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
장영희 지음 / 예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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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사서 읽을 여력이 없던 어린 시절 선배에게 물려받은 교과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으로 관심을 돌렸고, 친구에게 빌려 읽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지금도 이뤄지지 않은 사랑에 아파하면서도 성숙한 삶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교과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지내던 시절과는 달리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서 어떤 책을 선택해 읽는 게 나을지 고민케 하는 시대를 살아내느라 더 고단한 지도 모를 일이다. 고2 학생들과 문학 수업 시간에 만나면서 고 장영희 교수의 산문집을 추천 도서로 내세울 때가 많다. 생후 1년 소아마비를 앓기 시작하여 입원 치료를 위해 흰 벽 안에 갇혀서 지내는 동안 그녀가 읽은 책들은 훗날 저자가 강단에서 제자들과 만나 소통하는 시간 교감의 열매로 작용하였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며 대리 경험하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인 경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는 사랑하는 방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장영희 교수가 청춘들과 만나 온 인생에서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를 엮어 펴낸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것은 신산한 삶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좀 더 인간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여 상대와의 벽을 허물고 자아가 타자가 되는 대리 경험으로 인간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서로를 경쟁자로 내몰아 살벌한 각축전을 방불케 하는 시대에 문학은 타인을 이해하고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는 삶을 잇는 것 무엇보다 소중함을 일깨운다. 문학을 가까이 할 필요가 있음을 저자는 그동안 경험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드러낸다. 청춘 시절에 읽은 책이 기억 속에 오래 자리하여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여 미욱함이 많은 시간을 성숙함으로 채워 넣는 기능을 적절히 행하는 문학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생의 양분으로 자리한다. 파종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기억력이 좋고 시력이 괜찮은 20대에 문학을 포함한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있다.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 등장인물의 태도 등이 어떤 동기를 부여할 때가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청춘 시절에 숨어 있는 감성을 깨우는 책들을 가까이 하며 지내는 일이 축복처럼 여겨진다.

  감수성이 살아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학 수업은 공감지수가 놓아 소통하는 가운데 창의력을 바탕으로 정서를 표현하며 인지적 영역을 넘어 사고의 폭을 넓혀 간다. 이성적 판단을 바탕으로 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문학은 타인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 행복으로 가는 길 중 하나임을 넌지시 깨닫게 된다. 하버드 의대와 MIT공대의 교양과정에 문학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의아스럽기는 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제대로 알기 위해 문학을 가까이한다는 답변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공감하였다. 무엇인가 가슴을 울리는 작품을 선택하여 문학 작품을 읽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권하며 저자는 독서를 통해 난관을 극복해 나간 지도자들의 삶 가까이 들어가 일화 속 금언을 열거함으로써 책 읽기의 귀중함을 역설하고 있다.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으면 최소한 만지고 쓰다듬기도 해라, 쳐다보기도 해라. ’

   책 읽기를 강조하는 의견과는 괴리되어 보이지만 처칠은 책을 구경이라도 하는 게 책과 거리를 두고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3박 4일 수학여행을 떠나며 들고 간 책 한 권에는 나이가 더 들어 피로감이 더하기 전에 꿈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 서서 자신을 무장하며 살아가는 일이라 위로하였다. 이동 중에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저자가 귀한 시간을 내어 만들어 놓은 작품을 손쉽게 읽고 내면화하는 일에 고마움과 설렘이 더한다. 깊은 생각으로 돌발적인 상화에 대처해 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독서의 힘은 어떤 방향을 잡고 살아가야 할지 가늠케 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문학은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인간답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여러 사례에 담아 보편성을 얻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서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근성을 길러준다.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통해 그들이 고난을 극복하여 그들만의 승리로 이끄는 법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목적지를 향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불투명한 인생길이기에 우리는 스스로 인생길을 개척하여 열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살아간다. 조금 뒤처지더라도 조바심 내지 말고 지금의 방황이 초래한 시행착오를 소중히 여기고 의미 있는 삶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스무 살을 시작할 청춘에게 말하는 대목은 긍정적이다. 저자는 신체적 장애로 황폐화될 수도 있었던 자신의 삶을 사랑하여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책이 주는 힘이 컸음을 진솔하게 밝혔다.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던 시인의 시를 생각게 하는 내면세계의 풍요로움을 위해 청춘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일들 중에 독서와 값진 의미를 지니게 될 경험을 쌓아가는 일이 절실하다고 피력하였다. 자신의 삶에서 주인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안에 있는 거인을 깨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창조의 산물인 책을 가까이하며 살아가는 일은 질적인 향상을 담보할 수 있는 일로 내면을 살찌우며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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