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동백꽃 (양장) 클래식 보물창고 6
김유정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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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촌에서 나고 자라 결핍됨이 많아서인지 여느 소설과는 달리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순박한 이들은 하나같이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적대감정으로 치닫기보다는 질박한 천성대로 당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지병으로 세상을 뜬 김유정 문학은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 중에서도 나이에 비해 조숙하여 숫된 상대를 무른 메주 만지듯 하던 점순이가 먼저 떠오른다. 암팡진 점순이에 비해 숫기 없는 주인공 나를 보면 웃음이 절로 퍼져 나온다. 그 웃음 속에는 속수무책으로 맥없이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에 대한 동정, 연민이 기저에 깔려 있다.

 

 


  장수 바위 전설에 얽힌 두포 이야기는 할머니 무르팍에 기대어 들었던 옛날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려는 뜻을 태자에게 훗날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에 징험이 필요했다. 슬하에 자식이 없는 양주의 업둥이로 맡겨진 두포는 신이(神異)한 힘과 지혜에 시기하던 칠태의 방해로 날개 돋친 장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덕성스러운 성군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가슴에 품은 이가 무대에 오르는 음악회 관람은 더없이 행복한 경험이다. 음악 콩쿠르가 열릴 때면 응원하는 연희자의 성공적인 공연을 기원하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이성보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때마침 주인공은 상대를 응원하고 말아 친구에게 비난을 받게 되지만 그 일을 무색해하기보다는 어리둥절해 하여 더욱 우스웠다.

 

 


  무논에 뿌리를 둔 벼들은 한여름 땡볕을 견디며 무럭무럭 자라는 이삭을 보는 즐거움은 농사꾼들의 즐거운 일상 중 하나이다. 폭염 속에서도 논바닥에 엎드려 피를 뽑고 김을 매주는 일은 풍작을 기원하는 농군들의 신실한 몸짓이다. 농사를 지어도 농사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고 도리어 빚을 내야 할 판인 소작농 응오가 만무방으로 전락하고 만 농촌 현실은 애달프기만 하다. 성실한 농군이 수확해 봤자 도지를 제하고 농사짓는 데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농촌의 실태는 자기 논에 심어진 벼를 몰래 베어 내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게 했다. 병색이 완연한 아내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남편은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커 마음 편히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킬 수 없었다. 우람스런 체격이지만 이름은 덕스럽고 순한 남편 덕순은 아내를 지게에 지고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아내의 병은 위중해 시한부 삶을 통보받고 말았다. 병원에서 진료비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는 대목은 씁쓸함이 더했다.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 아내는 남편 빨래 걱정으로 자신의 생명부지에 대한 생각은 저버린 지 오래라 참혹한 슬픔을 더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금을 소장한 이들은 쾌재를 부르며 금을 더 모으려고 기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종두득두(種豆得豆)라는 말처럼 콩밭에서는 콩을 수확하는 게 자연적 질서에 속한다. 하지만 그 땅 속에 금맥이 흐른다는 수재의 말에 현혹되어 일을 그르치고 허탈감만 더한 영식은 그 사실을 아내에게 숨기지만 이내 들통이 나 일을 그르칠 수밖에 없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어딘가에 노다지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것을 찾아 산을 헤매다 발견한 금붙이에 눈이 멀어 떨어진 바위 에 짓눌려 목숨이 위태로운 더펄을 외면하고 만 꽁보의 행동에 우두망찰하고 말았다.

 

 


  웃음은 생활에 활기를 더하는 신비한 몸짓으로 인간만이 지을 수 있는 축복 중 하나이다. 작가는 농촌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감칠맛 나는 우리말로 그려내면서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피폐한 농촌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의 고통을 웃음으로 돌려 표현하며 밑바닥 삶을 사는 이들을 연민의 눈으로 포용하고 있다. 해를 입으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안쓰러움으로 형상화한 주인공들의 다양함 속에 사랑의 힘을 발견하기도 한다. 설명이 필요한 어휘는 꼼꼼히 정리하여 주석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어 즐거운 소설 감상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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