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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항해하는 배를 타고 살아가는 인생인지도 모른다. 마흔을 훌쩍 넘긴 중년에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지인들의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할 때가 많다.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일에만 미쳐 하루하루를 지내던 이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지 넉 달째 세상을 하직하고 만 현실은 남은 가족들에게도 회한으로 가득했을 듯하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살아가지만 때로는 누군가와 갈등하며 현실에 부딪치며 사느라 부침하는 가운데 후회할 일들이 늘어만 가는 삶이다. 병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연명해 가느라 쇠약해진 육신으로 생명의 끈을 잇는 이들을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이의 이야기는 지나 온 삶을 반추하고 오늘을 새롭게 살아갈 의미를 찾게 한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가 돌보던 말기 환자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일련의 일들이 냇물이 흘러 강으로 가는 것처럼 잔잔한 리듬을 타고 내면으로 스며든다. 나이 들어 갈수록 육신은 늙고 병들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기에 건강할 때 오롯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 후회를 줄여 나가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 타인의 부음(訃音)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을 반추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게 한다. 지금껏 자신의 확고한 선택 의지보다는 타인이 정한 규정을 따르며 수동적으로 살았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마음을 더한다.
저자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의 고단한 삶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스물다섯 사례를 들어 일상에 매몰되어 사는 현대인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준다. 일상에서 도외시하고 넘어가던 일들을 끌어내 변화를 줘 새로운 세상과 부딪치며 사는 일을 즐기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로 떠난 인도 여행은 아직껏 맛보지 못했던 시큼하고 짭짤하며 쓰디 쓴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그때만큼 진솔한 나를 만나보지 못했던 듯하다. 그래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공간으로 다가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갈 무렵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게 후회스러운 점이라는 부분에서는 더욱 공감되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의 ‘행복’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을 때 온 세상이 발그레한 모습으로 타올라 더욱 아름답게 보였던 때가 청춘시절에 있었다. 그 무엇보다 생생한 삶을 그리며 현재를 열심히 살았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기도 하다.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발자취 속에 생생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즐기던 음식까지 기피하며 살빼기에 골몰하는 이들을 적잖이 만나면서 먹는 즐거움이 배제된 식사는 무미함이 더할 듯하다. 보고 싶은 이를 만나 서로 대화하며 즐거운 음식을 함께 먹지 못한 게 또 다른 한으로 남아서는 안 될 일이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일상 속 의미 있는 활동을 프레임 속에 담아 후회를 최소화하며 살아가야 할 삶의 의미를 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의 문턱에 서서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며 회한에 젖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건강한 삶을 자신하면서 죽음을 멀게만 여긴 나머지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을 자각하게 만든다. 예고도 없이 찾아드는 죽음은 기존의 질서를 뒤엎고 상실의 아픔을 넘어 통한의 슬픔에 잠기는 일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살아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언젠가는 죽게 될 운명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아들여야 하는지를 생생한 인터뷰에 담았다.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가족들에게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일로 하루를 열어가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감정에 휘둘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줄여 오늘 하루가 현세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하는 길은 회한으로 얼룩진 마음을 펴나갈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