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동화 보물창고 50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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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를 처음 읽은 것이 언제였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만화로 봤던 건 확실히 기억납니다.

아직도 선명히 떠오르는,

햇살 가득한 고아원 문간에 서 있는 키다리 아저씨의 실루엣.

아마, 많은 사람들이 '키다리 아저씨'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저랑 같은 장면 아닐까 싶어요.

베일에 싸인 아저씨......진정한 '신비주의'의 창시자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18살의 주디는 단 한 번도 평범한 가정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지요.

세상을 인식할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왔거든요.

그런 그녀에게 신세계가 열립니다.

한 후원자가 그녀에게 작가의 재능이 있음을 알아보고 대학에 보내주기로 한 거죠.

주디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쓰라는 거였지요.

그리고, 이 책의 다음은 '제루샤 애벗 양이 키다리 아저씨 스미스 씨에게 보낸 편지들'이 다예요.

진짜 다!

자신을 가명인 '존 스미스'라고 불러 달라고 하는 후원자에게 '대체 어떻게 공손할 수 있겠어요?'하고 반문하는 것이 주디의 첫편지죠.

그리고 다짜고짜 '키만은 평생 크실 거'라는 아주 타당한 근거 아래 '키다리 아저씨'라는 애칭을 붙이고 봅니다.

답장을 쓰지 않겠다고 한, 싫어도 뭐라고 한 마디 항의할 수조차 없는 사람에 대한, 소녀다운 '횡포'랄까요?

첫편지에서부터 당당하고 발랄한 주디에게 풋 웃어버리게 되고 맙니다.

대학이란 곳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운동하고 지식을 쌓아가며

하루하루를 알차고 행복하게 채워가는 주디.

고아원 출신에 대한 편견 때문에 2인실이 아닌 독방을 쓰게 된 현실도 기쁘게 받아들이며

'18년 동안 20명과 한 방을 쓰다가 혼자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처음으로 제루샤 애벗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를 갖게 된 거예요.'

하며 설레어 하는 그녀를 자세히 알기도 전에 너무도 빨리 좋아집니다.

아마, 키다리 아저씨도 그러지 않으셨을지......

 

처음 이 이야기를 알았을 때의 엄청난 반전(반전 또한 진 웹스터가 시초였던 걸까요?^^:)을 이미 알고 있기에

주디의 편지를 저와 함께 읽는 '키다리 아저씨'의 마음을 좀 더 생각하게 됩니다.

'아저씨는 완전히 대머리인가요, 아니면 조금 머리숱이 없는 정도인가요?' 하고 물을 때에는 얼마나 크게 웃었을까요?

 

그리고, 주디가 첫편지를 보낸 지 10개월이 되어서야 그녀를 몰래 보러 간 아저씨.

자기에 대해 어떻게 썼을까, 편지 봉투를 열며 얼마나 궁금하고 긴장되었을까요?

'펜들턴 씨는 어딘지 모르게 아저씨를 연상케 하는 점이 있었어요.'라는 문장에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을 거예요.

밝고 영민한,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주디를 실제로 만나고 와서 아저씨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친구 샐리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나서 보낸 편지에서 '키가 크고 잘생긴 오빠 지미'가 출현했을 때,

한 번씩 언급되었을 때, 아저씨의 눈은 왠지 불길하게 번득였을 거예요.

 

언제부터 사랑이었을까요?

주디는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는' 횡포를 부릴 때 쯤엔 확실히 '사심'이 보이지만 말이죠.

그건 아마도 이 아저씨에게서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편지를 받으면 누구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죠.

 

태어나서부터 혼자였기에 '벽에 등을 대고 혼자서 세상과 싸워야' 하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척' 하는 아픔이 있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에서 용기있고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주디.

행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주변의 부유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호사로 느껴지는 호의는 '제게는 외상으로 빌릴 권리가 없어요.'라고 거절하며

비범하진 않더라도 세상에 "매우 쓸모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주디의 맑고 강한 마음,

그 어떤 보석보다도 가치 있고 귀한 그 마음을 저도 갖고 싶네요.

 

"세상에 매우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데 너무 늦은 때는 없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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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보물창고 47
루이스 캐럴 지음, 황윤영 옮김, 존 테니얼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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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이러하다.


