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로 말하는 사람들 - 최고의 퍼포먼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성장의 모멘텀 시리즈 1
안데르스 에릭손 외 27인 지음, 신예용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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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겪곤 한다. 이런 게 소시민의 삶이다. 하지만 때론 매우 높은 성과, 탁월한 성과를 거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들도 있다. 세계 정상급 재벌, 노벨상 수상자,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은 백 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한다는 소수자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 과학과 예술, 스포츠 등 분야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둔 이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궁금하다면 《성과로 말하는 사람들》(세종서적, 2024)을 펼쳐보시라. 개인의 잠재력 및 능력 개발, 리더십, 조직심리, 조직행동 등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과 멘토들이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한 비법을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고의 퍼포먼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선 의도적인 반복 훈련을 강조한 '1만 시간의 법칙'이 통용된다. 피아노와 야구를 떠올려보라. 모차르트와 오타니 쇼헤이를 떠올려보라. 눈에 보이는 실패와 실수를 통해 뭔가 개선하고 배워나가는 대표 분야가 예술과 스포츠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는 스웨덴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이다. 진정한 전문가는 다음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킨다. 첫째, 동료보다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둘째, 구체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전문성은 실험실에서 재현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는 또한 '전문성의 함정'을 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전문가 바보' 소리를 듣는다. 경영학자 시드니 핑켈스타인은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이 전문성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똑똑해야 한다거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겸손함을 기르고 자신의 지적 한계를 상기해야 한다."(208쪽)

전문성의 함정에 빠졌다는 적신호가 있다. 가령 "업계의 새로운 기술이나 접근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앞으로 생길 기회보다 발생할 위험에 더 집중한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예전과 똑같은 전략과 전술을 계속 제안한다",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개척하기보다 기존의 솔루션을 더욱 정밀하게 개선하려 노력한다" 등이다. 전문성의 함정을 피하는 세 가지 처방전을 제시하는데, '스스로의 전문성에 도전하라', '신선한 아이디어를 추구하라', '실험주의를 수용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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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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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작가와의 우정이나 등장인물과의 사랑을 연결하는 홍실이 되곤 한다.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서평집『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파람북, 2024)를 읽어보니, 소설의 첫 문장이 첫사랑과 같다는 대목이 나온다.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허먼 멜빌의 『모비딕』 첫 문장을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나를 이스마엘이라고 불러다오." 이 말에 심장이 뛰었다고 한다. 어, 좀 생뚱맞네 싶다가도, 다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문고판 '백경'을 읽었다면 말이다. 한때 좋아하는 계림문고 책 표지만 들여다봐도 가슴이 설렜던 적이 있었다. 또 그런 책만 테이프로 이어붙여 나만의 거대한 벽돌책으로 만든 적이 있어서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인데,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첫 구절도 설날 세뱃돈처럼 매혹적이다.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탐정소설의 미스터리 사건처럼, 혹은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에피소드처럼 상큼하게 다가온다. 나에게 뭔가를 처음 알려준 이들은 세월이 꽤 많이 지났어도 문득 가슴이 출렁거렸던 기억을 다시금 선사한다. 그렇지 않은가.

때론 소설의 첫 문장이 소설 전체의 주제나 분위기를 지배하는 열쇠일 수도 있다. 이성복 시인은 어느 시론에서 "첫머리에 나온 단어들은 시가 끝나도록 남아 있다"는 말을 했는데, 소설도 그러하다. 이야기의 첫 구절이 전체 소설의 분위기나 아우라를 압축하는, 뭐랄까 수미쌍관스러운 그런 효과를 보일 경우가 있다. 가령 저자가 언급한 안톤 체호프의 소설 「롯실드의 바이올린」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골보다도 못한 도시였다. 거의 노인들만 사는데도 죽는 경우가 드물어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알고보니, 소설의 주인공 늙은 야코프는 관을 짜는 일을 했다고 한다.

