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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강신주의 다상담. 1: 사랑, 몸, 고독 편 - 사랑, 몸, 고독 편 ㅣ 강신주의 다상담 1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12월
평점 :
유한한 삶을 살다 종국에는 사멸하는 인생이기에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꿈을 품으며 즐겁게 빠져드는 일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진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삭신이 내려앉을 것 같고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과 가슴에는 열이 나서 가쁜 숨을 돌려야 하는 40대 후반의 초로(初老)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드는 우울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몸과 마음이 처질 때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면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달래주는 저자의 생각이 치유를 넘어 자기 정화로까지 이끄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로 벙커1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진 강의와 상담은 생활 속에 밀착된 철학으로 다양한 고민을 테마 별로 묶어 객석과 하나 되어 빠져들게 했다.
밋밋한 일상의 반복을 넌더리내다가도 항상성을 벗어나 혼란이 가중될 때면 단조롭더라도 무탈한 생활이 계속되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돌연한 일들이 빚은 사태를 원활히 수습해가다 보면 이까짓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며 살게 되지만 그러기에는 인생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부모 말에 순종하며 어른들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자식과는 거리가 멀었던 딸의 10대를 떠올리며 그 당시는 그토록 힘들게만 여겨졌던 일들이 이제는 세상을 좀 더 깊이 이해하며 지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해 그저 고마워진다. 10대에 겪을 수 있는 것을 모조리 겪어 본 청년이 더 알찬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웃으며 현재 잘 살고 있는 스물한 살 딸아이의 당찬 얼굴이 떠올랐다. 심리적 혼란을 겪을 때 마음의 문을 열고 심정을 토로하였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위로가 된다면 고마운 일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를 떠올려 보면 상대와 함께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걸어도 불편함보다는 즐거움이 더했고, 길을 따라 끝까지 걷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해가 꼬리를 감추는 시간이 멈춰지길 바랐던 적이 있다. 사랑은 주변인들의 개입 없이 상대가 오롯이 주인공으로 다가올 때 서로의 자존감을 살림으로써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감정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통까지 감당하는 일일진대 시련은 멀리 하고 싶기 때문에 경제적 상황을 위시한 조건을 고려하며 거래하듯 결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처받을까 염려되어 사랑하는 대상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내담자에게 자기감정에 충실하라고 조언하며 자기를 다 보여 주고 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가운데 타자를 알아 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복해지기 위한 열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감각이 살아있어 고마움이 더한 시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여 행복의 문에 이를 수 있다면 좋겠다.
한 생명체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마음과 몸이 따로 움직여 서글퍼질 때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진행된 노화는 생물학적 나이에 걸맞은 속력에 가속도를 붙여 질환을 부추긴다. 몸이 건강해야 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고 판단력 또한 바로 설 수가 있는 만큼 악기와 같은 몸에 제 기능을 잘할 수 있게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세계와 소통하며 몸으로 부대끼며 쌓아가는 경험 속에 몸이 활성화되는 일은 서로 사랑하며 열락에 빠져드는 일도 포함될 것이다. 사랑의 관문인 성적 관계를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상대에게 집중함으로써 경험하고 그 경험 속에 배움이 있음을 진지하게 말하는 저자는 정신적 사랑만 지향하다 자기감정을 어기고 삶으로써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앞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심층적인 감각인 촉각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몸으로 표현하는 일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어느 순간 홀로 지내는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싶어도 선뜻 실행에 옮기기 힘든 때 고독은 희뿌연 안개처럼 자신을 휘감아 무력하게 만들 때가 많다. 세상 모든 게 궁금해 견딜 수 없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시절에는 고독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한 사회의 성원으로 자리하여 책무를 다하며 살면서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게 없어 허허로움에 고독이 그 자리를 채우고 만다. 몰입하기 힘들 때 자의식은 고개를 밀고 들어와 존재 이유를 물으며 삶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몰입하고 싶어도 빠져들 수 없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못지않게 자본은 낭만적 삶을 부정하며 그저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보고 살게 하는 피상적 삶으로 이끈다. 한 번의 선택으로 완벽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내담자에게는 예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삶에 충실함으로써 당당한 나와 대면하는 길로 나서는 일은 지금껏 살았던 관성을 뒤집고 스스로를 파괴할 용기를 가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매료시키는 일을 찾아 즐기는 가운데 몰입함으로써 고독에서 파생하는 우울함을 벗고 잡생각을 떨쳐낼 때 행복으로 충일한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