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문학시간 - 과학고 국어수업 3년의 이야기
하고운 지음 / 롤러코스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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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에 근무하던 시절 문학 수업을 맡아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수업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20종에 가까운 문학교과서 중, 문학적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품들이 수록된 순으로 정하여 채택하였다. 작품 관련 기록을 남길 독서기록장을 자체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독서의 지평을 넓혀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책 대화를 나눌 만한 이야깃거리를 찾아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 답함으로써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중시하였지만 여러 이유를 대며 학생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작품 하나 더 안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 시간에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낫죠.”

   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자연계 남학생들은 시를 읽고 느끼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 술 더 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 작품을 함께 읽고 수업하려던 의욕이 앞섰던 시절로 돌아가는 듯 저자의 문학 수업 나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문학과는 거리를 두고 수학과 과학 중심의 이공계로의 진로에 관심이 많은 과학고에서의 수업 이야기는 다채롭다.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연계하여 수업으로 만나온 학생들과 수업한 내용을 솔직담백하게 나눈다. 기계적인 수업 일지 형태를 벗어나 시도했던 수업 중 마뜩치 않은 부분까지 실어 실수를 통해 진일보하는 모습을 지향하는 수업 형태에서 진솔함은 더한다. 과학고에서는 국어 교과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교과서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변화를 시도하는 교사가 생각하는 수업을 실행하는 데 부담은 적어 보인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수업 시간을 위해 시와 소설 중심의 수업으로 학생들과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나와 너를 이해하고 우리의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하여 가는 데 깊이를 더한 수업 이야기는 흥미롭다.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교사는 좋은 시와 소설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면서 우리 사회를 재조명하며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데 다리가 될 만한 작품 목록을 뽑았다. 시를 본 뒤 느낌을 바로 묻기보다는 오디오로 녹음한 시를 들려주며 오감을 자극한 뒤 학생들 스스로 시를 세 번 정도 낭송한 뒤 물음을 통해 생각들을 끌어낸다. 학생들이 말문을 닫은 채 교사의 설명에 집중하기보다는 스스로 만든 물음을 통해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 풍경이었다.

 

   평가 채점 결과에 민감한 고등학생들의 생각에는 수행 평가 성적에 대한 불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학생도 있지만 모두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줄 수가 없는 평가의 맹점을 직시하는 순간이다. 공교육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여러 조항들이 따라붙어 평가에 자유롭지 않지만 성적을 잘 받은 학생들은 기분이 좋을 테고, 열심히 참여하였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1등급에서 9등급으로 구획된 등급처럼 수행평가 결과 역시 급간 별로 점수를 나누어 평가해야 하는 과정이 무 자르듯 쉬운 것만은 아니다. 수행 평가 기준을 세워 공정하게 평가한다고 하지만 평가를 받는 학생 입장에서는 유리하고 불리한 결과가 있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다. 모두를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평가 결과에 대해 수긍할 근거 마련은 평가 기준에 명확히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국어 교사는 지식을 구조화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여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며 교과서 밖의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나를 둘러싼 다층적인 세계로의 관심을 끈다. 교과서에 나온 글들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교과서 밖의 책을 들어 말하는 교사가 달갑지 않을 테지만 너머의 세상의 궁금증을 해결하며 앎의 영역을 확장하여 가는 과정이 양분으로 자리할 테다. 교육 경력은 많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 교사이다. 안 된다고 낙담하기보다는 수업 중에 적용할 만한 수업 형태를 찾아 오늘도 고민한다. 백석 시인과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가르칠 때에는 영화와 책을 활용한 입체적인 수업을 모색하는 일 역시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수업 형태이다. 마치 공개 수업이 이뤄지는 날 교실 뒤편에 앉아 선생님의 수업에 동참하며 새롭게 적용할 수업을 떠올리며 우리들의 문학 시간을 예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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