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괜찮아 -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8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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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부터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를 흔들어 깨우며 어디 아프냐고 묻자 간밤에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잠을 설쳐서 피곤하다며 모로 누워 버린다. 아침부터 아이를 닦달하면 서로 기분이 상할 듯해 오후 자율학습 시간 상담을 요청했다. 그동안 관찰해 온 일들을 나열하며 꿈이 뭐냐고 묻자 녀석은 벼락부자라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며 돈을 많이 벌어서 폼 나게 살고 싶다는 말로 목청을 돋우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좇아 잠재적인 능력을 계발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억대 부자로 살고 싶다는 아이를 보면서 배금주의(拜金主義)가 우리 내부 깊숙이 들어와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돈 걱정 없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지내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궁벽한 시골에서 나고 자라 결핍이 곳곳에 자리하는 아이들을 만나 그들과 생활한 지 20년 남짓, 학생들의 진로 선택은 안정적인 직업의 바로미터라 할 만한 학과로 모아진다는 것을 절감하며 지낸다.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고려하여 부모들이 선망하는 직업에 종사할 길이 다소 편해 보이는 곳으로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캐리어 존의 흔한 풍경이다. 인턴 십으로 시작하는 비정규직의 불안에서 벗어나 정규직으로 출발선에 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느라 골몰하는 진학 지도 풍경은 획일성을 띠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확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기성세대의 바람을 지침에 따르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고1 태섭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아무것이나 하려 들지 말고 돈이 되는 일, 남들이 선망하는 일을 찾아 가야 한다는 강압적인 말보다는 뭘 해도 괜찮다는 말은 상대의 기를 꺾지 않은 가운데 힘을 실어주는 말이다.

 

 

  생각만큼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태섭은 순위를 매긴 성적표를 볼 때마다 실의에 젖는 횟수가 늘었다. 학원을 교체하고 용돈을 조정하는 일로 아들에게 자극을 주려던 엄마의 의도와는 달리 태섭은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는 생활을 청산하고 스스로 학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심어 주겠다며 독서실로 향한 지 며칠이 안 되어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뺑소니 사고라 가해자를 찾지도 못하고 옆을 지나가던 여학생의 도움으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고 후 태섭은 팔씨름을 계기로 꾸준히 운동하여 몸짱이 되겠다고 결심하며 미처 발견하지 못하였던 소소한 능력을 찾아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일이 소중함을 일깨우게 되었다.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우수한 학생으로 자리한 준수를 보면서 다른 친구들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태섭은 자못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갖은 경험을 버무려 놓은 비빔밥 같은 책 중에서도 결과론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다는 위인전은 방향키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촉매로 작용할 때가 있다. 사서 교사의 추천으로 읽은 링컨의 자서전은 도전할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였던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좌절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을 지켜나갔기에 성공에 이르러 행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링컨 대통령의 도전을 보면서 태섭은 아무리 힘들어도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기 때문에 도전을 멈추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자신을 믿지 못한 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였던 스스로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며 자신의 장점을 확인하여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에 얼마나 근접하였는지를 점검하며 실패를 거듭해도 그 속에서 얻은 교훈으로 끝내는 성공에 이를 수 있음을 각인하게 되었다.

 

 

  1등만 생각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지닌 무자비함이 현수막의 주인공의 들러리로 자리하는 다수의 아픔이 겹쳐져 마음이 편치 않다. 학생들의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는 성적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교육 제도 속에서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일이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수가 따르는 길을 답습하는 구태의연함으로 일관하기에는 세상의 변화가 극심하다. 봉사활동 횟수를 늘려서 봉사 시간을 누적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려는 여느 학생들과 달리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봉사해 온 규리의 진로 선택 과정이 인상적이다. 남을 도우면서 스스로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규리의 모습에 더욱 힘은 얻은 태섭은 진로 특강을 통해 부러워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일로 경험의 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장애인 축제 기획을 맡은 태섭은 벼룩시장을 운영하여 수익금으로 단체를 후원하는 일까지 계획하여 적극적으로 섭외에 나서는 모습은 자기가 선택한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으로 자리할 것이다. 가능성과 다양성을 함께 키워 나가는 진로 설계로 실패를 겪더라도 능동적인 삶의 자세를 배워가는 길은 진로를 개척해 가는 이들이 놀라운 변화를 이뤄 내는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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