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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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국의 역사인 것처럼 흡수하려는 중국의 야욕이 팽배한 시대에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한민족 역사 기행단의 일원으로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를 찾아 역사의 웅혼한 기상을 가늠해 본 적이 있다. 광활한 만주 벌판을 무대로 한 고구려 시대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고구려의 뒤를 이은 발해의 두 번째 수도 상경용천부에 도착하여 넓은 궁궐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발해의 성은 당시 동북지방에서 당나라 장안성 다음으로 큰 궁성이었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은 발해의 역사를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반성케 하였다. 물질적 재화를 축적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소원한 시대에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홍라의 길은 희망적이다.

 

 

  교역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상단 활동은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바탕으로 영역을 확장해 간다. 금기옥이 이끄는 금 씨 상단은 상경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상단으로 교역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풍랑에 난파를 당하여 교역 품들을 수장(水葬)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어머니를 잃은 홍라는 빚쟁이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며 상단을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인 데다 부왕의 혼례식에 바칠 비단 오백 필을 마련하는 일까지 겹쳐 진퇴양난에 빠졌다. 상단을 정리하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일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제시하는 이들의 군소리를 뒤로 한 채 홍라는 부모가 딸에게 전해 준 선물로 위기를 타개해 갔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 위해 흑수로 돌아간 아버지는 딸에게 소동인을 남겼고 어머니는 상단이 위기에 놓였을 때 쓸 열쇠를 남겼다.

 

 

  묘원의 열쇠를 들고 석실로 들어간 홍라와 친샤는 서역 통화인 은화를 발견하고는 그것으로 사장시의 비단부터 해결하여 관아의 부곡으로 끌려갈 걱정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상단을 지키기 위해 은화를 들고 솔빈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서기 전 홍라는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지도를 펴들고는 담비의 길을 찾아 나섰다. 세상 모든 곳으로 통하는 길을 가늠할 수 있는 지도는 교역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상단에 이윤을 남기고 세상에 이득을 전하는 길을 제시해 주는 이정표이다. 솔빈으로 가서 은화를 팔고 솔빈의 말을 사서 이문을 남겨 빚을 갚고 상단을 구하려는 목표를 바로 세우고는 친샤, 월보, 비녕자와 함께 길을 나섰다. 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차용 증서를 들고 온 쥬신타와 동행하는 처지에 놓여 마뜩찮은 교역의 길에 올랐지만 수완이 좋은 쥬신타의 도움을 받으며 첫 거래를 성사시킨 홍라는 흑수 말갈 최고의 궁수인 아버지를 만났다. 다스림을 받지 않는 평화의 땅 흑수로 가자는 아버지 제안을 거절한 홍라는 아버지가 전해 준 전서구를 받아들고 제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듬직하고 멋져도 아버지는 아버지고, 난 나야.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야지.’

  홍라는 청해진 상단과 거래를 하기 위해 나섰지만 장보고 장군의 죽음으로 난관에 직면하여 마오 상단의 등주 책임자인 쿠트 영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수월치 않았다.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이 커서인지 교역 상대를 찾았다는 비녕자의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여 김자인 일당에게 사기를 당하고 자신을 돕기 위해 원행에 나섰던 월보의 주검은 장사치들의 공생에 회의를 품게 했다. 가짜 돈인 줄도 모른 채 말을 내주었던 등주에서 나의 친샤로만 여겨왔던 홍라는 그녀의 이모를 만남으로써 친샤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과 그녀의 장애를 둘러싼 이력은 홍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아픔에 떨어야 했다. 지금껏 함께 해 왔던 이들의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한 채 지내왔던 날들이 부챗살처럼 퍼지자 홍라는 자신의 길을 걸으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미쳤다. 각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음에도 주인의 명에 어깃장을 놓을 수 없어 끌려 왔다면 이제는 얽매임의 끈을 놓아야 할 때라고 여겼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 뭔가가 두 손 가득 차오름을 느낀 홍라는 마음을 비우고 부리고 있던 짐을 다 내려놓고 나서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홍라는 스스로 떠나 온 길 위에 서서 끝까지 가 보고 싶은 열망으로 미답(未踏)의 길을 찾아 길고 긴 길을 넘어 세상 끝까지 가는 게 자신의 꿈이라는 생각으로 홀로 새로운 길에 나섰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길은 홍라가 걸어갈 비단길이다. 사마르칸트를 지나 비단길까지 걸어 더 넓은 세상을 호흡하고 숱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며 안목을 키워갈 홍라의 길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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