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모들 창비만화도서관 7
근하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봄,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나는 이모 집에서 세 계절을 보냈다. _9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아프셔서 10년 만에 만난 이모 집으로 가게 된 효신.
그리고 진희 이모 집에서 만난 이모의 연인, 주영 이모.

처음엔 불편만 가득했던 공간과 감정에서 서로 위로 받고 따스함을 받으며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컷과 컷 사이사이에 담긴 시간과 감정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느리지만 서로를 껴안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 창비꾸러미 중 만화책이라 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제일 먼저 보기 시작했는데, 가볍기는 커녕 묵직한 한 방을 준다.

효신, 진희, 주영 셋이 손 잡고 걸어가는 장면이 계속 잔상에 남는다. 



이모들이랑 보낸 시간을 평생 껴안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_193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의 책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늘 똑같은 긴 여름이었고, 모든 것이 각자의 속도로 자랐다. (33)


여름엔 여름책 읽기.

작년, 무민의 작가의 책이라 궁금했던 마음에 더해 제목 그대로 여름에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사뒀던 책.
작년 여름엔 펼치지 못하고 올해 드디어 펼쳐보았다.

핀란드의 어느 작은 섬 여름, 할머니와 손녀 소피아가 섬에서 보내는 일상 이야기가 담겨있다. 무언가 내가 기대했던 감성과 달라 아쉽긴했지만,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른 섬에서 보내는 색다른 시선들이 잔잔한 시간의 흐름 속에 담겨있었다.



"찾고 모은다는 건 신비한 일이지. 찾는 것밖에는 안 보이니까. 크랜베리를 찾고 있으면 빨간 것밖에 안 보이고, 뼈를 찾고 있으면 하얀 것밖에 안 보여." (22)


"여름이 끝나 갈 때, 나이가 들어 마지막 풍경을 경험하는 건 어딘지 모르게 행복한 일이지. 주위는 조용해지고 우리는 각자 갈 길을 걷는데, 그러다가 온 세상이 평화로운 저녁 무렵에 바닷가에서 만나는 거야." (135)


"사람에겐 뭔가를 느낄 기회가 필요하지." (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나눠 준 따뜻한 한마디와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기꺼이 내준 몇 초 혹은 몇 분의 시간은. 선의를 베푸는 데는 대단한 수고가 들지 않는다. 무심코 건넨 배려 섞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단비와 같은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있어 누군가는 그날 하루, 혹은 더 긴 시간을 너끈히 버티기도 한다. (121)​


브런치북 9회 대상 수상작

작년 수상작인 『젊은 ADHD의 슬픔』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이번 브런치북 수상작들에 눈길이 갔다. 각기 다른 주제들 속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콜센터의 말』. 작년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책으로나마 이해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이번 『콜센터의 말』은 내가 경험했던 일들이 겹쳐져 공감이 많이 갈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나는 콜센터 상담원은 아니었지만, 카드 발급 업무나 협회 회원들에게 정보 수정 요청을 위해 전화 업무를 한 경험이 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카드를 신청한 혹은 협회 회원 이라는 특정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다른 점이지만.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했던 일은 하면 할수록 감정 노동의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그런데 우습게도 콜센터에 들어온 뒤로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숨 쉬듯 용서를 비는 인간이 되었다. 고객이 각양각색의 사연을 들고 마치 맡긴 물건을 찾는 양 사과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하자가 있었다면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고객의 착오에서 비롯된 문제이거나 전혀 미안할 만한 일이 아닐 때도, 나는 언제부터인가 앵무새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심지어 목소리가 죄스러운 감정을 연기하는 능력까지 생겼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도망가기 바빴던 내가 죄송하지 않은 일에 사과하기가 어디 쉬웠을까. (40)


이 문장에서, 나는 툭 치듯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예전의 경험들이 스쳐 지나갔다. 무턱대고 소리치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왜 이 시간에 전화하냐고 따지는 사람들 등등. 물론 무난한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그 중간중간 이런 상황들이 나에게 상처로 남아 오래갔다. 죄송할 것도 없지만, 의미없는 죄송합니다의 반복. 그보다 더 많은 평범하게 주고 받는 통화들. 무사히 한 통을 끝냈다는 안도감. 그러면서도 가끔씩 들려오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의 한 마디. 내 감정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시간들. 