흠, 도서 인플루언서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름 열독가로 자부하는 편인데, 읽어보지 않았던 책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저자는 연속으로 두 번 읽는 일이 상당히 드문 편이라는데, 최연호 교수의 『기억 안아주기』는 예외였다. "나쁜 기억에 관한 치유서"라고 하는데,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은 대인공포증, 결정 장애, 불안과 공포 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런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부딪치며 맞닥뜨리고 좋은 기억들로 덮는 것"이란다. '좋은 일은 시간이 걸리지만 나쁜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다'는 말이 떠오른다. 기억도 그러하다. 독서처럼 좋은 기억은 언제나 제법 시간이 걸리고, 접촉사고 같은 나쁜 기억은 번개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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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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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인기와 특권만 누리려고 하고 정작 책임감과 윤리의식은 쓰레기통에 내버린 자칭타칭 공인들이 차고 넘치는 요즘이다. 특히 언론인, 정치인, 법조인, 평론가, 방송인, 유튜버처럼 글과 말로 먹고 사는 자들이 곡학아세, 혹세무민하여 사회를 부도덕하고 부정한 쪽으로 이끄는 추태를 저지르고 있다. '소과무징, 필유대환'이란 말이 있다. '작은 잘못을 징계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 우환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깨진 유리창 법칙'과도 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깨진 창 같은 어둠은 아무리 좁은 구석이더라도, 이를 틈타 흉악 범죄가 일어나기 십상이다.

공사를 분별하지 못하고, 대중을 개돼지로 우롱하는 공인이 어찌 공인일 수 있을까.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박영한 형사의 말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잡놈의 새끼"인 것이다. 청나라 때의 학자 고염무는 "청렴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 것이 없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못할 짓이 없다"고 했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사리사욕에 눈 먼 공인의 잘못이나 탐욕, 무책임, 상습적 거짓말을 봐주고 적당히 대충 넘어간다면, 반드시 대중사회를 요동치게 할 큰 폐해를 불러오게 된다.

21세기의 리더와 공직자는 역사공부가 필수적이다. 역사서를 들추면 오늘날 현대인이 직면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사회 각 방면의 산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제일의 사마천 전문가 김영수는 역사가 인문학, 즉 문사철의 무게중심이라고 강조한다.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의 말처럼, 역사를 바로 알면,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할 수 있고,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관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길은 고독하다고들 한다. 진심을 몰라주는 대중과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자신을 물고 뜯는 정적들, 돈에 굴복하여 가짜뉴스조차 불사하는 사이비 언론들, 나라와 백성들보다 자리와 권세에 눈이 어두운 질 떨어지는 측근들로 둘러싸인 리더의 신세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 척의 돛단배를 방불케 한다."(67쪽)

저자의 말대로, "성공한 혁명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성공한 개혁은 극히 드물었다". 오늘날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확고한 법의식과 개방적인 인재 등용, 분배와 공평에 대한 열정, 그리고 독선과 불통에 대한 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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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액의 힘 - 씹을수록 뇌가 젊어지고, 비만·만성질환·암·치매를 예방하는
니시오카 하지메 지음, 이동희 옮김 / 전나무숲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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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치아는 오복의 하나였고 씹는 저작이 뇌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내가 공복에 일부러 껌을 씹었던 이유다. 바야흐로 백세시대가 되니, 치아와 잇몸 건강의 소중함이 더욱 각별해진다. 장수국가로 유명한 일본의 치과의사회가 1987년부터 펼친 유명한 운동이 하나 있다. 바로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남기자는 '8020운동'이다. 성인 기준으로 사랑니 네 개를 제외하면 영구치 개수는 28개다. 치과에서 필름에 찍힌 내 이빨을 세어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28개다.

어려서는 충치를 조심해야 하고, 커서는 잇몸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치아를 지키는 기본은 식후 칫솔질이고, 여기에 치실, 치간칫솔, 가글(잇몸질환 예방용)이 따라붙으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치아와 잇몸에 대한 관심에 비해 침(타액)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알고보니 타액은 장수와 건강의 믿음직한 선봉장이었다.

방사선과 화학물질의 독성 연구 분야 전문가인 니시오카 하지메는 《타액의 힘》(전나무숲, 2024)에서 타액(침)의 독성 제거 능력을 소개하고 타액이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 예방의 효과도 있다며 '꼭꼭 씹어먹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타액이 소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발암물질, 활성산소, 환경호르몬의 독성을 줄여주어 우리 몸을 보호하는 놀라운 물질이라고 말이다. 타액은 입에서 분비되는 건강의 선봉장인 셈이다.

그런데 타액의 독성 제거 능력은 개인차가 있다. 연령, 스트레스, 피로나 과로 여부 등에 따라 독성 제거 능력에 차이를 보였다. 가령 유아나 고령자의 타액은 청년에 비해 독성 제거 능력이 약했다. 또한 타액의 독성 제거 능력은 가열하거나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만들면 없어진다. 그건 타액의 독성 제거 메커니즘이 '효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액의 독성 제거 메커니즘의 주요 부분은 타액의 여러 성분들 가운데 페록시다아제와 같은 활성산소 제거효소에 의한 반응이다. 잘 알다시피, 활성산소는 동맥경화, 당뇨병, 심장병, 폐기종, 백내장 등 생활습관병의 주요 요인이고, 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활성산소는 노화와 만병의 근원이고, 타액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또한 타액에는 젊어지는 파로틴이 들어 있어 노화를 늦추고 다시 젊어지게 하는 회춘효과가 있다.

