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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행성 1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1. 쥐 제국에 맞서는 고양이와 인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행성을 읽기 시작했다. '행성'은 '고양이 1,2'로 시작되어 '문명 1,2'를 거친 고양이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행성 역시 장편 소설로 총 2권으로 구성됐으며, 줄거리와 찰떡인 독특한 표지 그리고 책 뒤표지에는 익숙한 작가님의 모습이 보인다.
행성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시리즈의 완결판!
앞서 행성을 고양이 시리즈의 완결판이라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소설 고양이로부터 시작했으며, 고양이가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고, 고양이의 시점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큰 이야기 줄기는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와 인류가 쥐 군단에 맞서는 내용이다. 앞선 '고양이'와 '문명'이 인간의 테러와 전쟁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지구를 정복하려는 쥐들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면, '행성'은 그런 위기를 넘어 다시 지구를 되찾는 것으로 끝맺음 짓지 않을까 싶다.
그전 소설과 전개에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배경이 달라졌다는 점인데, 주인공과 인물들은 프랑스를 떠나 미국에 도착한다. 이미 쥐들이 퇴치되고 없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떠나온 곳과 마찬가지로 쥐들이 온 도시를 뒤덮고 있다.
새로운 배경에서 바스테트와 인물들은 쥐 군단을 물리치고 다시 지구를,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 궁금함에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2. 더 좋은 문장들 투성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는 주인공에게 항상 멘토가 있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는 그의 멘토가 했던 말들을 시기적절하게 떠올린다. 그것을 지혜와 원동력으로 삼아 늘 위기를 탈출하곤 한다.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좋은 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전개도 흥미롭지만 소설을 통해 삶의 작은 지혜도 알려주니 말이다.
살면서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세 가지란다.
첫째, 맞서 싸우거나,
둘째,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셋째, 도망치거나.
특히 이번 행성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만큼 좋은 문장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 문장들은 고양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바스테트의 엄마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위기의 순간이나 유머가 필요한 순간에 바스테트는 그의 엄마가 말했던 문장들을 떠올리는데, 이는 수세에 몰린 바스테트 뿐만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와 지혜를 줄 수 있다. 즐거움뿐만 아니라 힘과 에너지도 주는 이야기이기에 '행성'에 더 애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3. 인상 깊은 문장
목표는 되도록 크게 세우는 게 좋단다. 그래야 그 목표의 절반에만 도달해도 어지간히 이룰 수 있지.
행성 1, 신세계 中, 64page
문득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행성 1, 신세계 中, 125page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끝까지 가봐야 그것이 진짜 실수였음을 통렬히 깨달을 수 있다.
행성 1, 극한의 공포 中, 279page
5. 읽어보세요
- SF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 새로운 관점의 소설을 찾고 계신 분
- 지혜가 있는 소설이 필요하신 분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잘 풀어나가는지 모르겠다.
프랑스에서 온갖 역경을 겪고 드디어 도착한 뉴욕! 최고의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그 도시도 상황이 프랑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해야 할 수도.
앞서 고양이나 문명에서는 동물들과의 관계에 좀 더 집중했지만 행성은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파고들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쥐들에게 쫓겨 정말 소수의 인종이 남았음에도 인간들은 부족으로 무리 지어 편을 가르고 의견 대립으로 날을 세운다. 한 빌딩에 모여있는 각 부족의 대표 102명들의 말다툼이 주인공 고양이 바스 테드에게는 하나같이 쓸모없는 토론인 것처럼 내비쳐진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인간들은 하루하루 죽을 고비를 넘기며 쥐들의 위협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위기 상황을 금방 망각하고 자신들의 권력과 권위를 선점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모습이 어떤 면으로는 참 무지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102명의 대표단의 의장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나오는데 정치인들이 어떤 식으로 협상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고찰시키는지에 대해서 서술하는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인구가 죽고 없어진 단편화된 사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인 정당성 공정성만을 중시 여기는 현대 정치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엿볼 수 있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집사 나탈리가 자신의 연인이 곧 자신을 떠날꺼라는 두려운 마음에 지레 그와 이별을 고집하는 장면에서 고양이 바스타드가 이해못하겠다는 심정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인간의 가진 최대 축복이자 불행은 상상력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애가 차고 넘치는 주인공 고양이 바스 테드는 언젠가 자신이 예언자를 넘어 여신으로 될 세상을 확신하며 자신은 장차 어떤 여왕이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되는 이상적인 통치자의 모습. 어떤 통치자가 훌륭한 통치자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악랄하고 악독한 통치자 (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같은)를 더욱 기억하고 그들의 잔혹 행위 자체를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업적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런 악랄한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견제세력을 바로바로 처단하면서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을 누리며 영역을 확장해 나갔지만, 오히려 인간적이고 민주적이었던 소위 말해 착한 통치자들, 어떻게 보면 유연한 통치자들은 역사에 기리 남을 엄청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돌에 맞아 죽거나 참수를 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어떻게 보면 나라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잘 살아 보고자 했던 마음은 하나인데 왜 이리도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 걸까.
훌륭한 통치자는 소수의 의견을 적당히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즉각 즉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리더일까 아니면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민주적인 합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여야 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인간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처럼 인간들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조금의 평화라도 찾아오는 날엔 무리 지어 편을 나누고 상대를 깎아내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반대를 위한 반대. 결국 합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불가능에 가까운 건 아닐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갈수록 영악해지는 엄청난 숫자의 쥐들로부터 해방될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인간과 고양이가 힘을 합쳐 시원한 한방을 날려줄 그날의 모습을 기대하며 2편을 빨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