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침묵>,<어둠에 갇힌 날>,<차가운 달> 등의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와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필체, 복잡하면서도 아련한 심리를 차분하게..그렇지만 감상적이지는 않게 그려내는 독특한 작가입니다. 악하면서도 약한 인간을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 느껴져서 일련의 잔혹하고 기상천외한 심리와 살인을 담은 현대 추리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위안을 느끼게 합니다. 소설가이자 음반 활동에 참여하는 뮤지션으로 활동 중이라는 프로필인데, 그가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또 역사학을 전공한 그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현대 추리문학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어떤지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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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구약 성서 이야기 1218 보물창고 14
헨드릭 W. 반 룬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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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수많은 저서로 세계 여러 나라에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반 룬이 

자신의 두 아들을 위해 성서를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성서 이야기』가 보물창고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방대한 구약 내용을 한 줄기 흐름으로 읽을 수 있도록 엮었으며, 
종교의 경전에 앞서 서양 문명의 근간이자 현대 철학의 바탕으로서 성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담겼다.'는 
책 설명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끌어모았으리라 생각된다.
나 역시, 아이에게 성서를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반색하며 이 책을 기다렸다.

'고대의 연대기 속에 숨어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반드시 올 거라는, 아들들을 향한 반 룬의 서문에는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염려가 담겨 있다.
엄숙하고 어렵게 느껴져 지레 겁을 먹고 성서를 멀리 하고 있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로 성서를 다시 쓰는 데 총력을 기울인 그의 노력에 갈채를 보낸다.

그러나, 여기에 이 책의 맹점이 있다.
모든 '다이제스트'판이 가지는 맹점.
'쉽게 알게 해 주겠다.'는 목적 아래, '설명하기 어려운 진짜'는 사라지고 없는 느낌이랄까?
충분히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완역본을 읽으면서 드는 낯섬과 배신감은 경험해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말했듯 '성서'가 진짜 지혜를 갖춤에 필요하다면,
이 책에서는 기대하지 말기를!
그저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이 뭔지 대략적으로 아는 것 정도라면, 이 책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 이 책은 다분히 '역사소설'의 느낌을 풍긴다.
반 룬은 이전에 
17세기 위대한 화가 렘브란트의 생애와 당시 신생국가 네덜란드를 흥미진진하게 복구한 소설 '렘브란트'로 국내에 알려졌는데,
이 책도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히 고증해낸 '역사서, 인문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구약 시대의 사람들과 생활상, 문화를 상세히 잘 설명해 주지만,
(특히) 몇몇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부분들에서는 
당시 이 민족의 정서적 중심과 판단 기준 등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근거 없는 설정으로 지나치게 탐욕스럽거나, 이기적이거나, 일관적이지 못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창조적 자유'가 발휘된 결과물로 보인다. 
역사적 사실들(원래 성서를 기준으로)을 무시하거나 순서를 바꾸어 제시한 부분도 적지 않다.
극적 즐거움을 위한 것이었든, 그 편이 이해시키는 데 있어 용이하다고 판단했든,
그가 '진실'에 그리 무게를 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헨드릭 반 룬은 30여년 동안 60여 권의 책을 펴낸 '넘치는 필력과 창조력의 소유자'였다.
천 년에 걸쳐 꾸준히 보강되어 온 성서를  재해석, 정리하기엔 너무 시간과 열정에 쫓기었던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실, 누가 할 수 있을까?)
다만, 16개의 장으로 나누어 구약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한 문제들에 대해 친절한 답을 제시한 것들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이 종교서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되어 온 성경을 읽고 싶고 알고 싶게 만드는...
'지혜로의 길을 열어주는 문'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며, 우리 각자에게 성서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살아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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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순간과 주목의 순간은 같다.` 엘리어트의 시 한 구절입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가명으로 발표했던 여섯 편의 소설들을 읽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했던 애거서 여사는 언제나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과 강한 의지`을 다루는 작가입니다. 얼마전 자신은 소나무가 되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라며 목숨을 끊은 영화배우가 있었습니다. 엘리어트는, 그리고 애거서 여사는 말합니다. `장미도, 주목도 다를 건 하나도 없다.`고. 처참해 보이는 인생이지만,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인생이지만... 다시 보십시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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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클래식 보물창고 37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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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한창 사춘기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었던 90년대에

'데미안'은 우리 전체의 '페르소나'였다.

소설책 한 줄 읽지 않는 아이라도 '알과 아프락싸스'를 모르는 아이는 

거의 없었을 정도니까.


그 때부터 나에게, 헤르만 헤세는 '위로하는 작가'이다.

달콤한 환상과 로맨스가 아니라, 치열한 사유와 완전함에 대한 선망이 

지금 내가 묶여 있는 삶의 비루함을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해 주는.


『싯다르타. 한 인도의 시』는 

약 1년 반 동안 거의 창작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우울증에 빠졌었던 헤세가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후 192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헤세는 1919년부터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지만,

싯다르타가 끊임없이 고뇌하고 투쟁하는 금욕주의자로서 나타나는 부분까지 쓰고 난 다음, 

스스로의 체험 없이 이를 계속 집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느껴 

1년 반의 자기 체험기간을 거친 후에야, 

이어지는 싯다르타의 세속 생활을 다시 쓰기 시작해 

1922년에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이 <싯다르타>는 실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의 깊은 고뇌와 번민, 깨달음이  

- 그것이, 한낱 중생인 나에겐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의 본질'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전해온다.


어린 시절부터 '명료하게 사고하는 정신의 광채'에 둘러싸여 있던 브라만의 장자 싯다르타는

지혜와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갖춘,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진리에 대한 갈증으로 인해 일말의 기쁨도 느끼지 못한다.

