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동화 보물창고 4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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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때보다도 외면이 중시되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말은 구닥다리 어른들이나 쓰는 사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 또한 아무도 믿지 않는 그저, 잊혀진 격언이죠. 
어느새 내면을 보고자 하는 마음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초라한 차림의 사라가 곁을 스쳐지나가도 우리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의 빛을......

여기 이 소녀, 사라......
사라는 진정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졌을 때엔 
모든 것이 우연이며, 그 우연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 뿐이라며 스스로를 의심하며
누구든 같은 사람으로 대하며 따뜻함을 나눕니다.
그리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비참한 현실에 떨어져서도 그녀는 굴하지 않습니다.

'세상이라는 현실'보다도 '마음이라는 진실'을 믿는 사라.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진실이 그녀 자신을 지킵니다.
진흙탕과 초라한 차림 속에서도 반짝이는 사라의 눈빛과 고운 마음이 그녀에게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줌으로써
이 이야기는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벗어납니다.
옆집 신사가 아버지의 친구가 아니었을지라도, 그가 그녀를 결국 찾지 못했을지라도, 다이아몬드 광산이 실패했을지라도,
사라는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당당한 삶'을 찾았을 것입니다.
마법은 언제나 어떻게든 항상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리 보여 준다(p.219)는 굳은 믿음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으니까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던 구원, 참으로 오래 걸려 그녀를 다시 찾아온 행운(그녀의 표현대로라면)은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희망은 늘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은유하는 듯합니다.

사라의 이야기가 슬픔과 절망을 잊게 하는 마법을 지닌 것처럼,
람다스와 옆집 신사의 따뜻한 마음이 사라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처럼,
베키와 로티, 어먼가드의 변함없는 우정이 외로운 사라를 위로한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불행은 떨쳐내기 힘들지만,
타인의 불행을 순식간에 사그라들게 만드는 영혼의 불꽃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으로 약하고 작지만, 타인에겐 더할 나위없이 따스한 온기로 퍼져나가는 불씨를요.

사라가 가장 배고프고 추웠던 날, 자기보다 더 배고파 보이는 소녀에게 베푼 희생이 
늘 그 자리에서 차가운 거리의 굶주린 아이들을 그저 보아만 왔던 빵집 아주머니의 마음을 열어
힘이 닿는 대로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도록 이끄는 것은
이 책 속에서 가장 멋진 마법, 상상력이 풍부한 사라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이야기입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책으로 사라를 만나는 아이들이 
진실한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그 아름다움을 살아낼 마음을 닮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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