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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평점 :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가 있는 것 같아. 너는 웬만하면 다 진심으로 좋아하잖아.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어떤 건 그냥 좋아하고, 다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그랬다. 난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별별 것들에 다 쉽게 빠지고 크게 흥분하기 일쑤였다.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냉정하게 거리를 두는 게 잘 안 됐다. 늘 잔뜩 호들갑을 떨며 깊이 파고들어 속속들이 좋아해야 속이 후련했다. 게다가 좋아하는 건 또 왜 그리 많은지. 좋아하는 대상들에 일관성도 거의 없어, 아무것에나 마음을 주는 무분별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늘 눈치가 보였다. 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지도 않았고.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걸 좋아하다가 더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_8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들여다보는 기분은 참 좋다.
나와 공통점을 찾으면 "역시! 이건 좋아할 수밖에 없지!"
나와 다른점을 찾으면 "오!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작가님은 진지했지만 재미있었던 빵 사먹게 하는 요망한 빵 에피소드부터 다양한 감각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읽고 정말 많이 반성했던 생일 에피소드.
뭔가 매번 비슷한 생일을 보낸것 같은데, 작가님의 말에 머리가 띵해지며 좀 더 나 자신을 챙겼어야 했다고 반성을 했다.
올해부턴 기념일을 대충 때우지 말고, 행복하게, 즐겁게 나를 많이 위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랬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신나게 웃을 수도 있는 날이었다. 애초에 마음만 제대로 먹었다면, 그렇듯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그랬어야 마땅한 소중한 생일날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 좋은 기분을 다른 누군가가 선사해 주기만을 기다린 걸까. 내가 언제 진짜로 웃을 수 있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가 어떤 선물을 가장 좋아하고, 어떤 하루를 보내야 가장 기쁜지 제일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왜 정작 내가 나를 모른 척하고 손 놓고 전전긍긍하기만 했을까. 내 생일을 진심으로 정성껏 축하했어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는데. _44
추억의 여행을 떠나게 했던 문방구 에피소드.
나도 어릴 때 문방구에서 노트 한 권, 스티커 한 장, 예쁜 색깔 볼펜을 소중히 고르고 골랐던 기억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별자리 운세 에피소드를 보고선 괜히 별자리 운세를 검색해본다.
오히려 어릴 때는 별자리 운세를 찾아봤던 것 같은데, 점점 잊혀져갔던 것같다.
위로가 필요할때 나도 수많은 전갈자리 친구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것 같기도.
『호호호』 속엔 감독님이 좋아하는 것들을 말했지만, 왠지 나도 감독님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속삭인 것 같았다.
나도 좋아하는 건 더더더 좋아해야지!
세상 어딘가에 혹시 나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디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웃음이 되어 가닿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이든 얼마만큼이든 좋아하는 마음을 꼭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어쨌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눈이 크게 떠지고 세상이 활짝 열리는 놀라운 기적이니까. _11
가끔은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는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복잡해지나 싶기도 하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가 진짜 좋아했던 게 무엇인지, 아니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영영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무언가를 좋아했던 기억과 감정을 더는 잊지 않기 위해 자꾸 나만의 리스트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늘 귀하고 특별한 거니까. _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