 

30살의 영국인 수학교수가-여기서부터 반전이다! 근엄하기로 유명한 영국인에, 수학 교수라니!-

세 꼬마 숙녀와 뱃놀이를 나갔다가 지루해하는 소녀들의 무지막지한 횡포에 못 이겨......

 

가장 작은 깃털 하나도 날려 버리지 못할 만큼

숨결이 약한 이에게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다니!

하지만 다 같이 졸라 대는 세 혀 앞에

가련한 목소리 하나가 무슨 소용 있으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서문)


 

1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인 앨리스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만들어낸다.

"지금 바로 해 주셔요!""재밌는 말장난도 들어갔으면 좋겠어요!""그래서요?아, 이 땐 이랬으면 좋겠다!"

재잘거리는 세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들려오는 듯,

이야기는 생생하고 발랄하다.

'이야기가 바닥나고 상상의 샘이 말라 지친 이야기꾼이 이제 그만하려고 넌지시 "나머지는 다음에."하고 말을 꺼내면 "지금이 다음이에요!"하고' 채근하는,

만화가들이 가장 두려워 한다는 데드라인보다, 출판사 독촉전화보다 더 사정 봐 주지 않는 아이들 덕분에

루이스 캐럴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상상 이상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 또 어린이였던 이들은 이 세 소녀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루이스의 따뜻하고 연약한 마음에......


 

양복 입고 말하는 토끼를 따라

어떻게 다시 밖으로 나올 것인지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굴속으로 뛰어들어간 앨리스가 겪는 모험.

별 생각을 다하고, 혼자 수다를 떨다 꾸벅꾸벅 졸면서 지루하게(!) 떨어져내려가는 이 첫등장부터

'이상한 나라' 못지 않게 앨리스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상함'이 여전히 이 이야기에 매혹되는 우리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임도.

잘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하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누가 알면 큰일날 어이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인간이니까.

(혹시, 안 그러신 분도 있나요? 있으면 말고!)

그 다음 이야기들은 모두들 알 것이다.

몸이 작아졌다 커졌다 다시 작아졌다 하며, 자기 눈물에 빠져 죽을 뻔 했다가

기이한 동물 무리들과 직접 해 보아도 절대 알 수 없는 '코커스 경주'를 하고,

모두가 승자라는 도도새의 심판에 상으로 사탕을 나눠 주고,

(그냥 나눠주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재밌고 맛있게 먹는 법 같다. 한 번 써먹어볼까?)

흰토끼 집에 갇혔다가 버럭쟁이 쐐기벌레(키 때문에 화내는 걸 보니 분명, 남자 쐐기벌레다!)를 만나

키를 조절할 수 있는 마법의 버섯조각을 얻고,

공작 부인의 아기를 떠맡았다가 아기가 돼지로 변하는 것을 보고 안심하며

(끔찍하게 못생긴 아이보다는 잘생긴 돼지로 사는 게 낫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하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길고 복잡하게" 교훈을 읊어댈 수 있음을 자랑하는 공작 부인,

모든 게 상상이라고 단정짓는 그리핀, 도대체 뭐가 어떻게 가짜인지 알 수 없는 가짜 거북까지 만나고

조금만 맘에 안 들면 닥치는 사형 선고를 내리는 여왕이 "저 애의 목을 쳐라!"를 외치는 절대절명의 순간,

꿈에서 깨어난다.


참 익숙한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되짚어보니 여전히, 아니 지난번보다 더, 더 이상하다.


 

이 완역본에서는 지금까지 읽었던 그 모든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이 나온다.

바로 앨리스가 멋진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며 차를 마시러 달려간 후,

그 자리에 남아 앨리스의 멋진 모험 이야기를 생각하며 얼핏 꿈을 꾸기 시작하는 앨리스 언니의 이야기다.

눈을 감고 앉아 앨리스가 만났다는 이상한 생물들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고 반쯤 믿게 되지만,

'다시 눈을 뜨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단조로운 현실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 언니.

아이와 어른 사이의 자리에 서 있는 듯한 이 언니가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의 모습 아닐까 싶다.


 

또, 앨리스가 장차 자라서 어떤 여인이 될지,

성숙해진 후에도 어린 시절의 순진하고 사랑스런 영혼을 어떻게 간직해 나갈지를 그려 보는 그 마음은

루이스 캐럴의 마음, 모든 부모의 마음이며 그 어떤 멋진 꿈보다 더 멋진 꿈일 것이다.

