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내버려 둬 - 제7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5-1(가) 수록 미래의 고전 12
양인자 외 7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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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변하는 문명사회로 치달을수록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두터운 정을 품고 삶의 활기를 더하는 생활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다소 부족하고 힘들어도 서로 토닥거리며 함께 부대끼며 살던 시대와는 달리 고독감 속에 번민의 나날을 보내며 삶의 희망을 품지 못하는 이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기성세대의 보호 속에 밝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외로움 속에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혹은 아빠의 부재로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가 많아졌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어느 한쪽의 부재로 힘들어했던 아이들이 서서히 새로운 관계를 회복하며 긍정적인 믿음을 주려는 작가의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엄마의 사망 후 새엄마가 들어왔지만 그녀가 못마땅했던 승미는 얼음 마녀라는 별칭을 붙이고 새엄마를 반격할 생각으로 가득했던 날이 많았다. 하지만 가정 경제가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식구들을 구하려는 주광의 노력에 가족끼리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혈연으로 맺어진 가정은 아니지만 어려움 속에 또 다른 가족의 힘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엄마의 가출로 평온했던 가정이 붕괴되고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채민이 엄마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바깥세상과는 거리를 두고 집에만 박혀 지내는 날들이 늘어났다. 엄마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학교로 다시 나간 채민이 운동회가 열리는 날 바통을 쥐고 이어 달리면서 지금의 상처와 결별하고 새롭게 일어설 준비를 하였다. 바람에 펄럭거리는 만국기에 집 나간 엄마의 아들이라는 낙인과 수군거리는 뒷공론 등을 모두 날려 버리고 싶은 주인공의 소망 앞에서는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더하는 듯해 마음이 아려왔다.

  가정은 부부와 자녀 중심으로 이뤄지는 작은 공동체로 공동의 선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 공동체가 원만하게 구성되어 행복함 속에 존속돼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던 후원인 방송을 보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를 돕고 싶어 하던 윤지가 이웃 동생을 잘 돌보며 외로움을 살가움으로 채우는 동생 만들기 대작전은 가슴에 화톳불을 피운다. 미혼모 다미 엄마는 인생은 골프와 같다며 딸에게 푸념을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다미에게는 인생의 동반자로 큰 힘을 주는 당찬 엄마다. 다미의 잠재성을 발견한 골프 연습생 타이거는 골프채를 선물한 뒤 골프 수련에 들어갔지만 다미 엄마는 딸이 골프를 시작하는 일을 마뜩찮아 했다. 하지만 다미는 그동안 몰랐던 아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고, 공부보다는 골프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과정에 정체성을 찾아 가는 길에 나섰다. 몽골인 새엄마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낯선 상황에 놓인 성연이 아줌마 마음에 상흔을 남기며 한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빈 집에 홀로 들어가는 일보다 누군가가 반기는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라 여기면서도 가슴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하지만 새엄마에 대한 미움도 잠깐 그녀가 자리를 비웠다 제자리로 돌아옴으로써 성연의 갈등은 해소되고 새엄마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고달프고 구차한 삶이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이 세상이 살맛나는 생활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형제 없이 홀로 지내는 아이들에게 애완동물은 또 다른 삶의 동반자로 남다른 의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자신 때문에 강아지가 죽은 충격으로 말문을 닫아버린 재원이 상실의 아픔을 감내하기 힘들어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동식이 할머니 코 고는 소리를 확인하듯이 귀중한 존재의 죽음은 또 다른 절망적 삶을 초래할 때가 있다. 서로의 닫힌 문을 열고 소통함으로써 재원이 가슴 속에 품었던 벌레를 퇴치하여 소생하게 만들었다. 경시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며  무한 경쟁 시대의 각축장으로 내몰려 틱 장애를 보이는 유진이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최소한의 자유마저 빼앗긴 채 올 100에 사로잡혀 힘겹게 지내는 유진을 보면서 시험 치르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또 다른 아이들을 떠올리며 아이를 위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늠케 한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외롭게 지내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도 적지 않은 돈을 모아 둔 기억을 끌어 내 그 행방을 찾아 온 가족이 백일몽을 꾸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물질적인 재화보다는 가족 간의 사랑이 가정을 지켜내는 버팀목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욕쟁이 할아버지와 외롭게 지냈던 지수가 버려진 개를 돌보며 반목하고 질시하던 상황을 탈피해 서로 끈끈한 정을 잇게 되어 자장면을 함께 먹음으로써 서로 융화하는 결말로 희망을 전한다.

  시대의 변화와 혼조로 결혼 형태도 다양하고 이혼과 재혼 등이 빈번한 현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9편의 동화 속 가족 구성원은 여러 색깔로 물들어 다채롭기만 하다. 갈등 양상이 정점에 달할 겨를도 없이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아쉽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희망을 전하는 듯해 고무적이다. 어리다고 간과해버리기 십상이었던 아동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길목에 선 아이들의 삶을 살피는 계기로 삼아 소통하는 삶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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