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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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적 영향과는 달리 한국어를 평범한 우리보다 더 잘하는 외국인을 볼 때면 언어습득을 관장하는 뇌가 발달한 모양이라며 감탄하였다. 저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언어교육학자이자 사회언어학자로 생활하다 중국 상해로 1년간 교환교수를 떠나면서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 외국인으로 살고자 하였다.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는 결심을 하고 상해에 도착하여 모든 것이 익숙지 않은 생활의 후일담을 진솔하게 전한다.


   자발적인 문맹으로 현지에서 겪는 불편함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공간에서 겪을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하며 현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관찰해보겠다는 야심으로 문맹인 채 현지에 어렵게 다가서는 모습에서 친근함을 찾는다. 짧은 영어로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답답함은 늘어나 지금껏 뭘 하고 살았는지 회의할 때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공유 경제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말하지 않으면 그냥 주어지는 기본 값이 있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해야 했다.


   중국 대학 아침 수업에서 학생들은 음식을 먹으며 수업을 듣는데 이들은 한국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음식을 나누며 문화를 배우는 시간으로 채워간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운동장을 무모하게 달리고 얻은 깨달음은 느리지만 오래 달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대학 운동장을 찾아 달리며 상해에서의 삶을 달래는 듯하다. 대학이나 박물관, 서민들이 사는 스쿠먼 주택가에도 경비원이 많은 현실은 지키려는 경계가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해독하기 힘든 공간, 알 수 없는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항에 내렸을 때 낯선 풍경과 함께 훅 끼치는 텁텁한 공기는 이방인으로 첫발을 딛는 순간 고립감을 더한다. 낯 설고 물 선 땅에서 말까지 잘 통하지 않으니 마음을 읽어주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행선지로 향하는 버스를 용케 타고 관광을 떠나 흡족함을 선물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여정대로 걷지 않은 중국 여행기를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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