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개정증보판 달인 시리즈 4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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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순간도 너만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다짐을 하는 연인들의 밀어는 시절인연에 따라 또 다른 공허를 낳을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면서 적지 않은 약속을 내세우며 지금 향하고 있는 사랑을 지켜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간다.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며 사랑 또한 예외일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호모에로스를 읽고 그 감흥을 찾아 길을 떠난다. 어설프지만 설렘이 무엇보다 강렬했던 첫사랑, 첫키스 등을 추억 삼아 밋밋한 현재를 달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술만 마시면 과거의 연인을 불러 내놓고 함께 했던 시절을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이를 연민하다가도 되레 염증을 일으킬 때가 있다. 사랑과 연애를 둘러싼 무수한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 또한 지금 살아하고 잇는 감정이 고유할 것이라 믿으며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다. 사랑을 받으며 상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빠져 편견을 낳으면서 그것을 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전제로 저자는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한 망상기제를 낱낱이 파악할 때 비로소 호모 에로스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하는 사랑은 로맨스고 타인이 하는 사랑은 불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항간에 떠돌 정도로 어떤 방법으로든 사랑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끔 중독된 사랑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충동성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달아 서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하지만 열정은 사랑하는 대상을 감정의 노예로 만들어 구속하지 않고 평온함을 주어 순도 높은 합작품을 선물해 준다. 서른넷인 노총각 제자는 오늘도 추운 겨울 외로움을 상쇄할 만한 일이 있어야 하는데 애인이 없어 옆구리가 시리다며 구제를 해달라는 애교 섞인 문자를 전해 왔다. 잃어버린 반쪽이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 반쪽을 찾고 싶은 욕망이 기저에는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대상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노력하며 지낸다. 하지만 저자는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한정지어 나의 반쪽을 만나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출될 때 사랑은 깃든다고 봤다.

 

 

 

   대학 시절 졸업을 앞두고 뒤늦게 사랑을 불태우던 친구는 오로지 연인과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 친구들의 원성을 산 적이 있다. 연애를 둘만의 관계로 한정짓고는 다른 삶과는 분리하여 둘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등(沸騰)하여 들썩거리던 사랑은 1년이 채 안 되어 서로 원수처럼 등을 돌리고 말았다.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친구가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가꾸는 공부를 통해 새로운 대상과 삶의 서사를 주고받으며 소담스러운 사랑을 키워 나가 결혼에 이르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사랑이 너무 지나쳐도[태과], 사랑이 너무 모자라도[불급] ‘사랑과 연애의 달인’에 오르기는 힘들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삶을 지속하는 한 공부는 지속되어야 하는데 1차적으로는 자신의 몸과 능동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데 있음을 밝혔다. 자신을 관찰하고 상대를 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간극을 줄여 나가 연인은 자신과 같은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친구처럼 여길 때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는 사랑을 가꿔나갈 수 있다.

 

 

 

   시절인연에 따라 사랑이 찾아들고 사랑의 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본 저자는 내 몸과 천지의 기운이 상응하는 타이밍을 잘 포착해야 함을 강조했다. 더 나가서는 화폐 권력이 쳐 놓은 그물망을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매트릭스를 찾아 자기로부터 벗어나 더 큰 인연의 장을 만들어갈 발원을 세우고 그 바람대로 맞닥뜨릴 사랑을 꿈꾸길 희망한다. 어떤 특별한 '시공간적 배치' 속에서 사랑이란 특별한 감정이 생기고 그 관계를 형성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사랑 법을 창안하길 바라며 대상에 대해 집착하기보다는 삶의 지평을 새로운 흐름으로 안내해 주는 사랑의 진정성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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