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 시대 -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장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지나가는 겨울 끝자락 봄을 부르는 비가 내리는 날 창문 밖 풍경은 을씨년스러움을 더한다사위는 어둠 속 부유하는 불빛 따라 움직이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시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두 아이의 엄마로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힘겹게 살아온 시간들이 양적인 고단함으로 점철된 삶의 무게에 더께처럼 자리한다결혼 생활 26년 째 염세적으로 흐르는 부부의 거리를 인식하며 이제는 성년이 된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자율적인 중년의 삶을 구상하여 본다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이와 살아왔던 시간들이 평행선을 그으며 스쳐간다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생태적인 섭식과 삶의 방향은 유대하기 힘든 쪽으로 흘러 다툼으로 비화될 때가 있었다대치 상황을 대화로 풀어 보려 시도하였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 부부라고 여겼지만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무덤덤한 채로 지내는 생활은 별 의미를 갖지 못했다수명이 길어져 부부가 함께 살아갈 날들이 아득하게 남아 보이는 지금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면서 앞으로의 삶이 답답해진다면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가까이에서 갈등 요인을 양산하기보다는 떨어져 지내면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상대가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따라와 주길 바라기보다는 상대의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졸혼은 결혼 제도에 묶여 힘들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며 일본 부부의 졸혼 생활을 들여다본다.


  서로 간섭하지 않는 독립적인 생활을 이으며 보고 싶은 것 다니고 싶은 곳을 찾아 떠나고 필요에 따라 함께 이동할 때도 독립적인 개체로 자리하는 삶은 나와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로 보인다떨어져 생활하는 부부이지만 저녁 식사 후 자신이 경험한 것과 앞으로 하고 싶은 내용을 공유하는 대화로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서로의 개성과 본질을 꿰뚫어 이해하면서 붙어 지내는 것도 떨어져 지내는 것도 아닌 졸혼 생활에 만족해하는 부부의 모습은 상대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일로 보였다아직은 보편성을 띠지는 못해도 시일이 더 지나면 맞지도 않는 결혼 생활을 고수하느라 지쳐가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풍속으로 떠오르는 졸혼이다.


  틀에 박힌 결혼을 졸업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뜻의 졸혼은 아직까지 낯설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트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따로 사는 결혼으로 시작해 남편이 아내를 돕는 부부전업주부이던 아내가 생활비를 벌고 남편이 자유롭게 사는 부부 등 전형적인 결혼 생활에서 비껴난 부부의 모습은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기 전 자신들이 원하는 생활을 이으며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발견하며 지냈다시행착오를 겪으며 부부만의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모습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아도 가능하였다공평하게 일을 나눠 처리하며 살아가는 게 평등한 부부의 이상형으로 여기며 노력 여하에 따라 행복한 가족이 이뤄질 것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을 달가워하지 않는 결혼 생활에 파문을 일으키며 가정 파탄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졸혼은 부부가 달라지지 않을 언쟁을 벌이며 대립의 골을 깊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힘에 부쳐 갑갑함을 느끼는 결혼 생활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졸혼을 떠올리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지금껏 묻어뒀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도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시도할 필요가 있다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해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응하여 결혼 생활의 패턴을 나은 방향으로 추구하며 살아갈 때 이후의 생활은 유의미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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