이 이상한 나라 이야기가 지금 곁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나의 앨리스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길,

어떤 이상한 나라보다도 더 황당한 일과 미친 사람들이 많은 현실세계 속에서도

"정말 이상한 일도 다 있어!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게 이상하니까."하고 대응하는 앨리스처럼

당당히 제 갈 길을 걸어가길.

"걷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하게 되어 있는 법이니까."

걷다 보면!


<기억에 남는 한마디>
"정말 이상한 일도 다 있어!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게 이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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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더스의 개 동화 보물창고 49
위더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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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만난 <플랜더스의 개> 책 표지를 본 순간,

"먼 동이 터 오는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라는 노래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중 가장 슬픈 이야기,

'어떻게 동화가 이럴 수 있어?'하며 가슴 아린 결말을 마지막까지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였건만,

그래도 그 노래가 '파트라슈와 함께 한 날들'의 행복을 되살려주어

긴 시간이 흐른 후지만, 마음을 다독여 주었던 것 같다.
 

 

책 표지 또한 둘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은 스틸 사진 같다.
 

 

포악한 주인에게서 학대받다 버려진 파트라슈를 지나치는 수백 명의 사람들...

'개가 죽어 가는 건 브라반트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거든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지요.'라는 작가의 말은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는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근거도 없이 넬로에게 잔인한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코제씨,

자기 편의를 위해 하나가 되어 넬로를 내치는 마을 사람들,

세상에 혼자 남은 가엾은 아이를 쫓아내는 무자비한 집주인......

 

어쩌면 가난한 사람들이 같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무자비로 인해 죽어 가는 건

길에서 개가 죽어 가는 것보다 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아무것도 아닌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아무 힘도 없는 넬로를 지키는 건 꿈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꿈조차 가난한 이에게는 허황된 사치로 여겨졌을 뿐.

이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 안에 깃든 찬란한 빛을 보는 눈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차가운 세상, 등 돌린 이웃들에게 상처입은 넬로는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행운조차 외면해버린다.

눈보라가 쏟아지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넬로.

 

어릴 때 이 동화를 읽었을 때엔 넬로가 바보 같다고, 너무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모르고 성급한 절망에 빠져 죽음을 자초했다고.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넬로에겐 현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순진무구했던 소년은 이미 알아버린 것이다.

차갑고 잔인한 세상, 얼음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도 소년을 지켰던 따스한 사랑과 믿음이 남김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세상은 이제 우리 같은 건 필요로 하지 않아. 우린 외톨이야."

 

넬로의 마지막 말은

이 시대에 스스로 죽음을 단행하는 많은 이들의 마지막 마음과도 완벽히 겹쳐진다.

'사랑에 대한 보상도 없고 믿음을 이행하지도 않는 세상'을 떠난 둘을 보며

후회와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들.
 

 

닫힌 문 속에서 나만의, 내 가족만의 안위를 충족시키려 애쓰는 우리들이 있는 한,

세상은 그 때와 똑같이 차갑고 캄캄하게 존재할 것이다.

 

세상이 주지 않았던 사랑과 믿음을 준 파트라슈,

그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던 행복을 천국에서 누리고 있기를 기도하며

아이 때 느꼈던 슬픔과 분노보다는, 부끄러움이 가득한 마음으로 넬로에게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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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동화 보물창고 4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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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때보다도 외면이 중시되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말은 구닥다리 어른들이나 쓰는 사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 또한 아무도 믿지 않는 그저, 잊혀진 격언이죠. 
어느새 내면을 보고자 하는 마음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초라한 차림의 사라가 곁을 스쳐지나가도 우리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의 빛을......

여기 이 소녀, 사라......
사라는 진정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졌을 때엔 
모든 것이 우연이며, 그 우연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 뿐이라며 스스로를 의심하며
누구든 같은 사람으로 대하며 따뜻함을 나눕니다.
그리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비참한 현실에 떨어져서도 그녀는 굴하지 않습니다.

