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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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은 뭘 해도 이해가되는 나이다.

열아홉 생을 옥죄어 보낸 시절에 대한 항마로 용기내는 스무 살

경험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불안은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된다고 우리를 주저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물과 썰물이 만나 파랑을 이루듯

무엇이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나이 스무 살이다.


스무 살의 나를 소환하며 읽은 소설이다. 원격 연수기관으로 관심 있게 봐 온 창비교육연수원에서 받은 귀한 새해 선물이라 더 뜻깊은 소설 이 와중에 스무 살이다. 열여섯 엄마 곁을 떠나온 나는 대학 입학으로 부모 곁을 떠나온 스무 살의 감흥과는 다르지만 스무 살은 자유로운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나이다. 성년이라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부모 보호 속에 안주하기에는 뒤가 켕기는 나이 스무 살이다. 통제된 생활 속에 갇힌 일상을 보낸 지난시절과는 대비되는 무한한 자유 앞에 어질어질하던 대학 1학년 뒤늦게 맞닥뜨린 자유로움에 빠질세라 시국은 하수상하여 가투라 불리는 거리 시위가 빈번한 시대에 스크럼을 짜고 시위대를 따라 움직이느라 분주했던 스무 살과 스물 둘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졸업할 때가 되었다. 준비도 없이 졸업을 맞았고 사회인으로 제 앞가림을 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간간이 대학 캠퍼스의 낭만을 찾으며 미팅과 소개팅을 이어갔지만 짝으로의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제대로 된 연애 경험도 없이 지금의 남편을 만나 31년째 살고 있다는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였을까? 은호와 준우의 만남이 눈에 크게 들어온다.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는 남녀 관계가 때아닌 엄마와의 동거로 지지부진하게 된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모범적인 생활로 부모 기대에 부응하며 지내던 동생을 챙기며 맏딸의 역할을 잘해 온 은호는 대학에 진학한 후 파란의 시간을 보낸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유랑하는 아버지는 결혼을 하였으면서도 엄마에게 충실하지 못한 채 바깥으로 나돈다. 몇 달 자취를 감추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큰소리를 내며 집안 식구들을 호령하는 안하무인 같은 태도에 신물이 난 지 오래다. 동생 현호가 걱정될 때가 있지만 대학 입학 후 부모 곁을 떠나 자취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날개를 확 펴지 못한 채 위축되어 살던 시절에서 벗어나 혼자 살며 느끼는 자유는 달콤하였지만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부터 은호의 자유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으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일이 최고로 좋다며 딸에게 공무원이 되라는 엄마의 말에 따라 진학한 행정학과에 진학했지만 은호의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 철학도답게 여러 일들을 깊이 성찰하며 제법 어른스런 준우와의 만남이 무르익기 전 엄마와의 동거로 이마저 쉽지 않았다. 은호보다 열여덟 살이 많은 엄마와의 동거는 많은 것들을 감내해야 했다. 식당에서 궂은 일을 하면서 딸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듯 은호를 단속할수록 딸은 모녀 관계가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시작한 아저씨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던 엄마는 남자가 이성으로 다가와 스킨십하는 과정 자체를 혐오하는 듯했다. 자신을 여자로 본다는 한마디로 아저씨와 결별한 엄마를 이해하기 힘든 딸은 휴학한 대학교 상담실의 상담사를 찾아 마음의 빛깔을 드러낸다.

많은 경험으로 내담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상담사이길 바라는 상담사는 은호의 마음을 따스함으로 어루만진다. 아버지, 동생, 엄마, 남자 친구, 대학을 자퇴한 윤지 언니 등의 삶을 자신과 결부지어 고백하는 말들은 가식적이지 않은 자기 고백에 가까웠다. 은호는 자신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든 지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통과의례처럼 겪으며 마뜩잖은 마음을 짓누르는 꺼풀을 하나씩 벗겨내는 중이다. 깊이 있고 아량이 많은 준우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후회하면서도 입대한 준우의 사진조차 볼 수 없는 소심함을 보이기도 한다.


카페 사장의 후원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카페지기로 자리할 찰나 얼어붙은 마음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마음이 내는 소리에 깊게 반응하지 않은 채 마음에 빗장을 걸어둔 은호에게 휴가차 불쑥 찾아온 준우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이어갈 것처럼 보이지만 명확히 알 수 없는 만남의 길 위에 내던져진 스무 살 청춘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더욱 매력적인 나이 스무 살이다.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매사에 용기를 내어 실천하고 싶어진다.. 비록 일련의 일들이 내 발목을 잡게 되더라도 그 역시 인생 공부라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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