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뭔가를 좇고 있는 듯, 한 소녀가 서 있는 책 표지가 눈길을 끈다. 양반가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능소화 한 송이를 들고 서 있는 소녀는 특별한 사랑을 갈구하며 소년을 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라는 제목에는 서술어가 빠져 있다. 생략된 서술어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무난할 정도로 소설의 주제는 그릇된 사랑에 대한 이해로 출발한 집착이 사랑한다는 명분 아래 상대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보여 준다.


   실종되어버린 해록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해주를 찾아온 경찰관이 현상 이면에 자리하는 진실을 규명해간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너 때문인 거야. 해록아, 넌 내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나랑 못 헤어져.’

   해주는 사랑하는 해록이 마음에 들고 싶어 그에게 모든 것을 맞춘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 이별의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공언했다. 부러울 것 없는 경제적 환경에서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고 살았지만 늘 바쁜 부모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채 외롭게 큰 해주는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체득하지 못한 듯하다. 여자 친구들과도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말하며 지내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친구를 사귀었다. 해주는 온주를 질투하고 경계하면서도 그녀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다.

   친구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 시기 함께하는 친구는 감수성을 바탕으로 서로의 모습과 행동에 반응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자산으로 작용한다. 개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교유하는 친구들에게는 잇속을 드러내며 사귀지 않는다. 하지만 해주는 힘 있는 실체로 친구들 사이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 존재감이 있는 친구를 곁에 두고 필요조건으로 삼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해주는 자신으로 진정으로 위하는 친구들 없이 외롭게 지내는 생활 역시 해록이와 사귐으로 치르는 대가처럼 여겼다. 그녀는 스스로를 약자로 여기며 위로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설정하고는 끊임없이 해록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은 그의 SNS 사진첩 관리까지 주도하며 상대를 압박해 갔다. 사랑하는 대상은 지쳐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 속에 지내는 것도 모르는 채...............

   해록과 사귀며 자신의 취향과는 달리 그의 취향대로 옷을 입고 머리 모양을 하며 지내온 해주는 해록의 마음을 임의로 설정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해주는 해록을 향한 마음을 해록 역시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당연시하였다. 좋아하는 마음이 강하다 보면 타인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 역시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는 추정이 화근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함을 알아차리게 된다. 상대도 당연히 좋아할 줄 알고 베푼 선행이 오히려 화를 초래하는 경우를 맞닥뜨리며 상대의 의향을 묻고 살피는 과정을 놓치지 않는다.

   ‘곰팡이는 한번 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거. 곰팡이가 더럽고 건강을 해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곰팡이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 무서운 거야.’

   해주의 말을 듣고 난 다음 경찰관이 습기 가득하고 군내 나는 청춘 시절 경찰관 시험을 준비하던 때를 복기하는 대목에서는 뻐근하고 고단한 시절의 고군분투가 떠올랐다. 가스라이팅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명분 아래 죄책감 없이 자신의 언행을 합리화하는 그릇된 사랑을 질책한다. 저수지에서 노을 진 풍경을 보러 동행하였지만 운동화를 벗어두고 저수지로 들어가는 해주를 외면하고 줄행랑을 친 해록은 어디로 갔을까? 해주 생각대로 공포로 뒤덮인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자취를 감추었는지 알 수 없는 해록의 행방을 숙제로 남기고 소설은 끝이 난다. 어딘가에 숨어 방황을 끝낸 해록이 현실을 바로보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의 감정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랑은 애욕이 낳은 집착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