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혈족의 촌수를 벗어난 삼촌은 속상한 일을 털어놓아도 새어나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친밀한 인척이다. 낯설지 않은 이름인 철수 삼촌이라는 제목에 딸린 부제-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는 눈길을 끈다. 기러기 아빠 두일은 강력계 형사로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애쓴다. 캐나다로 가서 공부 중인 자녀들을 위하여 사채까지 끌어다 학비와 자녀 생활비를 쓰고 있다. 원금보다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리대금업은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을 파멸의 길로 끌기도 한다.

   시일 내에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좌불안석인 두일은 사채업자 춘식을 만나 실랑이를 벌이던 중 그를 밀친 게 사망으로 이어졌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자 두일은 십 년 전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을 떠올리며 그는 춘식의 시신을 매듭으로 묶어 포대에 담아 유기하였다. 10년 전 발생했던 연쇄 살인과 비슷한 시신 유기 수법으로 발견되면서 범인의 실체를 추적하며 사건은 전개된다. 춘식의 사망 사건으로 미궁에 빠진 10년 전 사건의 진범을 찾는 재수사가 이뤄짐으로써 규명되지 않은 미제 사건과 함께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었다.

   사건 직후, 두일에게 걸려 온 의문의 전화는 또 다른 파행을 낳았다. 전화한 철수는 자신이 미제 연쇄 살인의 진범이라 밝히고, 두일의 범행을 모두 알고 있으니 살인범으로 신고하지 않는 대신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 것을 제안하였다. 자신의 범죄 사실이 탄로 날까 염려하던 두일은 그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철수와 불안한 동거를 시작하였다. 방학을 맞아 생활비를 줄이겠다고 예고 없이 귀국한 두일의 아내와 자식들은 의심 없이 철수와 함께 가족처럼 지내며 지금껏 느끼지 못한 가족의 정을 확인하며 잘 지냈다.

   살인범이라 자처하는 철수와 가족의 동거에 불안해하면서도 두일의 약점을 쥐고 있는 철수를 내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두일은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여차하면 가족을 해칠 수도 있다는 두일의 불안감과는 달리 가족은 철수와의 생활에 만족하며 오히려 불안해하는 그가 예민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두일의 아들 민기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미제 사건 관할 파출소를 찾아 사건 정보를 알아내고 탐문 설문까지 서슴지 않으며 겁 없이 수사망을 확대해 갔다. 두일은 야심한 시간에 집을 나서는 철수의 뒤를 밟다 10년 전 살인범과 맞닥뜨렸다. 하지만 그는 감금된 이가 진범인 사실을 모른 채 살인범을 놓아준 셈이 되었다.

   사건 프로파일 분석에 관심을 보이던 민기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듯 담대하게 범인이 머무르던 집으로 들어갔다 인질로 잡혔다. 난관에 봉착한 두일은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철수와 함께 아들이 살인범에게 붙들려 있는 옥상으로 가 육탄전을 벌여 급기야는 아들을 구출하고 범인을 체포하였다. 연이어 발생한 강력 범죄 사건을 해결한 두일은 일 계급 특진으로 임용되었지만 춘식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은 자신을 돌아보았다. 두일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밀어서 사채업자가 죽었음을 밝히고, 지난 악몽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여러 핑계를 대며 과실치사한 죗값을 미뤄 왔음을 철수에게 털어놓은 셈이 되고 말았다.

   두일은 자수하여 죗값을 치르는 중이고 철수는 범행 분석 재능을 살려 경찰이 되어 강력계 형사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려 했다. 10년 전 연쇄살인범에게 여동생을 잃었고, 고립무원의 작은 섬에서 한 여인은 생을 마감하였다.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피해 여성들 확산을 막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지만 피해 여성은 고립된 섬을 쉽게 벗어나질 못하였다. 성범죄의 온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섬을 빠져나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자고 말하는 형사를 향해 이 섬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의사 표현으로 피해자의 삶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말하는 듯해 씁쓸해진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지배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올바른 가치가 아니라면 시정해서라도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며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자신이 죽을 줄 모르고 한 번뿐인 인생을 소모하여서는 안 될 일이다. 균형 잡히지 않은 가정이더라도 지키려 분투하던 두일이 과실치사로 죗값을 치르는 현실에 고독사한 기러기 아빠의 기사가 겹쳐 가슴이 아려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