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 평범한 나날을 깨워줄 64가지 천재들의 몽상
김옥 글.그림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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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은 쉽게 풀리지 않을 숙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숙명의 고리로 연결된 공동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최고의 휴양지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러 온 관광객들의 장비를 훔쳐 되판 돈으로 생활하는 열두 살 소년은 누나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누나는 그 돈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본능적 행동에 처연함이 융해되어 있는 영화시스터’ 속 시몽이 안쓰럽다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의 부인인 오노 요코의 전위 예술은 서구 사회에서 유명 인사의 아내로 살아가는 동안 짐 지우고 살았던 삶의 무게를 달래는 방식이었다고구마 벌레처럼 망가진 모습으로 귀환한 남편을 떠맡았던 아내는 섹스만으로 그와 소통하는 삶을 이었을 뿐이다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아내에게 기생하여 운명의 거대한 바퀴 아래 짓눌려 살았던 삶을 스스로 끊어버림으로써 그만의 방식으로 품위를 지키려 했는지도 모른다.


 “훌륭한 노00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라는 책임자의 인사말을 들을 때면 어머니 기분은 열기구를 타고 파란 하늘로 날아오를 정도였다고 회고하였다품안의 자식이라고만 여겼던 미성년 아이들이 사회인으로 성장하여 제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사실은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는 보람을 찾아 주었다하지만 장성한 자식들은 사회생활로 누리는 부가적 혜택을 자신의 힘으로 차지한 것으로 여기며 어머니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때가 있어 연로한 그녀는 자식들이 엄마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라며 간극을 메울 수 있길 바란다. ‘풀잎은 노래한다의 메리는 쫓기듯 결혼하여 그동안의 결핍을 보상받으려 했지만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내로 살아야 하는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경솔한 선택으로 또 다른 굴레에 빠진 메리는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인생살이를 돌아보며 올바른 판단에서 기인한 신중한 선택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이른 아침 머리맡을 환히 비추는 햇살 한 줌에 놀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움직일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며 살아있음을 축복으로 여기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늘어난다지난시절에는 예사로 보아 넘겨버리던 일들까지 감사할 일로 여기게 되니 시간 따라 변하는 게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마음 상한 일을 털어놓을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어 내 편이라는 믿음을 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중년에 이르렀다영역을 확장하여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친구의 범주를 축소하여 노년까지도 함께 할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정성을 기울일 때 막역한 친구로 소통하는 삶을 이을 수 있을 것이다소셜 네트워크 페이스 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자전적 삶을 다룬 영화에서 친구의 의미를 되짚는다가상의 공간에서 맺는 친구 추가 버튼을 누르기는 쉬워도 친구의 정을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은 허식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수천 명의 친구들이 등록되어 있어도 헛헛함을 달랠 길이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생각 없이 버튼을 클릭하며 친구를 맺는 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건조한 일상의 반복에 염증을 느끼다가도 보고 싶은 영화 한 편을 관람하고 난 뒤 다양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생각에 투영되어 희로애락을 느끼며 공명하는 시간은 소소한 기쁨을 준다. SNS를 뜨겁게 달군 영화감독과 영화배우의 사랑을 둘러싼 뒷공론이 무성해질수록 그들의 반응을 살피려는 이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진다.영화 제작을 계기로 만난 남녀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넘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채 통념에 반하는 행동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영화 속 주인공 춘수가 실존을 형상화한 희정의 그림에 관심을 두듯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 관계를 낳기도 하는 인생사를 보면서 영화감독에게 영화배우는 창작의 뮤즈였는지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비난의 소리는 크다.


  문화적 토대가 탄탄하지 못한 환경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문화적 향유를 하지 못한 채 지내온 지난날을 보상이라도 하듯 해마다 도시로 나가 뮤지컬을 관람하고 그림 전시회를 보면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한다사는 게 여의치 않아 가고 싶은 곳을 찾지 못할 때면 보고 싶은 것이라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라 기회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작품을 관람하며 지낸다보고 싶은 것은 보면서 살자는 마음이 커질수록 관람하고 싶은 공연을 사전에 예매한 뒤 현장에서 호흡하는 문화적 향유를 즐겼다가식적이고 위선적인 현실적 삶과는 대별되는 인간 내면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예술 작품을 통해 지고의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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