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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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스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남해에서 눈 구경하기 힘든데 첫눈이 내려 나이 어른 아이 모두 창을 때리며 흩어져 날리는 눈송이를 보며 상념에 빠져든 날 스마트 폰으로 추억 의 명장면을 남기며 환성을 지른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는 것도 잊은 채 친구들과 눈싸움에 빠져들던 아이들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눈덩이를 뭉쳐 들고는 교실로 들어와 팔매질을 한다. 진도 나가던 교과서를 덮고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말하며 머지않은 겨울방학 계획 중 독서 계획을 추가하라고 주문하자 아이들은 이제 고 3인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며 아우성이었다. 휴대전화로 게임하고 인터넷 강의 듣는다는 핑계를 대고 포털 사이트 돌아다닐 시간을 줄여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루가 다르게 수십 종의 신간도서가 쏟아져 나오는 책 홍수 시대에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는지 가늠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계적인 지도자로 자리해 온 위인들은 독서를 통해 정신적 성숙을 도모하여 왔고, 지난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도 책을 통해서였다고 회고하며 오늘 자신이 읽은 책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독서욕을 부추기도 한다. 배우며 가르치는 교사로 생활한 지 23년째 책과 함께 생활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적잖이 받아 왔다. 안이한 태도로 매너리즘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배격하고 스스로 변화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일에 독서는 큰 힘을 준다. 심리적 상처를 독서로 치유하며 오롯이 내면으로 향하는 시간 스스로 깨어 있는 시간 마음에 자리한 앙금을 가라앉히고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앎의 양식은 삶 속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감정적으로 치닫던 자신을 책 속의 고갱이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사유하는 법을 일러주는 명약과 같았다.

 

 

“녹록치 않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책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스스로 던진 물음을 기억하며 책을 읽고 물음을 충족할 답을 생각하며 표현하는 가운데 책은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며 나를 조금씩 변화 발전시켜 자신 있게 존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힘을 준다고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저자는 주창한다. 능력은 잘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서 나온다는 말이 명징한 울림을 전한다. 고희에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가 글을 깨치고 가슴으로 써내려간 시는 지속될 기쁨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력을 발휘하고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 책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여 주는 자료로 타인과 나가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녀야 할 덕목들을 챙기게 한다. 유한한 인생에 좀 더 나은 인간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반문하고 스스로 답변을 구하는데 책은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같은 고통을 당하면서 문제 해결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에 고 김형률 씨는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그 원인을 파헤치는 일을 공론화하여 힘을 모으려는 취지에서 책을 찾아 읽었다. 고통과 정체성의 책 리스트를 만들어 책을 읽고 지금 자신이 겪는 고통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불안이 팽배한 시대, 물질적 가치가 우세한 세상에 안정적인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책들이 쏟아져 나와 타인과 견주었을 때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을 부추기는 가운데 자기계발 서적은 호황을 이룬다. 불안과 절망 속에 변화를 향한 의지를 불태운 해고 노동자 이창근 씨의 책 읽기 인터뷰는 스스로 힘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각성케 하는 촉매로 자신을 만나 반추하는 작용을 일으킨다. 키치적 인간으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자기 본성을 오롯이 깨달아 잠재력이 있는 인간으로 자리하는 길에 책은 자기 창조를 도와 고통에 직면했을 때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책을 읽어 어디에 써먹는지, 도서 목록은 어떻게 작성하는지 등의 물음에 저자는 인상 깊게 읽은 책들 중심으로 궁금증을 풀어가는 사례 중심의 글은 행간을 좇아 또 다른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관심 있는 주제별 책 읽기부터 현실에서 궁금한 것을 책에 찾아보기 등의 리스트 작성은 월초 세우는 테마 리스트 작성과도 닮아 있어 반가웠다.

 

 

  살아온 시간이 쌓여갈수록 사람들과의 사이에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서로에게 크고 작은 상처로 남는다. 혈기 왕성하였던 20대에는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며 이해가 잘 안 되던 부분도 40대에는 너그러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면 경험과 연륜이 주는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앎을 발견하고 이 좋은 것을 예전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지만 타인과의 연결을 위해 나만의 틀을 깨고 나서서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길목에 자리하는 책은 진화하는 삶을 살아가는 원천을 마련해줬다. 종로서적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서서 책들을 읽으며 자기 연민에 빠져 있던 자신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추억담은 조르바에 빠져 지냈던 자신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심장 박동소리를 높이며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 가식과 위선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대신 순수한 모습 그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정성을 다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는 더 큰 스승으로 다가왔다. 조르바를 동경하며 그의 행동을 모방하려 했던 점은 내 안에 화학작용이 제대로 일어나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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