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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새 생명과의 만남은 숭고한 삶의 획을 긋는 의식으로 가족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는 귀한 시간이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수태하고 있는 동안 영양 섭취에 신경 쓰고 태교에 힘쓰며 지냈던 시간과 결별하고 아이와 첫 만남이 예정된 날이면 설렘과 두려움에 휩싸여 전율했던 기억이 난다. 진통을 시작으로 출발한 여행길은 밋밋함보다는 수렁 속에 빠져 헤어나기 힘든 고비가 많아 몇 갑절 더 힘을 쏟아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세상을 가르고 내뱉는 아기의 첫 울음소리는 그동안 출산하느라 감내했던 힘든 시간도 생명의 신비 앞에 녹아 출산의 기쁨은 더한다. 하지만 희귀한 신체적 장애를 타고 난 패트릭 헨리 휴스를 상상하면 출산과 함께 또 다른 멍에는 새로운 굴레로 작용했을 듯하다.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듯한 상황 속에서도 푸념을 늘어놓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희망의 빛을 찾아 길을 나섰다.
자식이 태어나 처음 만나게 되는 부모는 인생의 첫 스승으로 양육 방법에 따라 많이도 변화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라.’
부모는 다발성 이형에 왜소증까지 떠안고 살아가야 할 숙명에 놓인 자식을 키우는 일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모든 행동에 제약이 따르는 현실은 푸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능동적인 대책을 세워 나갔다. 음악은 영혼을 치유하며 일상을 달래고 삶의 활기를 더하는 것으로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가교 기능을 했다. 취미로 피아노를 연주해왔던 헨리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악기를 다루고 부부가 함께 점자까지 익히며 자식 교육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정상인들에 비해 기능을 습득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부모는 인내하며 아이 스스로 새로운 삶을 열어나가는 길에 동반자로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아버지는 아들이 피아노에 놀라운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는 아들의 첫사랑인 피아노 연주를 기점으로 대학 밴드부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표지 속 휠체어에 앉아 트럼펫을 부는 주인공의 모습이 생경하여 기적 같은 일을 이뤄낸 저변에 대한 탐색은 아버지와 헨리의 서술에서 담담히 밝혀 준다. 다발성 장애를 지닌 아들이 부부에게 온 것도 축복할 일이라며 감사하며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려는 부모의 모습은 더욱 숭고해 보인다. 아들이 좌절하지 않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아 백방으로 뛴 끝에 각계의 도움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상대를 배려하며 상생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들의 가능성을 믿고 후원해 준 가족은 맞닥뜨린 숙제를 함께 해결하며 두터운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을 채워주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그 무엇을 찾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음악을 통해 아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자존감을 드높일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지금 선택과 결정이 미래의 확률을 결정한다.’
는 파스칼의 확률 이론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경우를 확인하게 될 때가 많다.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했던 헨리는 대학에서 마칭 밴드의 단원이 되어 아버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서 트럼펫을 불며 힘든 훈련을 오롯이 견뎌냈다. 야간 근무로 자신의 일정을 바꾼 뒤 하루에 4시간만 자는 피로한 일상 속에서도 아버지는 아들의 수업과 밴드 연습에 자신의 일정을 맞춰갔다. 트럼펫을 부는 아들을 위해 뙤약볕 아래 이뤄지는 혹독한 훈련을 감내하고 아들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확인하며 자식을 배려하는 열정적인 아버지 모습에 숙연해지고 만다.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어학도, 대학 밴드부의 단원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으로 전환하는 신념과 노력이 더욱 돋보인다. 비운동선수로 2006년 '디즈니 세계 스포츠정신상'을 수상한 패트릭 헨리는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겼다. 즐기고 좋아하는 일 속에 자존감을 더할 수 있는 희망과 도전의 노래는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몰입으로 새로운 기적을 낳았다.
그동안 일상에 감사하며 지내기보다는 탐욕에 눈이 멀어 아쉬움이 더했던 일만 부각시키며 살아 온 삶에 화한이 더한다. 그동안 편견으로 세상을 재단하며 마음의 장애를 앓았던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왜곡된 삶을 살아 왔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푸념하며 아이들을 닦달하고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던 일들이 떠올라 부끄럽기만 했다. 부모로서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끈기 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만 한다. 자신의 장애를 걸림돌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삶의 디딤돌로 삼아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적절한 동기 부여로 아이들의 조력자로 남는 일이 부모의 역할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