'세상이라는 현실'보다도 '마음이라는 진실'을 믿는 사라.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진실이 그녀 자신을 지킵니다.
진흙탕과 초라한 차림 속에서도 반짝이는 사라의 눈빛과 고운 마음이 그녀에게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줌으로써
이 이야기는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벗어납니다.
옆집 신사가 아버지의 친구가 아니었을지라도, 그가 그녀를 결국 찾지 못했을지라도, 다이아몬드 광산이 실패했을지라도,
사라는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당당한 삶'을 찾았을 것입니다.
마법은 언제나 어떻게든 항상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리 보여 준다(p.219)는 굳은 믿음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으니까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던 구원, 참으로 오래 걸려 그녀를 다시 찾아온 행운(그녀의 표현대로라면)은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희망은 늘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은유하는 듯합니다.

사라의 이야기가 슬픔과 절망을 잊게 하는 마법을 지닌 것처럼,
람다스와 옆집 신사의 따뜻한 마음이 사라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처럼,
베키와 로티, 어먼가드의 변함없는 우정이 외로운 사라를 위로한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불행은 떨쳐내기 힘들지만,
타인의 불행을 순식간에 사그라들게 만드는 영혼의 불꽃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으로 약하고 작지만, 타인에겐 더할 나위없이 따스한 온기로 퍼져나가는 불씨를요.

사라가 가장 배고프고 추웠던 날, 자기보다 더 배고파 보이는 소녀에게 베푼 희생이 
늘 그 자리에서 차가운 거리의 굶주린 아이들을 그저 보아만 왔던 빵집 아주머니의 마음을 열어
힘이 닿는 대로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도록 이끄는 것은
이 책 속에서 가장 멋진 마법, 상상력이 풍부한 사라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이야기입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책으로 사라를 만나는 아이들이 
진실한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그 아름다움을 살아낼 마음을 닮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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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집 올 에이지 클래식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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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의 '그림 형제 동화집' 출간 소식을 듣고

"어머나!"하고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장중하고도 생동감 있는 표지 그림은...

 

전설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래컴의 것이기 때문이었죠!

 

고전 동화 일러스트의 거장,

섬세한 붓터치와 깊고 풍부한 색채를 사용해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변화무쌍한 운동성을 구현해 냄으로써

순간의 모든 것을 그림 한 장으로 이야기하는 그에게 매료되어

그의 작품들을 보려고 온갖 자료들과 정보의 바다 속을 헤집고 다녔었는데,

이 귀한 그의 작품을 드디어 그림 형제의 이야기와 제대로 함께 감상할 수 있다니

저에겐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예요.

 

그림 형제 동화들 중 대표적인 열 아홉 작품이 실린 이 동화책은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동시와 동화 작가로도 활동하시는 이옥용씨의 번역이라

간결하면서도 유려하고 시적입니다.

소리내어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헨젤과 그레텔'에서 남매가 마녀를 만나는 순간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라면 다 꿈꿔봄직한 '과자집'이라는 환상의 장면...

생각했던 헨젤과 그레텔보다 훨씬 어리고 작은 소년과 소녀,

그리고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집안에서

참으로 고운 목소리로 친절하게 말을 거는 마귀할멈.

어른의 눈으로 보면, 그림 형제들이 구전되던 설화를 모으던 그 옛날의 ' 옛날옛적'이나

현대에나 연약하고 순수한 영혼들을 위협하거나 유혹하는 것들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이기적인 목적을 가진 더 강한 자, 또 순간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는 더이상 '동화'가 아니네요.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그림 형제 동화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그대로는 말할 수 없는 세상의 위험함을 경고하려 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에서 온 것이겠죠.

 

 

 재미있게만 읽었던 동화가 마음 속에 뿌리내려

선으로 이끌고 악에서 벗어나게 하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라는 목소리로

전설보다 무서운 세상의 삶을 지켜주길 소망해 봅니다.

 

저에겐 가장 섬뜩했던 동화 '거위 치는 하녀'에 나오는 

말하는 말 팔라다의 충심으로

모든 것을 잃고 어떤 희망도 꿈꿀 수 없는 순간에도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주기를...

 

 

아서 래컴의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진 그림 형제의 옛이야기들은

수천번은 들었음직한데도 완전히 새로운 울림으로 다시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용기있고 착한 마음에는 어떤 식으로든 기적 같은 도움이 따른다는

이 '거짓말 같은 진실'은

아이들이 커 갈수록 더 잃어서는 안 될 믿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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