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을 통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 책장에 어느 때부터인가 꽂혀 있는 오래된 그림책이 있어요.
그 책의 주인공이 코끼리 왕 바바입니다.
지혜롭고도 조용한, 하지만 힘있는 동물의 이미지가 강한 코끼리가
참 단순하면서도 귀엽게 그려져 있어 당장 친근감이 들었지요.

바바를 또 만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에 띈 요 녀석!

맞아요, 바바였어요.
아, 폐하를 제가 너무 막 불렀나요? ^^:;
제가 옛날 본 그 그림책에선 왕이라는 호칭은 없었기에, 결례를 용서하시길~ ^^

시리즈인지도 몰랐던 '바바'시리즈의 첫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처음엔 숲 속의 아기 코끼리였던 바바가 코끼리 왕국의 왕이 되네요.

엄마 등에 업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아기 코끼리 바바가 사냥꾼의 총에 엄마를 잃고
엉엉 울며 도망치던 바바가 며칠을 달린 끝에 도시에 다다르고
신사들의 멋진 모습에 반하고
친절한 귀부인을 만나죠.
커다란 가게(사실 백화점이지요.)에 들어가서는 
엘리베이터가 너무 신기해 열 번도 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바의 모습은
꼭 우리 아이들 같아 웃음이 나요.
아마, 이 책이 좀 뒤에 쓰여졌다면, 엘리베이터 대신 에스컬레이터에 반했을지도 모르지요.

귀부인과 친구가 되어 멋진 신사가 되고 공부도 하고 자동차도 운전하며 
도시에서 2년을 지낸 바바는
우연히 만난 사촌동생들을 따라 숲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부모님에게 말도 하지 않고 멀리 왔다고 엄마 코끼리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두 사촌동생들의 모습은 정말 실감 납니다.
눈썹을 잔뜩 찌푸린 엄마 코끼리들만 보아도 와...얼마나 벗어나고 싶은 순간일지......

때마침 독버섯을 먹은 코끼리 왕이 서거하고, 
근사한 차림과 멋진 자동차와 함께 등장한 바바는 새로운 왕으로 추대됩니다.
사촌 셀레스트와의 혼인도 이루어지지요.

마지막 페이지는 바바와 셀레스트가 커다란 열기구를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끝납니다.
코에 손수건을 물고 흔드는 둘의 모습이 마지막까지 웃음을 자아내게 해요.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를 알겠네요.
친구들과 뛰어놀고 엄마 등에 업히는 것에 행복해 하고, 엄마 자장가를 그리워 하는 바바는
우리 아이들을 닮았어요.
두려움 없이 여행을 떠나고 모든 것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어른인 저도 부럽네요.

부드러운 필치와 따뜻함이 가득한 그림들 속에 
소소하게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쩌면 단순한 선 몇 개로 다양한 표정들을 이렇게나 실감나게 그려내신 것인지
보면 볼수록 감탄을 하게 되네요.

바바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지, 거기선 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귀여운 아기 코끼리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눈물짓던 귀부인에게도 
머지 않은 때에 돌아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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