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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 탐험가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박승희 옮김 / 부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작가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라는 황당무계한 책 제목을 보고서
"뭐야? 애들 책이 아니야?"했고,
그 이후에도 범상치 않은 제목들을 달고 나오는 그의 탐험기들이 눈에 들어왔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그와 함께 한 첫 탐험은 이 '요통의 세계'가 된 것인지......
그 자신조차 황당해 한(계획해서 떠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밀어넣어진 것이니..) 이 탐험이 되었다.
삼십 대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찾아와 서른여덟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요통의 세계에서 조난당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마흔 두 살.......
매일 아침 허리 통증에 잠이 깨고 머릿속에 항상 '요통'이라는 두 글자가 떠다니는 현실을
나도 모르게 '요통 세계'라는 정체 모를 비경에 빠져들고 있다......진짜 미지의 세계는 여기에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p.25)
라고 표현하며 스스로를 긴팔원숭이 자세로 전철을 탈 수 밖에 없는 '인간 이하의 존재'라 하는
그의 자조 어린 선언.
한시라도 빨리 올바른 루트를 찾아 원래의 찬란했던 '비요통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p.26)
는 절규와도 같은 외침(밀림 한가운데에서 그렇게 외치는 작가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과 함께
이 탐험(이라기보단 '탈출기')은 시작된다.
실연의 아픔과도 같은 요통의 괴로움 속에
기인에다 괴짜인 선생님들과 치료사로 가득한 치료원과 병원들을 헤매며
희망을 걸었다가 실망하다, 속았다고 생각했다가 다시 믿으며
자신이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남자와 헤어지지 못하는 '한심한 여자'가 된 기분을 느끼는 작가.
가는 곳마다 "저희한테 오신 분들은 다 낫습니다.낫지 않은 분이 없었어요"하는 단언을 듣고서
의아해하는 작가에게 들려주는 친구의 '라멘집 주인 이론'은 무릎을 탁 칠 만 하다.
그리고 이 이론은 주인공의 방황에 하나의 폭풍일 뿐.
스스로 '만병통치'임을 의심치 않는 의사와 치료사들 사이를 헤맬 수 밖에.....
손끝으로 암도 고친다는 카리스마 선생의 동굴에선
'사고의 곡예사' 선생의 한없이 날아오르는 논리의 자유비행에 휩쓸려
멋진 남자가 되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을 것처럼 흥분되었다가
치료원에서 나오는 순간 요통에 지배받는 현실로 돌아온다.
접골원, 민간요법에서 정형외과, PNF 연구소, 수의사의 침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결국은 만화 '블랙 잭'의 주인공과도 같은 괴짜 명의에게까지 찾아가지만
요통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요통 뫼비우스'......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작가.
결국 '심인성 요통'이라는 진단을 내린 의사가 "나으려고 애쓰는 게 문제"라고 하며 양 처방을 내리고
그 약들 때문에 생활 리듬이 깨져서 일상생활도 하지 못하게 되자,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 화가 나고 분해서 '다 때려치우기'로 한다.
'어차피 심인성이라며'하는 마음과
'심인성인데, 왜 아파? 당신 돌팔이지!'하고 의사를 비웃어줄 수 있다는 희망 두 가지로
일주일에 네다섯 번 무리하게 수영을 하며
통증으로 잠들 수 없을 때도 수영으로 의한 피곤에 기대어 자게 된다.
그리고, 어느 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허리 통증을 잊게 된다.
그러나, 완치는 없다.
여전히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리의 통증은 가끔씩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만,
아직도 용한 데가 있다 하면 안 가 볼 수 없는 '요통에의 집요한 사랑'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요통은 곧, 인생'이라는 더할 나위없이 진지하고도 묵직한 보물을 건져올리며
이 탐험에 1차 종지부를 찍는다.
작가의 말 100% 그대로 '온몸을 바쳐' 완성한 이 요통(=인생)탐험기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