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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와 야생란
이장욱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도장 팔 때 제일 어려운 글자가 뭔지 알아? 용용자라든가 울창할울자 같은게 어려울 거 같지? 복잡하고 빽빽해 보이니까. 아니야. 그렇게 획 많은 글자들은 공간 잡기가 오히려 쉽다고. 제일 어려운 건 한일자하고 날일자 같은 거야. 사람인, 날생, 그런 단순한 단어가 제일 어려워요. 텅 빈 부분이 많을수록 어렵다고. 형태 잡고 공간 잡고 하는 데 도장장이 감각을 다 드러나거든. 인간들은 뭐 이런 글자를 만들어서 천사를 괴롭게 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사람인, 날생. 인생이 그렇게 어려운 글자라고. 어? _122, 「●●」
전체적으로 죽음과 삶을 키워드로 하는 9편의 단편들.
무언가 독특하다.
문체가 접해보질 못한 스타일이여서 그런가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잠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조금은 환상적이었다.
알 듯 모를 듯 내제되어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읊조리듯 시작하는 도입부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무언가 빠져들게 만든다.
몇몇 장면들은 잔상처럼 남는다.
인생은 언제나 자신의 방식으로 흘러간다. 누군가에게 인생은 수십수백가지의 대채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누군가에게 인생은 단 하나의 얼굴로 수렴된다. 어느 편이 좋은 것인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겠지만. _160, 「유명한 정희」
한 사람의 삶은 많은 사람의 삶을 닮았지. 한 사람의 삶은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삶을 포함한다. 그것은 아름답고 무서운 일. 사람은 사람들을 닮았고 사람들은 서로를 닮아서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 _206,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