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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50만 부 기념 우리들 에디션)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사방이 논밭으로 둘러싸인 면소재지에 위치한 중고등학교에 근무한 지 34년째이다. 십대들과 주로 생활하다 보니 공부 관련 대화를 많이 나누며 지낸다.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골몰하는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족집게 처방을 바라며 공부가 안 된다고 상담을 요청한다. 공부가 안 되는 여러 이유를 들어 힘들다고 푸념하는 아이를 보며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 시작해보자고 해도 시큰둥한 눈치다. 요행을 바라며 쉽게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학생들은 몰입하여 학습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열다섯까지 잉여 활동으로 시간을 허비한 저자는 속수무책으로 떠밀려가는 지난시간을 돌아보며 중학교 2학년 생활을 성찰한다. 지금껏 자신의 인생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보낸 시간을 돌이켜 스스로를 존중하며 성장하는 삶을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별반 다를 게 없는 크로노스의 시간에 밀려 생각 없이 살다 학창시절이 끝나 버린다면 한 번뿐인 인생에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이며 聽而不聞하며 食而不知其味니라.’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대학의 문장처럼 공부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마음을 다잡고 목표를 실현하였을 때의 쾌감을 맛본 사람이라면 공부의 진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전라도 벽촌에서 나고 자라 학습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체육 선생님은 학생에 대한 믿음으로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너를 믿는다.’는 한마디는 동사형 꿈을 꾸면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였다. 자신을 막아서는 한계의 벽은 스스로 규정짓는 만큼 나의 경쟁자는 바로 자신임을 인지하고 나의 성장을 위하여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신과 타협하지 않았다. 기초가 부족하여 초등학교 문제지부터 풀며 학습을 위한 잠재력을 키워 온 저자는 지금 해야 할 일부터 챙겼다. 오늘의 결과는 내가 만든 것임을 자각하고 마음을 다지고 키우며 딴 데로 잡념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질끈 동여매고 공부하였다.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 새들처럼 치열한 태도로 뚝심 있게 목표를 향해 정진한 저자는 나의 힘으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배움과 성장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며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오늘 집중함으로써 학습 효능을 드높였다. 몰입하여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질적인 발전은 덤으로 올 것이라는 믿음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능력이 붙는 선순환 경험을 쌓게 하였다. 남과 비교하며 조건에 주목하기보다는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오늘 나의 성장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하며 실천하는 가운데 값진 열매를 선물처럼 올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공부를 하다 보면 정체기가 있어 스스로 한계를 지을 때가 있다. 조건을 따지며 안 되는 이유를 찾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나태한 자신을 합리화하기 전 조각 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좋은 습관으로 다져진 카이로스의 시간은 마음을 온전히 다함으로써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꿈을 실현하려는 절실함으로 뚝심 있게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 온 저자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름 있는 대학, 인기 있는 학과에 동시 합격한 사실보다는 황무지 같은 공간에서 예쁜 꽃을 피워낸 노력의 결정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했음을 극명히 드러낸다.
책을 읽고 마무리할 때 한 학생이 떠오른다. 노역으로 고단한 삶을 사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는 또래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느라 공부를 하지 않아 공부법을 잘 몰랐다. 고등학교 들어와서야 깨달은 학생은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여 서울 소재의 이름 있는 대학교 상경계열에 입학하였다. 고1때 중2 수학문제집을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풀기를 반복하더니 고3때에는 수리 영력 1등급을 받았다. 이 학생 역시 마음을 다지고 키우며 마음이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 둘 궁리를 하며 뚝심 있게 공부하여 CEO로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펴고 있으리라. 자각에서 나온 마음은 어떤 욕망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투지를 심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