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붓다 -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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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이들의 신음이 흘러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다를 나라를 침략해 무고한 목숨을 빼앗고,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전쟁을 부추기는 무리 등 인류의 평화는 깨져 이지러진 얼굴을 하고 있다. 지속될 것 같은 삶의 여정에 혈육의 갑작스런 죽음은 두려움과 비애는 한치 앞을 모르는 삶의 무상감을 더한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대 인생의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간다. 고통으로 점철되는 인생에 함께하려는 일에만 급급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자아의 상을 드러내며 지내온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아상을 벗지 못한 채상대의 다름을 차별하며 지냈던 시간을 참회하며 청년 붓다의 치열한 수행 정진을 들여다본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자신이 원하는 사회인의 모습을 알지도 못한 채 남들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는 청년들이 있다.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기 힘든데 꿈을 꾸면 뭐 하느냐고 지청구를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한다. 사는 동안 최고의 부와 권세를 누리며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바라며 욕망을 충족하려는 움직임이 도처에 자리한다. 감각적 욕망을 충족하고 애착하며 또 다른 욕망을 품고 갈애에 시달리는 욕망의 바퀴를 굴리는 일상의 연속은 덧없음을 수반한다.

 

  북인도의 카필라바스투의 왕자인 싯다르타는 아버지 슈도다나의 사랑과 믿음, 백성들의 신망 아래 환락의 삶을 누렸다. 출가는 싯다르타 왕자가 환대와 쾌락의 삶에서 이탈하여 숲으로 가 수행하는 가운데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을 아우른다. 스물아홉에 출가한 싯다르타는 사문 고타마로 지금껏 누리며 살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궁극의 사유를 위해 맨발로 나섰다. 고타마는 부와 명예가 일으키는 화를 목격하였고, 지금껏 자신이 누렸던 부와 명예는 다수의 희생 아래 성취된 것임을 알고 나에게도 좋고 세상에도 좋은 길 위에 섰다.

 

   룸비니 동산의 무수 아래에서 탄생한 고타마는 열두 살 때 갯복숭아나무 아래서 깊은 명상에 들었다. 욕망의 세계 안에서 자아를 무한확장하며 이생의 복락과 명예를 누리는 전륜성왕의 길을 벗어나려는 원을 세웠다. 자아를 구성하는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 욕망과 자아를 해체하는 시원은 스물아홉 출가로 이어졌다. 6년간의 수행정진으로 서른다섯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에 이른 붓다는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에 들 때까지 45년간 설법하였다. 붓다의 호상 중 긴 혀는 우주 법계에 흘러넘치는 진리의 파동을 언어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하는데 큰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진리를 알려주는 스승이자 길벗인 붓다는 승가 공동체를 이뤄 길 위의 설법으로 도반들과 함께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차별 없는 수행에 힘썼다. 붓다의 가르침을 들은 제자들은 진리의 소리를 기억해 기록으로 남겼다.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을 찾았을 때 붓다의 고행상은 충격을 주었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날이 선 힘줄과 핏줄이 그 위로 도드라졌고, 피부만이 남은 얼굴 위로 깊게 파인 두 눈이 앞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신체의 극한에 이르는 고행으로 진리를 찾아 용맹 정진한 끝에 성도에 이른 부처의 모습이다. 모든 것이 무상하니 부디 용맹 정진하라는 부처의 일침이 탐((()에 물든 자신을 일깨운다. 청년 시절 싯다르타는 갖은 것을 소유하고 환락을 누리는 생활에서 생의 방향을 전복하는 결단을 택하였다. 아들 사랑이 지대한 슈도다나 왕의 만류에도 싯다르타는 출가를 감행하기 위해 야소다라와의 사이에 아들을 출산하였고, 왕궁을 나와 숲으로 향하였다. 환락의 늪에서 지혜의 바다로 나아가는 길 위에서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법륜을 굴려야 하는 노정을 택하였다.

 

  궁극의 지평으로 안내해 줄 스승과 벗을 구하는 일은 출가자가 나아갈 바이다. 고타마는 알라라 칼라마의 무소유, 웃다카 라마풋타의 명상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선정에 도달하여 스승의 가르침에 매이지 않는 자유인으로 구도에 나섰다. 고타마는 선정을 통해 감각과 감정, 사유 등을 제어하는 훈련을 쌓았고, 극한의 고통으로 항심과 인내력, 용기와 결단력을 길렀다. 숙명통과 천안통을 통해 뭇 존재들이 어떻게 나고 살며 죽는지를 간파한 고타마는 연기법을 체득하였다.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삶은 괴로움()이다. 네 가지의 거룩한 진리라 일컬어지는 사성제의 원리를 통찰하며 윤회의 고리를 끊기까지 쉽지 않은 수행과정이다. 고와 집을 일으키는 무명의 늪을 세밀히 관찰하고 통찰할 때 비로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으로 피어날 수 있으리라. 환락과 고통, 선정과 고행의 양극단을 벗어나 일상에서 해탈에 이르는 길은 팔정도를 통해 가능하다. ··혜 삼학의 원리를 담은 (정어/정업/정명)(정정진/정념/정정), (정견/정사유)를 바탕으로 한 수행법이다.

 

  진리를 찾는 출가 수행자로 45년 동안 끊임없이 길 위에서 도반들을 만나 법을 설한 붓다는 석 달 동안 여행을 하면서 열반의 죽음을 맞았다. 마지막 설법은 잘 알려진 대로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다. ‘너희들은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에게 의지하라. 또한 법을 등불로 삼고 법에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은 의지하지 마라.’

감관·경계·알음알이의 세 가지 인연으로 선과 악을 짓고 과보를 받는 것인 만큼 자아의 상을 내려놓고 번뇌의 불을 끄는 수행으로 마음 밭을 갈아 지혜의 광명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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