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힘들었겠다 - 외롭고 지친 부부를 위한 감정 사용설명서
박성덕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학 후 나흘 수업을 해야 하지만 학교는 학년말 학교생활기록부 정리와 이동해야 할 상황에 놓인 선생님들의 행보 등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2월이다. 며칠 전의 불협화음의 앙금이 채 가라앉기 전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말을 건네는 모습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상대의 성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필요 이상의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럴듯하게 잘 사는 것 같지만 안으로 조금만 발을 내딛고 보면 갖가지 사연들이 똬리를 틀고 문제를 일으킬 조짐은 도처에 자리한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살았는데 그것도 이해 못해 주냐며 항변하는 이에게는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진다. 자신의 보호막은 그대로 둘러놓고 영역을 침범하면 여차 없이 덫을 놓아버린다.


   불화의 원인을 내부로 돌리는 자신을 질책하면서 관련 책을 읽고 사고의 변화를 꾀하지만 관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동안 힘들었겠다.’

  한마디가 주는 위로의 짧은 메시지는 긴 울림으로 가슴 속에 공명한다. 억겁의 인연으로 현세에 부부로 만나 그동안 입은 은혜를 갚느라 마음고생도 하고 가끔은 즐거운 일도 기억하면서 사는 관계에 놓인 아내와 남편이다. 살아가면 갈수록 투명해지고 명확해지기보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산재해 있음을 간파한다. 기대를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상대를 자신의 생각에 맞게 강요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눈에 거슬릴 때면 여러 가지를 요구하고 그 말을 들은 대상은 웬 참견이냐며 화를 내고 만다. 그러다 다툼을 하고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다 지치면 곁에 있어도 없는 이로 취급하는 경우가 늘어나 관계 개선은 쉽지가 않아진다.


   가부장적인 사회의 병폐로 남편은 오래 전부터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서툴렀고 아내의 상황에 공감하는 일을 간과해왔다. 연애할 때 설레고 흥분되던 마음은 결혼 후 현실의 벽에 갇혀 야속함과 원망으로 채워졌다. 불화로 강한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이고 친밀감은 사라져 긍정적인 관계 회복과는 점점 멀어지고 만다. 부부 간의 갈등을 회피하여 눈앞에 문제를 외면하는 일은 관계개선과는 요원해진다.

  ‘사람은 서로의 공통점 때문에 친해지고 차이점 때문에 성장한다.’

는 가족치료 권위자인 버지니아 사티어의 한마디는 차이점을 수용하지 못한 채 갈등만 일으켜 온 자신을 성찰케 한다.


  각기 다른 환경의 영향 아래 놓인 부부는 다름을 알면서도 쉽게 수용하지 않은 채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다름이 단점이 아닐진대 정서적 교류를 위해 서로 노력하기보다는 화근을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를 이해해 주지 못해 화가 나고 한으로 남는다고 말하면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부부의 화합은 요원하다. 상대의 공감하는 대화법을 배우며 힘들어하는 내용을 표현하면 가만히 들어주는 것으로도 위로될 때가 있다. 상대의 마음을 알아줄 때 상대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 배려가 또 다른 배려를 낳는 것처럼 진정으로 이해하고 외로움을 표현할 때는 그 상황에 공감하며 다독거려줄 때 부부의 관계는 회복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세상을 먼저 뜨게 되더라도 서로 애착관계를 유지했던 부부는 살아갈 힘을 얻어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처지에 공감하고 감정을 읽고 진정으로 대할 때 힘들었던 일들도 견뎌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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