작가님은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일본)에서 상담원으로 겪은 일들이라 내가 경험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읽으면서 나와 참 많이 대입하면서 읽어서 공감을 많이 했고, 더 폭넓은 경험의 글들은 나에게 위로의 손을 건네주었다.

당신의 말 한 조각을 드러다 보는 시간,
나의 말 한 조각을 들쳐보는 시간.



이 세상에 누군가를 상처 주려는 말보다 보듬고 북돋아주려는 말이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때로는 회상하는 일조차 버거웠던 기억을 모아 기어코 책 한 건을 완성한 것은, 단지 이 말이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196)


[민음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뭔가를 나쁘게 바꾸는 건 아주 쉽다. 물에 검은 잉크를 한방울 떨어뜨리는 것만큼이나 쉽고 빠르다. 어려운 건 뭔가를 좋게 바꾸는 거다. 이미 나빠져버린 인생을 바꾸는 건 결국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대단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8)


이번 『튜브』로 처음 만나는 손원평 작가님. 읽으면서 문체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담담하는듯 풀어내는 문체가 나를 큰 기복없이 흐름에 빠지게 만들면서, 잔잔하게 파동치듯 내게 다가왔다.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뭔가 마음을 다잡을 땐 자기계발서를 찾기도 한다. 자기계발서를 소설화한 느낌이지만, 성공만을 그리고 있지 않은 결말이 현실적이어서 더 좋았다.

어른들에게도 성장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성장소설, 그 성장을 풀어내는 과정이 내게 필요한 때에 다가와서 나도 같이 녹아들었다.

작은 변화의 시작, 다시 시작할 힘.
읽으면서 나 스스로를 응원하게 만든다. 지푸라기가 엄청나게 커다란 튜브가 될 때까지. 

유명한 『아몬드』도 읽어봐야겠다.



그러나 빛이 꺼진 것처럼 보이는 인생에도 기회가 다가와 문을 두드릴 때가 있다. 그 두드림은 너무 작고 은근해서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놓치고 만다. (51)


그땐 그저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고 생각했었다. 완벽한 순간은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58)​


잘 살펴봐요, 지나온 삶을. 엉망이기만 한 삶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해. (260)​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밌어서 만들다 보니 -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기 위한 방법
한주희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내게 외국에서의 삶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으로 가득 찼었다고 말할 것이다. 무엇 하나 쉽게 얻을 수 없었고 우연히 갖게 되는 것도 없었다.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나 자신부터 이해해야만 했다.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흔들리고 깨져봐야만 했다. 어느 누구도 대신 알려줄 수 없는 인생. 직접 확인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문제의 답은 스스로 부딪히면서 찾아갈 수밖에. _109​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기 위한 방법

봉주르 인사말도 건네기 어려웠던 시간부터 파리 건축가, 의상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브랜드 론칭까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담긴 에세이.
건축을 하며 경력이 쌓이며 월급은 오르고 생활도 편해졌지만 동시에 삶이 정체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일로 시작한 건축과는 달리 취미로 시작한 의상, 옷을 만들수록 살아 숨 쉬는 기분이 들었다. 건축을 더 오래하고 싶어서,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래 하고 싶어서 다른 분야에 도전한 저자. 이것은 성공 스토리가 아닌 도전 스토리, 성장 스토리다.

그녀의 도전 정신과 실행력을 보며 점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한 걸음 뒤에서 주저했던 내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해보며 다시금 고쳐가며 완성해가는 모습, 그 열정 가득한 모습이 내게 전해져 내 안의 불을 지핀다. 역시 좋아하는 것을 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행복이 내게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건축과 의상이 서로 시너지가 되어, 더욱 변화하며 확장될 세계의 모습이 기대된다. 

꿈을 꿈인 채로 두지 않고 현실에 구현하는 모습에 나도 작은 변화의 시작으로 용기를 얻어간다. 각자의 다양한 가치의 모습에 나만의 가치는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한다. 역시 내 인생이니, 나의 세계가 더욱 넓어지도록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도전하면 그에 따른 결과는 따라올 뿐 잘 될 수도,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실패를 걸림돌이라 받아들일 수도 있고, 경험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성공도 다음을 준비하는 발판으로 보거나,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는 장애물로 볼 수도 있다. 관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지듯이 결국 절대적인 정의는 어디에도 없다. _213​


[미디어창비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