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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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씨.
하고 무재씨가 말했다.
노래할까요?


따옴표가 없는 대화체가 담담한 듯 읽히며, 집중하게 된다.
최근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에서도 따옴표가 없는 대화체가 낯설면서도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시작은 은교씨를 무재씨가 잡아주고, 끝은 무재씨를 은교씨가 잡아주며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잔잔한 듯 내게 다가와서 내 마음에 실금이 생겼다 아물어져간다.
조용 조용하게 다가와 진한 발자국을 내게 남기고 간다.

은교씨와 무재씨가 향하는 어두운 밤길에 누군가를 만나고, 빛이 들어오기를.
우리의 그림자가 일어나지 않기를.



요즘도 이따금 일어서곤 하는데, 나는 그림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니까 인력이니 뭐니 견딜 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 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리면 그때는 끝장이랄까, 끝 간 데 없이 끌려가고 말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_50​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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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스탠퍼드 인간관계 수업
데이비드 브래드퍼드.캐럴 로빈 지음, 김민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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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발전하면 서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관계가 확장되면서 서로의 필요에 응대하는 것은 더 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경계를 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_99


우리는 여러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스탠퍼드 MBA 45년 연속 인기 강의로 '관계에 대한 기술'을 담고 있다.
가족부터 시작해 친구, 동료 등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을 보여주고,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관계는 내가 원한다고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관계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관계가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바뀌기도 할 것이고, 그 관계가 진화될수록 계속 바뀔 것이다.
책 속에 나와있는 정답같은 대화들을 보면 실제로 바로 적용하기 힘들 것이다.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 각 상황에 자신이 놓여 있다고 상상하며, 실전 연습 파트 (자기 성찰하기 - 적용하기 - 이해하기) 를 참고해 미리 대비해볼 수 있도록 했다.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을 때
관계의 주도권이 한 사람에게 쏠려 있을 때
비난하지 않고 피드백하고 싶을 때
피드백하는데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
가까운 사이에 갈등이 심해졌을 때
등 각자 필요한 부분을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보자.

각자가 생각하는 관계 속에서 어떤 점을 초점을 맞춰 적용할지 찾아보고, 배운 것을 실행에 옮겨 자신에게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피드백 부분>

많은 사람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상대방의 의욕을 잃게 할까 봐 두려워 부정적 피드백 주기를 머뭇거린다. 문제는 '부정적 피드백'이라는 용어에 있다. 우리 두 사람은 모든 행동에 대한 피드백은 긍정적이라 믿기 때문에 이 용어를 몹시 싫어한다. 문제 있는 행동에 대한 피드백마저도 긍정적이다. 우리는 행동을 바꿀 수 있고 그 행동에 대한 피드백은 곧 개선 기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감사해야하고 강점이라고 전달하고 싶은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묘사할 때 우리는 '긍정적'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그리고 당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행동에 대한 피드백일 경우에는 '발전적'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모든 피드백은 데이터다. 정보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에 대한 뭔가를 말해주기도 하고 피드백을 받는 사람에 대한 뭔가를 말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데이터다. 데이터는 적은 것보다는 많을수록 더 좋다. 아주 간단히 말해, 당신은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좋다. _154

사람들이 피드백 주고받기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관계를 구축하면 핀치가 크런치로 확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그런 관계는 각자가 새롭고 더욱 효과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핵심적인 전제다. 진심으로,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그런 마음을 전달해주려는 의도가 있다면 피드백은 선물이다. _172

우리는 피드백이 선물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선물을 준다고 해서 꼭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지금이 행동을 취할 가장 좋은 시간은 아닐지도 모른다. 피드백을 변화의 요건이 아니라 당신의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정보를 주고 선택지를 확장하는 데이터로 본다면, 피드백을 듣고 고려하기가 더 쉬워진다. _200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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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소설Q
강성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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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하늘에서 흰 것이 마구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런 밤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반복되는 꿈속에 있는 것처럼. _46 「겨울 이야기」


14편의 짧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의 탈을 쓴 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같기도, 시같기도.
이야기보단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느낌,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잠시 다녀온 느낌이다.


