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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되기 싫은 이무기 꽝철이 ㅣ 재미난 책이 좋아 7
임정진 지음, 이민혜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울방학이지만 아이들은 학교 다닐 때와 다름없이 가방을 챙겨서 학원을 전전하며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습관적인 학습에 끌려 사는 지도 모른다. 늦잠을 늘어지게 자면서 쉬고 싶을 때도 학원에 가야 한다고 깨우는 엄마의 소리에 이끌려 몽롱한 채로 식탁에 앉아 밥을 뜨는 둥 마는 둥하고 아이가 학원으로 갔다. 자신의 선택 의지와는 아랑곳없이 강요된 현실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무력한 모습이 용이 되기 싫은 이무기 꽝철이와 대별되어 안쓰러움을 더했다. 지금 이 순간도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오로지 일류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며 살아가는 교육 환경에서 진정한 의미의 교육에 대해 반문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면서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모습니다. 하지만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 비전 없이 하루하루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주변에는 많다. 실상 살아보면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른 동경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감내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무기들은 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회의를 품을 새도 없이 승천하는데 길잡이가 될 여의주를 얻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구나 용이 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이무기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용이 되기 위해 마음 속 암투를 벌여왔는지도 모른다.
이무기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얻기 위해 최후의 순간을 위해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므로 극도의 인내력이 필요하다. 먼저 그 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커 혼자서 공부하느라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찾을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시미처럼 용이 되기보다는 이무기로 즐겁게 살고 싶은 꽝철이의 판단은 훈장과 동무들 마음까지 변화시켜 나갔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지금부터가 아니더라도 용이 되면 좋겠다고 판단되면 그때에서야 비로소 용이 되겠다던 꽝철이의 용기가 주목을 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이무기는 사악함으로 선량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으로만 여겼는데 이시미처럼 나쁜 이들을 응징하는 좋은 이무기도 있어 이무기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도 했다.
“밥 먹고 해라”
용이 되려다 실패한 이무기 훈장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 속에는 용이 되는 그 날을 고대하며 용이 못 되면 어쩌나 하던 걱정에 사로잡혀 지내던 시절과는 대별된 이무기들의 즐거움이 컸다. 용이 되지 못해 화를 얻어 지내기보다는 이시미처럼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자기만족은 더없이 클 것이다.
성적 지상 주의자에 매몰되어 동급생을 경쟁자로 규정짓고는 함께 나기기보다는 그들 위에 군림하며 최고가 되려는 생각에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도처에 흔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최고가 되기 위해 억지 춘향이 식으로 학습에 임하는 경우 학습의 노예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따라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자각하여 실천하는 아이들로 자라게 할 필요가 절실하다. 똑 같은 길을 걷기보다는 조금 더디고 돌아가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는 개방성에 힘을 실어주는 엄마로 자리해야겠다. 아이가 커가는 과정 속에 겪는 시행착오 속에 좀 더 지혜롭고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용이 되기 싫다고 과감히 말하던 꽝철이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