음식을 잘 씹으면 건강해지고 젊어진다. 그래서 저자는 '한 입 30번 씹기' 전도사가 되었다. 말이 30번이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내 경우, 열 번 정도 씹으면 그냥 절로 넘어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명한 대하소설 《대망》의 주인공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무려 한 입에 48번까지 씹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건강 10훈' 첫 번째가 바로 '한 입에 48번 씹기'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76세까지 장수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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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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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다.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은 사람으로서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입덕, 입언, 입공 세 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입덕은 덕행을 세우는 것이고, 입언은 책을 저술해 주장을 세우는 것이고, 입공은 사회를 위해 공업을 세우는 것이다. 한국 현대 지성사를 수놓은 학자들을 통틀어 보더라도, 입덕, 입언, 입공 모두 이룬 분은 이어령 선생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자세히 오래 보아야 넓고 깊게 알게 된다. '이어령 세계'의 사상적 원천을 널리 조망하고 깊게 이해하려면 그의 작품을 모두 읽은 '전작주의자'면서 오랫동안 선생의 삶과 사상을 자세히 들여다본 지인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해서, 『만남: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열림원, 2024)가 이어령 세계의 사상 지도를 그리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영인문학관 관장이자 문학평론가 강인숙 교수가 남편 이어령 선생의 삶과 사상에 관해 쓴 에세이집이기 때문이다.

이어령 선생의 베스트셀러 대표작은 정말 많지만, 나는 선생이 30대에 쓴 한국문화론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가 이어령 세계의 원형질을 가장 잘 보여준 대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어령 사상과 예술의 뿌리가 바로 '흙'과 '바람' 두 원형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문과 동창이자 문학평론가 도반이자 부부로 이어령 선생과 70여년을 함께해온 강인숙 관장 역시 선생의 사상적 원형을 '이어령을 기른 흙과 바람'이란 문구로 말끔히 정리하고 있다.

'원형 흙'에 해당하는 선생의 특징이 어머니상, 충남 온양의 풍토와 향반문화(유교적 교양주의, 선비정신, 예의범절, 과잉 배려, 가훈 '석복'), 전통적인 토착어들(초협하다, 잔망스럽다, 귀살스럽다, 쌈지), 아날로그, (1년 내내 한식만 고집하는) '한식 쇼비니스트' 등이라면, '원형 바람'에 해당하는 특징이 네오필리아(새 것을 좋아하는 성향), 만족을 모르는 지식욕, 권위에 대한 담대한 도전, 불같은 성격, 의욕과잉, 막내기질, 다변증, 디지털, 바로크적 심미안(장식적인 예술, 비대칭의 선)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이 70대에 쓴 『디지로그』가 바로 흙 원형 아날로그와 바람 원형 디지털의 통섭과 융합의 산물이다. 세계적인 것과 토착적인 것을 합쳐서 '글로컬'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도 한 예다. 결국 흙과 바람의 원형질은 한중일의 지정학적 특성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일관된 관심으로 이어졌다. 가령 40대에 쓴 『축소지향의 일본인』(1982)은 선생이 8년 동안 밤낮으로 일본과 한국의 문명적 차이를 탐색한 놀라운 결과물이다.

선생의 어머니상은 '사모곡' 차원을 넘어 신격화 수준이다. 선생은 "어머니는 내 문학의 근원이었으며 외갓집은 그 문학의 순례지였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비평가 롤랑 바르트가 『애도 일기』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슬픔을 서사적으로 극복하려고 했다면, 선생은 어머니 원경자 여사에 대한 사랑을 문학적 원형의 대모신 차원으로 격상했다. 어머니는 선생에게 "언어와 문자를 계시해주신 뮤즈였다."

"…한국 문화의 좋은 모든 것은 다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 거기에는 전통이 있고, 신화가 있으며, 샤머니즘이 있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다. 어머니가 주시던 한식을 먹으면서 한국 문화의 기본항이 확고하게 그의 내면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어머니의 식탁은 그에게 있어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과 이해로 이어지는 통로였다."(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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