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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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의 ‘학교로 간 호모 심비우스’ 강의를 창비 교육원 원격 연수로 들은 적이 있다. 기후 위기 상황을 초래한 인간의 오만함을 지적하면서 교수는 각기 다른 종들이 연대하며 협력하는 공생의 가치를 실현할 때 우리 사는 세상은 위기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하였다. 여러 동물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생명의 진화사를 함께 걸어온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 사회생물학자는 민벌레와 아즈텍 개미를 비롯한 곤충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인간 사회와 연결하였다. 존재하는 생물이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들과 함께 존재함으로써 종족 보존이 가능함을 관찰과 연구를 통해 밝혀내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학부생으로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다 보니 학점 관리보다는 그 밖의 활동으로 학점이 좋지 않아 고전을 겪은 일화를 털어놓는 진솔함에 인간적이 모습이 보인다. 최고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자부심은 학점 관리로 이어졌고, 졸업 후 사회가 원하는 재원으로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갈 길이 열리는 학연에서도 드러났다. 남들이 걸어가는 평준화된 출세의 길을 따르지 않고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한 분야에 집중한 시간은 유타 대학의 교수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하루살이 채집 여행을 온 미국 유타대 조지 에드먼즈 교수의 조수가 되어 전국의 개울물을 첨벙거리며 다녔다. 하루살이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곤충학자 에드먼즈 교수와의 대화에서 미국 유학을 권유받고는 추천 목록을 받았지만 허송세월로 보낸 대학 생활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저자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둔 때부터 공부를 시작해 천신만고 끝에 미국 유학에 성공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1983년 여름 하버드대에서 윌슨 교수의 제자로 박사 과정을 시작하고는 에드먼즈 교수에게 편지로 근황을 알렸다.

에드먼즈 교수가 1번으로 뽑은 대학의 연구 교수실에서 개미 연구에서 선회하여 민벌레를 연구하고 아즈텍 개미를 연구하여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까만 개미와 붉은 개미가 살아남기 위해서 여왕끼리 동맹을 맺는 아즈텍 개미를 보며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였다.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남이 하는 일과 조율하여 상생의 꽃을 피우는 일을 떠올리며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내는 여정에 함께해야 한다. 혼자서 일개미를 키워서는 다른 개미 왕국과의 전쟁에서 이겨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여왕개미가 손을 잡고 한꺼번에 더 많은 일개미를 키워내는 가치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무자비한 재앙으로 여기며 자연 상태를 뒤엎어 욕망을 채우느라 성찰하지 못한 대가를 받고 있다는 회한의 소리가 나왔다. 저자는 코로나19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막대한 재앙인 기후변화에 신경 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구 온도 상승이 초래한 기후 변화는 지구의 다양한 생물의 절반 정도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 우려하며 인류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 경고한다. 동물계의 맨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곤충이 줄어들면 그 곤충을 먹고 살아야 하는 작은 동물들이 순차적으로 사라져 생물다양성과는 멀어진다. 멸종으로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이지 않도록 다른 생명체들과 지구를 공유하는 행동 백신이 자연을 보호하는 실천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생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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