진서는 무얼 더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은 또 얼마나 될까. _27 「나무 위에 있어요」

길가에 내놓은 의자에 주인이 있나요.
그러니까요. 주인도 아닌데 어떻게 잃어버려요. _33 「의자 도둑」

소장님 이거 혹시 꿈일까요? 아까부터 계속 꿈꾸는 기분이에요.
누구 꿈?
제 꿈이겠죠? _141 「전화벨이 울렸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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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성소년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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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요셉이 그를 잡아 세웠다. 갈 땐 가더라도 요셉, 마지막으로 너는 한번 안고 가야지. 그런 생각에 이른 안나는 코웃음을 쳤다. 요셉을 안는다니. 그건 납치라도 하지 않고선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이지, 납치라도 하지 않고서야……


"오늘, 내 최애를 납치했다."
인기 아이돌 요셉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다 못해 납치극을 벌인 네 여자 안나, 미희, 나미, 희애.
네 여자의 한 남자를 향한 광기와 욕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른 네 여자의 비틀린 사랑.
각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눈에 띄고, 뒤로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가 이어진다.
(제일 충격받은건 박!!)

난 파국이라 생각했지만, 네 여자에겐 아닐지도...
네 여자의 결말도 각자의 사랑법인듯.

각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불편하면서도 내면의 끈덕함이 올라오는데, 끝나고나서도 한참동안 묘한 느낌이 이어졌다.


인간의 마음은 두터운 커튼이 드리워진 방.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영원한 미스터리잖아요.

아버지는 성인이었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기로 하고 모두를 사랑하기로 한 성소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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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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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가 있는 것 같아. 너는 웬만하면 다 진심으로 좋아하잖아.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어떤 건 그냥 좋아하고, 다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그랬다. 난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별별 것들에 다 쉽게 빠지고 크게 흥분하기 일쑤였다.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냉정하게 거리를 두는 게 잘 안 됐다. 늘 잔뜩 호들갑을 떨며 깊이 파고들어 속속들이 좋아해야 속이 후련했다. 게다가 좋아하는 건 또 왜 그리 많은지. 좋아하는 대상들에 일관성도 거의 없어, 아무것에나 마음을 주는 무분별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늘 눈치가 보였다. 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지도 않았고.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걸 좋아하다가 더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_8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들여다보는 기분은 참 좋다.
나와 공통점을 찾으면 "역시! 이건 좋아할 수밖에 없지!"
나와 다른점을 찾으면 "오!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작가님은 진지했지만 재미있었던 빵 사먹게 하는 요망한 빵 에피소드부터 다양한 감각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읽고 정말 많이 반성했던 생일 에피소드.
뭔가 매번 비슷한 생일을 보낸것 같은데, 작가님의 말에 머리가 띵해지며 좀 더 나 자신을 챙겼어야 했다고 반성을 했다.
올해부턴 기념일을 대충 때우지 말고, 행복하게, 즐겁게 나를 많이 위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랬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신나게 웃을 수도 있는 날이었다. 애초에 마음만 제대로 먹었다면, 그렇듯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그랬어야 마땅한 소중한 생일날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 좋은 기분을 다른 누군가가 선사해 주기만을 기다린 걸까. 내가 언제 진짜로 웃을 수 있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가 어떤 선물을 가장 좋아하고, 어떤 하루를 보내야 가장 기쁜지 제일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왜 정작 내가 나를 모른 척하고 손 놓고 전전긍긍하기만 했을까. 내 생일을 진심으로 정성껏 축하했어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는데. _44


추억의 여행을 떠나게 했던 문방구 에피소드.
나도 어릴 때 문방구에서 노트 한 권, 스티커 한 장, 예쁜 색깔 볼펜을 소중히 고르고 골랐던 기억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별자리 운세 에피소드를 보고선 괜히 별자리 운세를 검색해본다.
오히려 어릴 때는 별자리 운세를 찾아봤던 것 같은데, 점점 잊혀져갔던 것같다.
위로가 필요할때 나도 수많은 전갈자리 친구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것 같기도.

『호호호』 속엔 감독님이 좋아하는 것들을 말했지만, 왠지 나도 감독님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속삭인 것 같았다.
나도 좋아하는 건 더더더 좋아해야지!


세상 어딘가에 혹시 나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디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웃음이 되어 가닿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이든 얼마만큼이든 좋아하는 마음을 꼭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어쨌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눈이 크게 떠지고 세상이 활짝 열리는 놀라운 기적이니까. _11

가끔은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는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복잡해지나 싶기도 하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가 진짜 좋아했던 게 무엇인지, 아니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영영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무언가를 좋아했던 기억과 감정을 더는 잊지 않기 위해 자꾸 나만의 리스트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늘 귀하고 특별한 거니까. _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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