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을 때의 휘황한 밤거리의 찬란함과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에펠탑에 올랐던 기억이 대부분인 파리 여행은 파리의 속살까지 보지 못하였다. 세계 미술관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입구에 세워진 유리 파리미드를 지나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명화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만 봤던 명화를 볼 수 있다는 감흥도 잠시 인파에 밀려다니다 보니 박물관 견학이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떠올려야 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다시 오기 힘든 공간을 찾은 만큼 머릿속에 이미지를 새겨 넣고 가슴에 채우려 애를 써보았지만 별 소득은 없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그 당시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채 기억 속에 사장해두었던 일은 망각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들어앉아 버렸다.

 

   <<썬과 함께한 파리 디자인 산책>>의 저자는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파리를 다시 찾아 유학생으로 틈틈이 복합적인 공간을 찾아 파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그림과 사진을 곁들인 글로 남겼다. 예술의 도시 파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예술적인 디자인은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독자들의 눈에 들어온다. 예술가를 인정해주고 지원해주는 정책 때문인지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잇는 이들이 많은 점은 예술인이 밥벌이하기 힘든 한국과는 대별되는 요소로 비춰졌다. 파리에 체류하며 지낸 7년이라는 시간 속에 학교 주변과 명소를 다니며 발견한 작은 소품 숍에서부터 개똥 치우는 청소기와 레몬 착즙기, 희소성의 가치가 큰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전시하는 갤러리, 뷰트 쇼몽 공원에 조성된 머리 없는 산은 도심 안에 위치한 산에 있는 인공 폭포와 절벽이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는 곳이 인상적이다.

 

   개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취향만큼이나 개똥이 지천이라 그것을 치우는 진공청소기를 보면서 좋아하는 개의 배설물까지 깔끔히 마무리하려는 시민의식이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냈다. 거미를 연상케 하는 레몬 착즙기 '주시 살리프'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모습으로 부엌의 조리 기구로 자리한다. 제르망 카페의 톡톡 튀는 디자인에 매료당한 저자는 카페 중앙에 설치된 자비에 베이앙의 조각품 소피는 카페의 1층과 2층을 뚫고 서 있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일상생활 속 익숙한 감정에서 비껴나 자유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적 영역의 지평을 확장해 준다.

 

   설치 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이 만든 지하철 입구인 팔레 우아얄 뮈제 드 루브르역은 동심을 예술로 승화시킨 야행성 키오스크는 유리구슬로 만든 설치물이다.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는 길의 벽 속에는 물방울 모양의 보석함 속에 투명한 구슬들을 넣어 파티장을 연상케 한다니 그곳에서 지하철을 이용해보고 싶은 욕구가 인다. 유학 생활에서 오는 고단함과 고독을 풀어내기에 그만인 곳으로 갤러리를 꼽고 있는 저자는 천장이 높은 곳에 전시된 작품을 만나며 잠재된 미의식을 불러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갔다. 새로운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는 일에 적극적인 생활은 많은 곳을 찾아 오감으로 끌어내는 일련의 활동으로 그 모습을 스케치하고 메모하면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파리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창조적으로 형상화하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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