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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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50이 넘으면 타인의 시선과 뒷공론에도 휘둘리지 않는 의연함으로 자신을 무장하며 살아갈 것으로 여겼지만 기대와는 달리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로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믿었던 친구에게 일상의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하려 했던 일들이 여러 친구들의 가십거리로 전락하였던 때 후로는 내면의 소리를 전하는 일이 두려워졌다세상에 마음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자는 공허함에 숲길을 거닐며 부는 바람에 근심을 털어 놓으며 날려 보낸다흙길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무거운 마음은 다소 가벼워져 자연과의 교감 시간이 늘어날수록 삶의 에너지는 비축된다.

 

    절망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견디며 스스로에게 처방하는 심리학에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치유의 도구들이 있어 관련 서적을 찾곤 한다회한으로 남아 있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이전의 책 이야기와 여행 산문집과는 사뭇 다른 내면을 진솔하게 담았다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향성을 띠는 내 마음과 친구 되는 법을 터득한 저자는 어떤 절망적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30대 중반 이후 저자는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발견하며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로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내 안의 최고의 힘을 끌어내는 용기로 무의식이 지닌 최고의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실재계에서 자기 안에 잠든 거인을 일깨우는 연마의 과정은 필요조건이다.

 

   적정 나이에 이르면 통과의례대로 학교를 다녀야 했고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크고 작은 갈등과 화해를 거치며 조금씩 우리는 성장한다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선생님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가랑비 옷 젖는 것처럼 서로에게 스며들 수밖에 없다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진위 여부를 따져 보지도 않은 채,

   “또 너니?”

   라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의 한마디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아이로 낙인찍힌 후로는 혼자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했다이와 달리 고등학교 대 만난 고담임은,

   ‘여울인 걱정할 거 전혀 없어요어딜 가든 잘 해낼 거예요.’

   불안해하는 어머니와 딸을 배려하였다이후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며 떨쳐내고 싶었던 아픈 기억과 마주하며 내면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바꿀 용기를 내었다

 

   어린 시절 행상 나간 어머니가 며칠 집으로 오지 못할 때면 불안은 굴린 눈덩이처럼 커져갔다어른들 말대로 젊은 어머니가 팔자를 고칠 생각에 남매를 버리고 가버리면 어쩌나 싶어 애어른 역할을 자처하였다가난한 삶에서 오는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방어기제로 현실적 문제를 회피하던 정신적 퇴행은 조금씩 나이 들면서 줄어들었다어떤 외부의 공격도 내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자기 관리로 전체를 조망하며 상처를 아우르는 그림자까지 포용하게 되었다내면의 희열로 통용되는 블리스를 가꿈으로써 심인성 장애를 극복한 사례를 접할 때면 나 역시 인생이 쓰디쓴 약으로 여겨질 때면 백지를 꺼내 삶의 흔적들을 토해낸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며 지내는 동안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유아적 사고에 편향된 이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두고 환경과 남 탓을 주로 하였다심지어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까지 내뱉으며 비난할 때가 있어 부끄러워 계속 이 친구를 만나야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어떤 감정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그르치고 있을 때 마음 놓침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때 내가 좀 더 내 마음을 관찰하고스스로 내 마음을 보살필 수 있었더라면.’

   이라는 마음 챙김으로 내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에고와 눈에 보이지 않는 셀프와 대화하며 자기와의 관계를 잘 맺는 일은 자기 공감을 잘하는 일로 연결된다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반색하고 부정적인 언행을 피하려는 이분법적 행동에서 벗어나 전체성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빛만 선택할 것이 아니라 그림자까지 함께 받아들이며 자기 안의 전체성을 통합해 더 나은 자기를 만들어가는 개성화를 지향해야 한다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산티아고 노인은 꿈을 꾸는 한 편견에 갇히지 않음을 생생히 보여줬다그는 청새치를 낚았지만 상어 떼의 습격에 용기 있게 맞서 간난신고 끝에 앙상하게 남은 청새치 뼈를 들고 왔을 때사람들은 노쇠하여도 꿈을 꾸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면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 모두의 마음을 바꾸는 연마제이다상처를 표현하는 글쓰기로 쉽사리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통제하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실천이 필요하다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글쓰기 지도 교사로 아이들의 슬픔을 등에 짊어지고 가기로 마음먹은 저자의 다정함은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려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열등감의 요소로 생각하며 부정적으로만 여겼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이를 무의식의 가능성으로 여기며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날을 기다리는 노력이 병행될 때 우리는 진화 발전할 것이다내 인생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내 안의 큰 나를 만나며 개성화를 이뤄갈 때 중년의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어린 시절의 결핍이 양분으로 자리해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만든 것이라 자신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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