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사 1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금 세계사 1
최태성 지음, 류경은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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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동경하던 나라들을 여행하며 문득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촌은 어느 특정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함께 가꾸어 나가는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문화의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포용의 태도. 이것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앞으로 이 땅을 살아갈 미래 세대가 지구촌에서 함께 숨 쉬기 위해 반드시 품어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우리가 대한민국 역사를 넘어 세계사로 시선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사는 결코 우리와 무관한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커다란 고리이자, 한국사와 한 줄기로 맞물려 흐르는 거대한 물결입니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피는 일은, 우리의 시야를 비약적으로 넓혀줍니다.

신항로 개척 이전, 유럽인들에게 바다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침반과 별자리에 목숨을 맡긴 채 아득한 항해에 나선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향신료 '후추'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스페인의 이사벨 1세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며 콜럼버스에게 자금을 대었고, 그 길로 항해에 나선 콜럼버스는 원주민들의 일상을 참혹하게 짓밟았습니다. 저자는 콜럼버스를 영웅인가 아니면 침략자인가 묻고 있습니다. 문명의 만남 뒤에 숨은 역사의 윤리적 무게를 깊이 새기게 하는 대목입니다. 신항로 개척으로 대륙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고추가 전래되었고, 조선의 흰 떡볶이가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빨간 떡볶이로 변모했습니다. 세계사의 한 장면이 우리의 식탁과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은 흥미로운 순간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도약과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결정지은 불의 사용과 농경의 시작은 인류를 자연의 위협으로

부터 구하고 안전한 삶을 선물했습니다. 훗날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며 대량생산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기술은 인류에게 비할 데 없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이 거대한 힘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인류의 지혜 또한 한층 더 깊어져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근대에 이르러 서양 세력이 강한 힘을 앞세워 몰려왔을 때,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병인박해를 구실로 프랑스 군함이 침략한 병인양요, 미국 상선의 통상 요구와 난동으로 촉발된 신미양요는 서구 제국주의의 차가운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차(茶) 문화의 확산으로 청나라에 막대한 은을 지불하며 무역 적자에 시달리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아편을 밀수출하는 몰염치한 수를 썼습니다. 경제적 이욕과 도덕성이 충돌한 이 마약 무역은 결국 아편전쟁으로 번졌고, 서구 제국주의가 동아시아를 침략하여 이익을 수탈하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1842년 난징조약으로 청나라가 홍콩을 영국에 넘겨주어야 했던 사건은, 세계사의 격랑이 동아시아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보여줍니다.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길목에 자리한 한반도 역시 제국주의 열강의 야욕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동학농민운동의 혼란 속에서 조선 조정이 청나라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자, 일본은 톈진 조약을 빌미로 조선에 출병하여 한반도의 패권을 다투는 청일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독점하려 하자, 이번에는 부동항(不凍港)을 찾아 남하하던 러시아가 개입하며 러일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동아시아 요충지였던 한반도는 열강들의 전쟁터가 되어 참혹한 피해를 입어야 했습니다.

1914년, 사라예보의 한 골목에서 울려 퍼진 총성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비극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연합국 편에 선 일제는 전쟁터가 된 유럽을 대신해 아시아의 군수·생필품 시장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트고 있었습니다. 종전을 앞두고 미국 윌슨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 사상이 한반도로 흘러들었던 것입니다. 일제의 무단통치 아래 고통받던 우리 민족은 이에 응답하여 3·1 운동을 일구어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역사적 모퉁이를 돌았습니다. 왕의 나라였던 대한제국이 마침내 백성이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조선을 병참기지화하며 인력과 물자를 수탈하는 전쟁 도구로 삼았습니다. 일제의 난징대학살을 계기로 미국이 석유 수출을 중단하자, 일본은 1941년 12월 진주만을 습격하며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태평양전쟁이 종식되면서 대한민국은 빛나는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이처럼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현대사는 세계사의 거대한 파도와 끊임없이 호흡하며 완성되었습니다. 제국주의의 침략과 세계대전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해 나아갔기에, 우리는 비로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세계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맥박을 짚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와 나아갈 길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인류가 지나온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약의 기록을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격변하는 오늘날의 지구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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