '위대한 과학자' 코너로 집중 설명한다. 아울러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의학 같은 과학 분야별 시대순 발전 궤적도 살필 수 있고, 부록으로 과학 상식에 해당하는 이런저런 기본 지식도 소개한다. 가령 주기율표 원소목록과 발견자 리스트가 그러하다.
"동굴 벽화부터 인터넷 사용까지 사람들은 항상 비유와 우화를 통해 자신의 역사와 진실을 이야기해왔다." 영국 영화감독 비밴 키드론의 말이다. "불의 사용부터 우주 개척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사를 대나무의 성장에 비유한다면, 세계관의 변천이나 패러다임의 전환을 부른 위대한 지식혁명은 굵직한 대나무 마디에 해당할 것이다. 그 마디의 갯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발 하라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세 마디를 언급한 바 있다. 혹자는 패러다임 혁명만을 따로 떼어내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무의식론을 삼대 지식혁명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이 책은 고대 과학기술과 중세 과학기술의 전개를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스케치한다.
"불의 사용, 농경의 시작과 같은 인류 최초의 과학적 발견은 기원전 4000년경 최초의 문명이 생겨나기 훨씬 전에 일어났다.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천문학을, 그리스인들은 의학과 수학을 발전시켰고 로마인들은 공학 분야를 선도했다. 하지만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많은 과학 지식이 수 세기 동안 사라졌다."
"중세 대부분의 기간 동안 중국, 인도, 이슬람 세계는 수학, 의학, 공학, 항해술의 발전으로 과학 분야를 선도했다. 다른 곳에서는 오랫동안 분실되었지만 아랍 도서관에 소장되었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서적의 번역본이 서양에 도착하면서 유럽도 다른 지역의 발전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15세기에는 이러한 지식의 재발견이 고전 예술과 사상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졌던 르네상스에 영감을 주었다. 오래된 사고가 재검토되고 의문이 제기되면서 유럽의 과학은 큰 진전을 이루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선구안이 돋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영국의 프란치스코 수도사 로저 베이컨, 이탈리아의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 독일 출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폴란드계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화학자 마리 퀴리, 미국 자연주의자 레이첼 카슨,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그러하다. 이외에도 '인명록'을 따로 두어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 발명가, 수학자, 철학자들을 정리하고 있다.
과학적 방법의 대명사는 실험과 관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찰 가능한 현상을 중시하는 증거 기반의 과학적 접근법을 제시한 자연철학자다. 그의 《동물지》는 고대 최고의 자연사, 동물학, 해양생물학 연구서로 평가받는다. 13세기 영국의 수도사 로저 베이컨은 우주가 구형이라고 확신했고, 주요 저서인 《대작》에서 광학, 지리학, 기계공학, 연금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강조했다. 15세기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해부학, 지질학, 지리학, 광학 등을 공부했고, 잠수함, 낙하산, 비행선을 만드는 기술이 존재하기 수 세기 전에 그 설계도를 그렸다. 근대 과학혁명의 대표주자는 뉴턴이며, 뉴턴 이전에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요하네스 케플러 등이 근대 천문학과 물리학의 기초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