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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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운 호텔에서의 은밀한 모임은 서로 다른 비밀을 간직하고 모여든 인물들 간의 불안은 도처에 자리하여 시선을 외부로 향하게 한다. 진상 규명을 위해 호텔의 남자들은 다양한 가설과 분석을 내놓으며 궤도를 이탈하지만 이들은 우주의 궤도에 따라 명멸하는 행성처럼 제자리를 조금씩 찾아간다. 광부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호키티카를 찾은 무디는 에머리 스테인스와 크로스비 웰스 관련 사건을 확실히 매듭을 짓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착수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 아래 그의 활약은 빛을 발한다. 신중한 무디는 자신의 수하물과 뒤바뀐 로더백의 트렁크 속 편지들을 꺼내 읽으며 정치인 로더백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생아로 불운한 삶을 살고 있던 웰스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가족의 품을 그리워했으나 끝내 소식은 닿지 않았고, 이복형인 로더백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동생의 서신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형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게 되자 체념한 웰스는 살아갈 방도를 찾다 기적 같은 요행이 따라 탐광자로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치 않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형은 무응답이었다. 혈연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동생의 마음을 짓밟은 로더백은 동생의 아내와 놀아난 파렴치한으로 욕망을 충족하려는 야망은 정치인의 행보를 확장해가는 모습을 띈다.

 

   악랄한 프랜시스 카버의 손에 죽은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복수를 다짐하는 아 숙은 아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미한 정신으로 지내다 자기 파멸을 당기고 말았다. 프랜시스 카버는 크로스비 웰스의 행세를 하기 위해 그의 출생증명서를 훔쳐 형제인 것처럼 꾸미기에 이르렀다.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채 실종 상태인 스테인스의 영혼을 소환하려는 리디아의 계략은 그의 생존을 예견하고 벌인 강령회로 집약되었다. 12궁에서 가장 오래되고 마지막을 점하는 물고기자리에 와서야 완전한 자아를 획득하는 점을 들어 스테인스 씨는 죽지 않았기에 돌아올 것이라 확신한 리디야의 마무리처럼 그는 웰스의 오두막에서 생존해 있었다.

 

   총상을 입고 길을 잃은 스테인스는 생명에 위협적인 상황인데도 금을 묻어놓은 곳을 찾아 가야 한다며 자신의 안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에서 금광 시대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의 음울한 단면을 보는 듯하였다.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을 손에 넣으려는 이들은 재화로 치환할 수 있는 금을 확보하기 위해 술수를 가리지 않았다. 스테인스가 돌아온 뒤 그는 사기와 횡령, 태만 혐의로 수감되어 재판을 기다려야 했고, 오래 전 연인 같은 내밀함이 전해지는 안나 역시 풍기 문란과 위조로 수감돼 심문을 받아야 했다. 변호사였던 무디의 심문은 오두막 사건의 진상을 뒤덮고 있는 비밀의 더께를 조금씩 벗겨내며 은폐된 진실은 여명의 새벽에 희망의 빛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진상을 규명하려는 무디는 강요와 사칭, 사기를 통해 갓스피드 호를 획득한 프랜시스 카버가 동일한 수법으로 웰스 씨의 금을 훔쳤고, 옆에서 이를 도운 리디아의 술수가 한몫했음을 밝혔다. 안나 웨더렐에게 유대감을 강하게 느낀 에머리 스테인스는 빚과 아편 중독이 아니었다면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수십 가지의 제안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려 한다. 정보에 따라 아라후라 골짜기로 출발하는 카버를 비롯한 열두 명의 남자들은 각기 추구하는 방향을 찾아 길을 떠나갈 때 은둔자의 영혼은 하늘로 표표히 올라가 별들 사이에서 지구에서의 슬픈 운명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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