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바나 미래의 고전 8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 속에 만남과 이별은 어느 누구의 선택적 의지로 해결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넉넉지 않은 환경에 놓임으로써 자신의 형편을 푸념하며 지냈던 시절이 아련한 추억 속에 떠오른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롭게 작성하는 가정환경 조사서에 아버지 부재를 적을 때면 위축되어 고개를 떨어뜨리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를 먼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엄마와는 헤어져 할머니와 살아가는 소년 남우는 불우한 아동기를 지냈던 자신의 을씨년스러움과 겹쳐져 더욱 안쓰럽기만 하다. 아들을 잃고 손자 남우를 건사하는 일이 삶의 목표이자 자신의 존재 이유에 있다며 공공연히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힘들게 살아가는 전통적인 할머니 모습이 투영된다.

   모험심이 강한 남우 친구들은 탐험대를 조직하여 동물원 개장 전 그곳으로 잠입하여 동물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부스스 아저씨에게 발각이 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동물원 동물들의 카퍼레이드가 열리던 날 남우는 사바나 원숭이에게 사과를 건넴으로써 평생 잊지 못할 만남을 잇게 된다. 남우가 건네 준 사과를 받아 든 사바나 원숭이의 눈빛은 남우의 마음에 강하게 전해졌다. 그 후 사바나 원숭이가 동물원을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남우는 무엇보다 사바나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엄마와 떨어져 지내며 가슴 속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았던 남우에게 사바나의 탈출은 어머니를 그리워하여 엄마를 찾아 나선 일로만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여우가 죽을 때 고개를 고향 언덕을 향한다는 고사가 풍기는 귀소본능은 사바나 원숭이가 초원지대를 자유롭게 뛰어 다니던 생활을 갈구하며 쇠창살을 뚫고 나왔는지도 모른다. 원숭이를 찾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원숭이를 자유를 돌려주려는 남우의 소망은 커져 갔다. 탐험대원들과 함께 원숭이의 행방을 찾아 숲으로 떠났던 때 숲에서 사바나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사바나 있는 곳을 숨긴 채 대신 덫에 걸리고 만 남우의 행동은 의협심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말 못하는 원숭이지만 무엇보다 감금된 생활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꿈꿔왔음을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잇따라 방송에서는 사바나 원숭이를 포획하려는 대원들의 노력을 전파로 내보냈고 그럴 때마다 남우는 사바나의 소식을 학수고대하였다. 

   어느 날 남우네 헛간으로 들어 온 사바나는 쫓기는 신세로 공포감 속에 목숨을 부지하느라 몹시도 지친 모습이었다. 남우는 음식을 사바나에게 주면서 마음을 열고 진정으로 사바나를 걱정하는 말을 남긴다. 원숭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남우의 진정성과는 달리 부스스 아저씨를 위시한 동물원 식구들은 원숭이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의 집으로 뛰어들었다가 동물원 철창 속으로 돌아가고 만 사바나를 생각하며 남우는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손자의 측은한 모습에 할머니는 엄마와의 만남을 주선하여 남우는 난생 처음 엄마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엇이든 다해 주고 싶었던 엄마에게 남우는 동물원 구경을 제안하여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바나 원숭이와 마음을 나누며 아픔 속에 성장해가는 서로를 달래며 더 나은 삶을 축복하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엄마와의 만남은 긴 이별로 더없는 아픔을 수반하고 긴 기다림 속에 아픔을 견디며 남우는 더욱 성숙한 청소년으로 자랄 것이다.

   사랑과 관심은 여러 색깔을 띠고 마음에 무늬를 수놓으며 크고 작은 일들을 쌓아 기억 속에 쟁여 둔다. 때로는 일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 번민하며 지낼 때도 있지만 크고 작은 교감 속에 우정을 나눈 일은 쉽사리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원하지 않은 부모와의 이별로 평온한 가정의 일상을 그리워하며 지낸 남우에게 사바나 원숭이는 서로의 아픔을 달래는 친구가 되어 이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살게 하는 원천이 되었다. 일상이 참혹한 고통으로 얼룩져 호된 아픔이 자신을 에워쌀 때, 나를 믿고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는 삶의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믿음은 불안과 염려를 멈추게 하고, 그 속에 사람을 성장시켜 깊은 절망에 빠진 이를 건져 내는 힘이 있다. 사바나 원숭이의 눈빛과 교감하는 남우의 손과 입을 보면서 소통의 힘을 발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