그는 인간의 근원, 아트만을 찾기 위해 친구 고빈다와 함께 떠나 탁발승이 되어 금욕 생활을 한다.


그의 눈에 세상의 모든 것들은 거짓이고 무가치하다. 고통이 바로 삶이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죽이고 '가장 궁극적인 그것-위대한 비밀'을 깨닫기만을 목표로 수행하지만,

번번이 '자신의 자아가 되고야 마는 윤회의 고통'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붓다를 만나지만, 

어떠한 가르침이더라도 진정한 깨달음의 길을 줄 수 없으며, 

모든 이들은 각자가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친구 고빈다를 두고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배울 수 없었던,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은 '자아'라는 것을 깨닫고

'완전한 자신'이 되어 살기로 결심한다.


무의미했던 모든 사물들 안에 깃든 의미와 본질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는 어린애처럼 즐거운 놀이하듯 세속의 삶을 즐긴다.

아름다운 창녀 카말라와 부자 상인 카와스와미를 통해 애욕과 물욕을 배우고 즐기지만,

중년에 이른 어느 날,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고 홀연히 떠난다.

그는 소름끼치는 공허감 속에 죽으려 하지만, 그 순간 잠들어 있던 그의 정신은 깨어나고

자신이 살아야 했던 모든 것이 

'새로운 싯타르타'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기쁨에 넘친다.


그리고, 강가에서 나룻배를 젓는 늙은 뱃사공으로 살아가며 

또 끊어낼 수 없는 정과, 상실의 고통을 겪으며 완성되어간다.

아니, 이미 처음부터 완전했던 세상의 일부가 되어 평화로워진다.



"이 세계는 매 순간 완전해. 모든 죄업은 이미 그 안에 자비를 품고 있어...

 모든 게 선하고, 모든 게 완전하고, 모든 게 브라만이지,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존재하는 것들이 모두 선량해 보여."(p.204)


여전히 번뇌하는 옛친구 고빈다를 만나 전하는 그의 깨달음은 

쉽고도 오묘하다.

그가 말했듯, 배울 수는 없는 것이다.

스스로 깨닫지 않는 한 이 '완전함'을 우리는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는 알지 않았는가?

평생을 괴로워하며 번뇌했던, 세 번의 죽음을 겪어냈던 싯다르타 덕에, 

그 싯다르타를 이해하기 위해 똑같은 괴로움에 몸을 던졌던 헤세 덕에,

나는 그들을 따라 마음을 여행할 수 있었다.


스스로가 강이 되고, 하나의 세상이 되어준 아름다운 시인의 마음이여......

삶에 허덕이는 나는 아직 세상은 깨닫지 못하겠으나,

그 마음이 전해주는 선함과 자비는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넘어 

이리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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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을 통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 책장에 어느 때부터인가 꽂혀 있는 오래된 그림책이 있어요.
그 책의 주인공이 코끼리 왕 바바입니다.
지혜롭고도 조용한, 하지만 힘있는 동물의 이미지가 강한 코끼리가
참 단순하면서도 귀엽게 그려져 있어 당장 친근감이 들었지요.

바바를 또 만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에 띈 요 녀석!

맞아요, 바바였어요.
아, 폐하를 제가 너무 막 불렀나요? ^^:;
제가 옛날 본 그 그림책에선 왕이라는 호칭은 없었기에, 결례를 용서하시길~ ^^

시리즈인지도 몰랐던 '바바'시리즈의 첫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처음엔 숲 속의 아기 코끼리였던 바바가 코끼리 왕국의 왕이 되네요.

엄마 등에 업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아기 코끼리 바바가 사냥꾼의 총에 엄마를 잃고
엉엉 울며 도망치던 바바가 며칠을 달린 끝에 도시에 다다르고
신사들의 멋진 모습에 반하고
친절한 귀부인을 만나죠.
커다란 가게(사실 백화점이지요.)에 들어가서는 
엘리베이터가 너무 신기해 열 번도 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바의 모습은
꼭 우리 아이들 같아 웃음이 나요.
아마, 이 책이 좀 뒤에 쓰여졌다면, 엘리베이터 대신 에스컬레이터에 반했을지도 모르지요.

귀부인과 친구가 되어 멋진 신사가 되고 공부도 하고 자동차도 운전하며 
도시에서 2년을 지낸 바바는
우연히 만난 사촌동생들을 따라 숲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부모님에게 말도 하지 않고 멀리 왔다고 엄마 코끼리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두 사촌동생들의 모습은 정말 실감 납니다.
눈썹을 잔뜩 찌푸린 엄마 코끼리들만 보아도 와...얼마나 벗어나고 싶은 순간일지......

때마침 독버섯을 먹은 코끼리 왕이 서거하고, 
근사한 차림과 멋진 자동차와 함께 등장한 바바는 새로운 왕으로 추대됩니다.
사촌 셀레스트와의 혼인도 이루어지지요.

마지막 페이지는 바바와 셀레스트가 커다란 열기구를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끝납니다.
코에 손수건을 물고 흔드는 둘의 모습이 마지막까지 웃음을 자아내게 해요.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를 알겠네요.
친구들과 뛰어놀고 엄마 등에 업히는 것에 행복해 하고, 엄마 자장가를 그리워 하는 바바는
우리 아이들을 닮았어요.
두려움 없이 여행을 떠나고 모든 것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어른인 저도 부럽네요.

부드러운 필치와 따뜻함이 가득한 그림들 속에 
소소하게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쩌면 단순한 선 몇 개로 다양한 표정들을 이렇게나 실감나게 그려내신 것인지
보면 볼수록 감탄을 하게 되네요.

바바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지, 거기선 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귀여운 아기 코끼리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눈물짓던 귀부인에게도 
머지 않은 때에 돌아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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