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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ㅣ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등 크고 작은 시험을 치를 때마다 긴장감 속에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수족관 속에 갇힌 물고기들처럼 생명을 잃어가는 듯해 안쓰러울 때가 종종 있다. 초등학생 아들은 시험이 예정된 날에는 학교에 불이 나서 시험을 못 치르게 되거나 태풍이 와서 학교에 못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중간고사에서 수학 시험을 망친 아이는 풀이 죽어 집으로 왔는데 엄마는 위로는커녕 평소에 열심히 안 하더니 보기 좋게 낭패를 당한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고 말았다. 아들은 시험을 못 보고 싶은 사람이 어니 있겠냐며 항변하더니 문을 쾅 닫고는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사춘기가 일찍 와서인지 예전 같으면 그냥 받아 넘기던 일도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듯해 우려 섞인 눈으로 관찰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된 듯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공부하라는 잔소리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힘겨운 준석이는 시험을 만든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미처 학원을 가지 않았을 때는 학원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 학생이 등원하지 않았음을 알려 변명의 여지도 없이 준석이는 엄마의 질책을 받아야 했다. 아빠가 힘들여 번 돈으로 학원에 다니는 것이니 열심히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준석이지만 공부보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그것을 도외시하고 스스로 통제하여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준석이 엄마는 아들이 공부하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100점을 잘 맞는 서현이와 비교하면서 자신을 닦달할 때면 더욱 힘이 빠지고 만다.
자발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려는데 부모가 문제지를 가지고 들어와서는 이곳까지 풀라며 주먹총을 놓을 때면 하던 공부도 팽개치고 싶었던 적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준석이 역시 공부하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와 공부 주문을 할 때면 공부할 마음이 싹 가시고 만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준석이는 가방 안에 있던 주운 시계를 발견하고는 태엽을 감아 보고 옆에 튀어 나온 단추도 눌렀을 때 시계 뚜껑이 열리더니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과거, 현재, 미래 방향으로 시계 방향을 돌리며 여러 모습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화면 속에 비춰진 모습대로 미래의 일이 일어나자 준석은 더욱 신이 났다. 그는 자신 없던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내 줄 문제를 미리 풀어 본 뒤 창우에게 미리 문제를 풀어두는 게 좋을 것이라며 그 문제를 말했는데 놀랍게도 선생님은 창우에게 준석이 말한 문제를 풀게 했다. 미래의 일을 알게 해 준 시계로 시험지를 미리 봐서 100점짜리 시험지가 수두룩하여 학급 평균이 95점이 넘는 이변이 일어나 학교에서도 비상이 걸리고 말았다.
70점 미만의 점수로 부진한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100점을 맞으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술렁거림이 더하였지만 준석이는 이상한 시계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친구들에게 강력히 말했다. 늘 100점만 맞던 서현이 모르는 것을 베껴 쓰던 일을 떠올리며 준석이는 어느 누구도 시험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깨달았다. 고득점으로 의기양양해진 준석이는 시험괴물이 덤벼도 문제없다며 주머니 속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선생님의 문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험공부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반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얻은 결과는 쉽게 사라지고 마는 것처럼 시계를 잃어버린 시간 경찰관에게 꼬리를 잡히고 말아 시험지를 미리 보고 그 문제를 풀어 100점을 얻을 일은 사라지고 말았다. 공부는 자기와의 싸움이고 모두가 잘 되기 위해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준석이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여 진짜 실력을 쌓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체득하게 되었다.
이 순간도 공부하라는 소리로 졸고 있는 아들의 잠을 쫓으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이부 자리를 파고드는 모습을 우두커니 보면서 언제나 철이 들어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학습하는 때가 올는지 종잡기는 힘들다. 잔소리 대장 엄마라며 늘 지청구를 늘어놓는 아이들은 딱딱한 활자보다는 입체적인 영상과 효과음에 빠져 지내느라 생각마저 굳어져버릴까 염려스러울 때도 있다. 준석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정말 싫은 시험 괴물과도 조금씩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