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푸른도서관 40
안오일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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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까지 등교하라는 학교 방침대로 등교 시간을 엄수하기 위해 가방을 둘러메고 아이들은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 들어온다. 교실에 발을 걸치고는 숨을 할딱거리며 인사를 하는 아이 얼굴은 어느 새 당근 빛깔처럼 발갛게 달아 올랐다. 수행평가가 있는 날이면 쪽지를 내서는 그것을 외우느라 손끝이 바삐 움직인다. 책 속에는 우리들이 가보지 못한 길들이 경험 속에 살아 있다며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시험에 쫓겨 책 읽을 겨를이 없다고 항변한다. 야자 시간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있는 학생의 등짝을 때리며 헛짓거리 한다고 타박하는 감독 선생님의 말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괜찮아』안오일 청소년 시집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눈에 포착된 시적 소재를 짧은 리듬 속에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예순 네 편의 시를 네 부분으로 나눠 분류된 시를 각기 다른 제목으로 아우르고 있는 시들은 평이해 보이지마는 시 속에 담긴 의미는 자못 깊다. 학교, 집, 학원을 획일적인 순으로 움직이는 청소년들의 동선은 무미건조함을 더한다. 학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건성으로 배우며 교과서 지식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 내용을 왜 말하느냐는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리할 것인지 냉소적인 시선으로 물었다. 잘나가는 어른이 되기 위해 열여섯 살 지금의 나를 잃어버린 시적화자가 빠져 버린 내 소리를 찾아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시에서는 점점 자신의 본질을 망각한 채 지내는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찾게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각박한 생활은 지금 행하는 규칙을 수동적으로 따르며 지내느라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자기표현이 미숙한 아이, 남의 물건을 제 물건처럼 빌려 쓰고는 돌려주지 않는 아이, 돈 잘 쓰는 아이 앞에서 굽실거리는 녀석의 등짝을 한 대 쳐 주고 싶다는 시에서는 한 교실에 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천 냥 하우스에서 팔리는 물건들은 모두 한 자리에 들어있는 모습에 착안하여 각기 다른 취미를 안고 사는 아이들 역시 적성과 취미를 고려하기보다는 모두 수학 심화반에 넣어진 점을 들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있다.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 내려다보는데

내 신발코가 불안하게 나를 쳐다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문처럼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내 자신이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다, 괜찮아...........

나는 신발코를 어루만져 주었다.

나를 만지듯

 

  현실의 부정적인 모습에 좌절하면서도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찾는 청소년들의 모습에 희망을 발견한다. 이 외에도 많은 시에서 청소년들의 각박한 삶을 반영하면서도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어루만져주는 모습에 진정성이 더해진다. 위만 쳐다보고 내달리는 청소년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의 말이 절실한 현대에 청소년들의 마음을 헤아릴 만한 시를 통해 그들이 삶 속에 이울 대는 단면을 보며 안쓰러움이 더한다. 청소년들의 현실적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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